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혜진 시민기자의 올레이야기

‘우리는 바람 부는 벌판에서도 외롭지 않은, 우리는 마주잡은 손끝 하나로 너무 충분한, 우리는... 우리는 타오르는 가슴 하나로 너무 충분한, 우리는.... 수없이 많은 날들을 우리는 함께 지냈다. 생명처럼 소중한 빛을 함께 지녔다.’

어쩌면 이렇게 내 마음을 그대로 옮겨놓은 노래 가사가 있을까 싶다.

“굿 허당 설러분 집 닮다”라는 제주 속담처럼 발 디딜 틈 없이 시끌, 북적 거리던 사랑방이 조용하다. 이런 급작스러운 정적은 예고된 것이었지만 눈에 아른거리는 모습들을 떠올리니 어색할 뿐이다. 어쩌면 이 고요를 타고 지난 시간들을 차분히 돌아봐야 한다.

▲ '먼 길을 마다않고 “아무데다 끼워 잘래요. 제발 재워주소”하며 비행기로, 12시간 배로 어려운 시간을 내주시고 자리를 빛내주신 여러 올레꾼님들 너무도 고마웠습니다.'

몇 일전 인터넷 카페 2주년 행사를 했다. 물론 올레꾼 전용 숙소를 운영한 지는 3년째이지만 온라인상으로도 만남을 이어가기위해 카페를 개설한지 2년째 접어들었다.

숙소에서 친해진 회원들도 있지만 카페라는 온라인 장에서 닉네임으로 인사하고 올려 놓은 사진으로 익숙해진 관계들도 많다.

이들의 만남은, 올레길 추억을 공유하며 이어온 시간들이 어느덧 이웃사촌을 능가하는 넉넉한 마음들을 주고 받는다.

1년전 봄.

카페회원이자 서귀포 시민인 (중앙동, 고민석님, 47) 올레꾼의 제안으로 기념행사를 도모했다.

한 여름 장마철에 모여든 회원들은 비오는 날의 올레길 함께 걷기를 하며 비바람 앞에서도 서로의 바람 막이가 되 주기도 하고, 웃음을 만들어 주기에 서로가 흐뭇했다.

소박하게 시작한 모임이었지만 자연에서 만나 바람과 함께 노래하고, 푸른 바다와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사람들의 마음은 서로 다른 곳에 살고 있으면서도 추억은 같이 했다.

어느 덧 풍성한 잎으로 싸여있는 올레인연의 나무는 꽃도 피어나고, 열매도 영글며 여러 올레꾼들의 행복한 쉼터가 되고 있다.

‘가지 많은 나무 바람 잘 날’이 없듯 웃기만 했을까.

사람사는 세상과 똑 같은 작은 세상이랄까, 섭섭할 때도 있고, 울 일도 생기기도 하고, 백인 백색의 모임은 여러 이야기들을 만들어 냈다.

힘이 들 때는 ‘이 또한 지나가리라’라며 허허 거리기도 하고, 하나의 고민보다는 큰 보람과 웃음이 있기에 그 또한 소리 없이 묻어 버리게 된다.

▲ '어느 덧 풍성한 잎으로 싸여있는 올레인연의 나무는 꽃도 피어나고, 열매도 영글며 여러 올레꾼들의 행복한 쉼터가 되고 있다.'

3년이라는 강을 거슬러 올라가 보니 거대해 보이는 배낭이 이젠 아주 작아 보일 정도로 성장한 중학교 1학년인 “올레는 자유다!”라고 외쳤던 유정은양도 있었고, 올레길의 치유력을 믿는 수로리님도 계셨고, 자녀와의 화해, 부부간의 사랑의 확인, 젊은이들의 활력과 자기 성찰의 시간들이 그 강물을 타고 흘렀다.

아낌없이 마냥 내어주지만은 못하지만 큰 나무가 되어 모든 올레꾼들의 그늘을 만들어 주고 그네를 만들어 주고 싶은 마음은 변하지 않을 것이다.

이번 행사는 휴가 시기여서 자녀와 함께한 가족들이 많아 행사의 그림이 너무도 아름다웠다.

힘든 산행에 엄살을 부릴라 치면 “멋있다. 대단하다. 파이팅!!” 외쳐주는 어른들이 있어 의기양양하게 한라산 둘레길을 완주한 부천서 온 장준혁(14), 장준서(8).

장기자랑, 게임, 모든 분야에 적극적이었던 월곡올레님의 남편과 자녀 서연(8), 예성(4).

행복한 모습에 감사했습니다.

먼 길을 마다않고 “아무데다 끼워 잘래요. 제발 재워주소”하며 비행기로, 12시간 배로 어려운 시간을 내주시고 자리를 빛내주신 여러 올레꾼님들 너무도 고마웠습니다.

부족한 부분도 잊지 않고 채워 나갈 것이며 고마운 감동은 항상 간직하겠습니다.

“올레꾼 여러분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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