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늦 가을에 만난 서귀포

지난 주말 나는 상담하고 있는 한 학생과 마음을 나누기 위해 오랜만에 서귀포를 찾았다.그냥 서귀포가 좋아서 종종 확 달려가기도 하지만 이번은 감회가 달랐다.5·16횡단 도로를 따라 펼쳐진 늦은 가을 한라산 자락에 곱게 물든 형형색색의 단풍을 바라보며 마음속으로 탄성을 외치고 있노라니 우리는 어느새 돈내코 가까이에 이를 수 있었다. 조금 후 서귀포 시내로 진입하는 순간 한창 공사중인 확 트인 도로를 발견할 수 있었다. 그동안 아름다운 서귀포를 찾을 때마다 다소 짜증스러웠던 것은 협소한 도로와 정체되어 있는 듯한 도시의 모습 때문이었다. 그런데 이번에 찾은 서귀포는 약동하고 생기 넘치는 도시의 모습을 볼 수 있어서 너무 좋았다.서귀포는 그야말로 제주의 희망이다. 서귀포가 삼다의 섬 제주의 젖줄인 감귤과 관광 산업의 보고(寶庫)임에 누구나 동의하고, 이런 풍요로운 서귀포를 모두가 자랑스러워 한다. 제주에 살고 있으면서도 사람들은 서귀포에 한번 살고 싶은 소망을 갖는다. 공사중이어서 다소 불편하긴 했지만 천지연도 돌아보고, 외돌개 뒤로 붉게 노을진 칠십리 바다를 조망하면서 한나절을 보냈다.다소 시간적인 여유가 있어서 서귀포 시내를 걸으면서 여러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는데, 한참을 걷다보니 발에 닿는 감촉이 달랐다. 늘 콘크리트 혹은 아스팔트로 포장된 삭막한 길만을 다니다가 나무로 단정하게 시공된 보도 블럭을 밟는 감촉은 너무나 좋고 인상적이었다. 여기서도 다시한번 달라지는 서귀포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저녁 무렵 허기를 달래려고 한번씩 들렀던 시장으로 향하였다. 시장 입구부터 일명 아케이드(Arcade)라는 아치 모양의 지붕이 있는 상점가는 요즘 대형할인매장에 상대적으로 위축돼 있는 상설시장의 활성화를 위해 기대를 하기에 충분했다.서부산업도로를 따라 제주시로 향하면서도 도로의 확장공사는 계속되고 있었다. 교통이 다소 혼잡해도 불편하지 않았다. 서귀포 신시가지 부근 월드컵 경기장은 2002년 월드컵 축구의 포효를 꿈꾸며 웅장한 자태를 서서히 드러내고 있는 중이었다.서귀포시에서 월드컵 경기를 치르는 것은 올림픽 경기가 1988년도에 서울에서 열렸던 것에 비견할 만하다. 이로 인해서 서귀포시가 지니는 상승가치는 자못 클 것이다. 그런데 최근 경기장 시설을 하면서 재정 마련 등 여러가지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소식을 접하면서 다시 한번 제주도민, 서귀포시민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관심이 절실함을 느꼈다.확 트이고 달라지는 서귀포 시가(市街), 각종 산업 인프라의 구축에 심혈을 기울이는 서귀포시정의 모습을 보면서 서귀포시, 나아가 제주도의 미래가 밝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왠지 서귀포에 가면 좋았지만 마음 한 구석에 답답함이 남아 있었는데, 이번에 한 학생과 마음을 나누기 위하여 찾은 서귀포시의 모습은 자치 시대에 걸맞게 역동적이었고, 달라지고 있었다. 그래서 다소 교통이 혼잡하고 길가가 어수선해 보였지만 불편하지 않았다.달라질 미래의 서귀포시의 모습을 기대하며 한나절을 보낸 어느 늦은 가을의 오후는 흐뭇하기만 했다. 늘 찾는 모든 길손들에게 꿈과 생기를 주는 희망의 도시가 되기를 소망해 본다.이완성/남녕고등학교 교사제240호(2000년 12월 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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