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혜진 시민기자의 올레이야기

내 엄마! 늘 네 명의 형제들과 엄마를 나누며 울엄마라고 불렀는데 앞으로 가끔은 내 엄마라고 부르려고 해.

왜냐면 나만큼 엄마 속 썩인 자식도 없으니까.

지난해 우연히 내 뼈안에 종양이 있는 걸 알았을 때, 제일 걱정 되는 사람은 애들이랑 엄마더라.

정밀 검사를 받기위해 수술해야 한다니 비밀로 할 수도 없어, 이걸 어떻게 말해야 충격이 덜할까 하고 말이야. 그래서 내가 밤에 엄마한테 전화 했던거 생각나?

엄마는 그랬지. 너가 “엄마 놀라지 말고 내 말 들어봐”하면 그 때부터 심장병 걸린 사람처럼 심장이 고장난다고.

근데 그 날 밤은 엄마가 이상하게도 침착해서 나는 속으로 생각했어. 역시 엄마들은 위기상황에 강하군. 하지만, 한참을 지난 후에야 알았네. 엄마가 내 전화 끊고 한참을 가슴부여잡고 울었다는 것을. 다 엄마 탓 같아 미안해서, 딸을 잃을까 무서워서...

엄마의 간절한 바램덕에 다행이 양성종양으로 나왔잖아. 앞으로 정기 검진때도 괜찮겠지. 엄마가 기도하니까.

그때 엄마의 안도하던 얼굴이... 나는 마음이 저미더라.

엄마딸로 태어나서 참 행복해. 삶이 나를 속인다며 비뚤게나가고 싶을 때마다 늘 나를 바로 살게 만들지. 내 엄마 사랑해!

어느 딸의 엄마에게 마음으로 보내는 편지내용이다.

시집간 딸들은 언제 절실히 엄마가 생각이 날까?

첫 애를 낳았을 때 엄마의 마음을 이해하기 시작하며, 익숙하지 않은 육아와 살림을 하며 원더우먼 같은 초능력자의 엄마를 발견 한다. 항상 후회는 뒤에 오는 것이 아닌가.

‘더 잘 해 드릴걸...’하며.

어느덧 삶을 같이 이해하며 지난 시간에 대해 다시 해석을 하며 남은 시간이라도 공유하고 싶은 마음이 어른의 시작이라 말 할 수 있을 것이다.

 

김수미님(34세, 서울).

꼬박 한 달 전이다.

“언니~~ 저 엄마랑 여행가요. 제주도에. 엄마가 환갑이거든요!”

한참 들뜬 목소리가 자랑소리 처럼 들리기도 했다.

“죄송한데요. 언니네 숙소에서 파티를 하고 싶어요. 허락해 주세요.”

삼삼 오오 모여 이야기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분위기가 연출되는 올레꾼 사랑방이지만 딸은 엄마를 위해 무언가 특별한 준비를 하고 싶은 것이다.

“응 그래~ 축하드려야지.”

그녀는 D-30, D-25, D-12...하며 하루 하루를 세고 있었다.

D-day!

“안녕하세요!!” 활기찬 목소리가 들어온다.

귀여운 고양이 무늬의 노란 티셧츠를 커플로 입고 활짝 웃고 서 있는 모녀.

 

‘난 언제부터인가 마음속으로 이상한 셈을 하기 시작했다.’

엄마 나이 61살, 내 나이 올해 34.

누구보다 반짝이는 눈을 가졌던 내가 누구의 엄마, 누구의 며느리, 누구의 아내로 불리워지며 ‘나’가 점점 묻혀갈때 문득 엄마는 어떻게 이 시간을 지났을까 묻고 싶었다.

소녀나 여자로서의 모습은 애초에 없었던 듯 날 때부터 엄마인것 같던 엄마였기 때문이었다. 61-34 = 27

 

엄마의 삶의 무게가 27년의 세월을 두고 이제야 자신의 어깨에 느껴지기 시작하며 엄마를 위한 여행을 강행했다.

요즘 안하고 넘어간다는 환갑잔치를 특별한 그녀의 추억으로 만들고 싶어 계획한 제주올레길.

초면인 올레꾼들도 있었지만 모두의 축하는 오로지 ‘그녀의 엄마’만을 위한 자리였다.

‘여자가 엄마로서 살게 된 이후로는 자신이 주인공인 순간이 몇 번이나 있던가.’ 그 자리의 딸들은 생각한다.

딸의 효심은 엄마의 행복한 표정을 만든다.

그녀의 메시지가 왔다.

 

‘눈으로 보던 관광이 아니라, 발로 느끼는 제주를 걸으며 엄마가. 엄마가.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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