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단]흑한우 개발 서둘러야

지난달 21일(화요일) 제주대학교 교수회관에서는 제주대 동물과학연구소가 주최하고 제주도가 후원한 ‘제6회 동물생산을 위한 새로운 자원과 기술 - 제주 흑한우의 생산기술과 증식 - 에 관한 심포지움’이 학계, 행정, 관련단체 및 축산농가 등이 참석한 가운데 성황리에 열렸다.제주 흑한우인 까만소는 오래전부터 제주 지역에 사육되면서 자연환경에 잘 적응되어 귀중히 사육되어 오던 토종소로서 육질이 매우 우수하여 매년 임금에게 진상하던 귀중한 진상품이였다. 따라서 제주도 농가에서는 소 가운데 까만소만을 선호 사육하면서 농가의 소득을 올렸는가 하면 진상을 통하여 중앙과의 교류증진에도 한 몫을 단단히 해온 효자 동물자원이였다. 까만소는 세월과 더불어 사육두수가 줄어들기 시작하여 한 때 멸종될 위기에 처하게 되자 이 자원의 소중함을 인식하고 보존 증식시켜야 한다는 여론이 비등해지면서 학계를 비롯하여 행정당국과 시험연구기관 등의 끈질긴 공동노력에 의해 오늘날 그 명맥이 유지되게 되어 퍽 다행으로 여기고 있다.제주 흑한우는 현재 제주시험장에 33두, 제주도축산시험장에 30두로 모두 63두에 불과하다. 제주 흑한우는 코뚜레를 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성질이 온순하여 사육관리하기가 용이하다. 뿐만 아니라 제주 흑한우는 우수한 육질 외에도 질병에 대한 저항성이 높고, 특히 진드기에 강하여 본도의 광활한 중산간 목장지대 방목지에서 사육하기에 안성마춤이다. 또 제주 흑한우는 조사료 이용성이 높아 농가에서 생산되는 농산부산물로도 잘 자라며, 번식력이 우수하여 암소의 경우 일년에 한 마리씩 송아지를 분만할 수 있다. 이처럼 귀중한 동물자원이 우리들의 무관심속에 방치되다보니 그 두수가 급격히 줄어 들면서 증식기술의 개발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21세기는 생명공학의 시대로 동물유전자원과 신기술을 접목시킨 신품종 육성으로 식량증산에 기여함은 물론 질환모델동물을 생산하여 국민의료에 기여하는 등 동물유전자원의 중요성이 한층 높아지게 될 것이다. 따라서 우리 주위의 소중한 동물유전자원을 잘 보존하고 증식시켜 국민 식생활과 보건 증진에 기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이번 심포지움에서는 최근의 최첨단 동물생명공학 기법 즉, 수정란 이식, 복제가축생산 기술 등을 응용하여 우리 흑한우의 증식을 위한 새 길을 열어나가자는 의견이 제시되어 밝은 희망을 안겨 주었다. 이 기술을 도입하기 위해서는 인적자원, 시설 및 예산이 뒷받침되어야 하고 선진기술을 보유한 기관과의 긴밀한 공동연구 협력이 구축돼야 비로소 실현 가능하다는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이를 위해서는 행정에서 적극 나서서 우리 동물유전자원의 중요성을 재인식하고 가칭「제주재래가축 유전자원 증식기술 개발 네트워크」를 구성하여 과감히 투자하고 연구를 순조롭게 수행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 이에 대해 연구를 잘 수행하여 좋은 결과를 내놓게 된다면 이를 지역 특산품의 대표 브랜드로 성장시키게 되는 계기를 맞이하는 것도 꿈만이 아닐 것이다. 지금 우리가 머뭇거리는 사이에 호기를 실기하여 후회하는 어리석음을 초래해서는 안된다. 국제화, 개방화 시대에 어서 새로운 축산소득원을 창출하는 기반을 만드는데 힘과 지혜를 함께 결집시키자. 이것이야말로 국내외적으로 매우 힘든시기에 제주 축산업의 경쟁력을 제고시키고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는 일이 될 것이 분명하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강민수/논설위원·제주대 교수 제241호(2000년 12월 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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