백혜진 시민기자의 올레이야기

 

아침 9시.
외돌개 주차장은 물론  차로의 끝이 안 보일 정도의 전세버스의 주차 행렬은 도보자들을 찻길로 내몬다.
7코스 출발점 입구를 완벽하니 가로 막은 대형 전세버스.
차들 사이로 겨우 비집고 들어서니 좁은 길을 꽉 메운 관광객들로 발 디딜틈이 없다.
“여기는 올레 7코스 시작 지점입니다. 저 나무에 올라서 보세요. 단체 사진 찍겠습니다.”
아수라장 같은 사람들 속에서 목청 높혀 소리를 치는 여행사 관계자이다.
배낭을 메고 올레길을 걸으러 찾아온 올레꾼들은 미간에 힘을 준 채 사람들을 밀치며 급히 빠져 나간다. 
매일 아침 벌어지는 외돌개 주변의 모습이다.
유명세를 탄 올레길을 관광 상품화 하여 활용하는 여러 여행사의 모습에서 씁쓸함을 금할 수 없다.  올레길 시작점이라는 말 뿐, “저기 보이는 안내소에서 지도 달라고 하세요.”라며 40분 코스의 관광용 올레걷기를 주도하고 돌아선다.
고사목위에 세워 사진은 왜 찍는지..
사유지를 지나는 7코스 출발점에는 소유지가 몇 년 전에 세워놓은 고사목이 있다. 그 나무는  500년이 넘은 팽나무로 죽어서 없애 버릴려는 것을 구해와 갖은 난초와 화초를 나무에 붙여 거대한 목부작의 모습으로 보는 이들에게 신비감을 만들어 주었던 나무였다. 
거대한 세월을 안아온 나무가 없어지는 것을 안타까운 나머지 고목나무에 꽃이 핀다는 희망을 갖고 가꾸던 마음을 알 리가 없는 무심한 사람들의 발길에 ‘악!’ 소리마저 느껴지는 무참한 발길과 그 마음들.  그곳에만 서면 밀려오는 화가 머리끝을 넘는다.
제일 아름답다고 소문이 난 덕에 올레꾼의 선호도도 최상이다.
거기다 여행사들은 큰 몫을 톡톡히 해 내는 덕에 좁은 흙길은 이미 흙이 다 파여 나무들의 뿌리가 뼈를 드러난 몰골로 발길에 더더욱 상처를 받고 있다.
황우지 해안으로 시작되는 산책로와 해금강 못지 않은 아름다운 빛깔을 갖은 바닷물빛.
높은 절벽이 병풍처럼 둘러진 안으로 깊이 들어온 바다의 절경에 감탄을 하는 그 길에선 태평양 전쟁 말기 일본군들이 파놓은 12개의 굴이 있어 아픈 역사까지 깃들어 있다.
그 아픔을 되새기며 숙연한 마음도 그 길에선 갖게 되지만 더러는 그 곳을 향해 빈 물병을 멀리 던지기 놀이를 하는 사람도 있다. 참으로 어이가 없다.
언젠가 여행사 관계자와 긴 대화를 한 적이 있었다.
“올레가 생겨서 여행사들도 참 좋지요?”
“네 그렇죠! ”
“그럼 올레가 계속 존재할 수 있게 서로가 협력을 해야지 않겠어요?”
“네?”
“최소 올레길에서의 에티켓이라도 일러주고 행사를 시작하면 어떨까요?”
“아~ 예~”
상대를 잘 만나 본인 역시 무탈하게 지났지만 행여 성격이 급한 상대 였다면 큰 소리가 오갈수 있는 신경전이었다.
매일 같이 시달리는 자연을 보면 괜히 심통은 무한정 사람들을 쏟아내는 큰 버스에게 부릴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어떤한 방도라도 시급히 찾아야 할 시점에서 서로가 상생해야 공존할 수 있음을 이야기 하고 싶다.
 
묵묵히 오랜 풍파를 견뎌 오면서도 의연하게 찾는 사람들에겐 감탄을 주는 자연앞에서 우리의 태도는 너무도 거만하다. 아름답고 귀하면 더 아껴야하고 지켜야 할 것이다.
자연은 그 자리에서 언제나 내어 주고도 상처로 되돌려 받고 있다.
소리없는 자연의 비명은 언젠가는 우리의 비명으로 되돌아 올지도 모를 일이다.
전 세계의 눈길을 받고 있는 우리의 섬이다.
주인이 우리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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