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혜진 시민기자의 올레이야기>


얼마전 (사)제주올레는 일본 규슈관광추진 기구와 제휴협약을 통해 ‘올레’라는 이름을 수출을 하는  쾌거를 이룬 적이 있다. 이에 이어 최근 지난 10일 캐나다에서는 '제주올레 - 브루스 트레일 우정의 길’을 개장해 ‘제주올레’의 위력을 다시 한번 실감케 했다.
이미 지난해 11월 '2010 월드 트레일 콘퍼런스' 폐막식에서 '우정의 길' 협약을 맺었고, 광치기 해안에서 온평 포구까지 이어지는 제주올레 2코스가 우정의 길로 선정되었다.

‘집으로 가는 좁은 골목길’이라는 제주어의 뜻이 무색할 정도의 ‘제주올레’는 세계적인 길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오는 11월에 브루스 트레일 관계자를 초청, 우정의 길 개장행사를 할 예정인 2코스를 다시 한번 더듬어 보려 한다.

올레꾼 10명이면 두 명 정도에게 꼭 듣는 질문.
“어느 코스가 제일 좋아요?”
이해가 되면서도 선뜻 대답이 나오지 않는 질문 중에 한 가지이다.
짧은 일정에 높은 만족도를 원하는 여행자들의 생각에 “다 좋아요!”라는 무성의할 수도 있는 짧은 답을 주고는 바다, 산간마을, 오름 중 선택하라고 질문을 다시 준다.
그러면 “모두 즐길 수 있는 코스는 없냐?” 라는 물음으로 되 돌아 오며 여러 코스중 2코스를 권하기도 한다.
걷기에 좋은 환경에 있으면서도 접근이 편한 곳만 선호하다 보니 여러 개의 올레코스 중에서도 몇 년동안 한번 이상은 못 가는 코스도 더러 있다.
그런 코스는 제주올레 공식 행사가 있을 때 핑계 삼아 걷게 되고 진작 그 길을 느껴 보지 못함에 후회를 한 적도 한 두 번이 아니다.
바로 2코스가 무심함에 미안함과 후회를 갖게 했던 코스였다.
작년 겨울.
겉핣기 식으로 알고 있던 2코스의 진가는 출발점 광치기 해안에서부터 시작되었다.
칼바람에 얼굴 한 쪽 조차 내밀기도 겁이 나는 성산포 바닷가의 겨울 바람.
그러나 육지에 한 발을 걸치고 바다에 누워있는 듯 한 성산 일출봉을 배경으로 한 거센 파도의 향연은 추위를 느낄 틈 없이 쾌감으로 다가왔다.
환호하는 올레꾼들과 함께 덩달아 춤을 추던 바다를 보며 해녀분들이 운영하는 포장마차에서 먹었던뜨끈한 성게칼국수를 시작으로 한 겨울 올레걷기는 시작이 되었다.

두 번째로 감동을 줬던 내수면.
육지안쪽으로 깊숙이 바닷물이 들어와 형성된 해수면 주변으로 억새와 수초들이 어우러져 있었고 철새들이 그림처럼 모여 있는 모습은 환상 그 자체이다.
그곳은 제주섬에서 손꼽히는 철새도래지 가운데 하나이며 국제 멸종위기종 1급으로 보호하는 천연기념물 205-1호인 저어새를 비롯 많은 철새가 추운 겨울을 나는 곳이다.
그래서 철새보호를 위해 동절기에는 출입을 통제하거나 올레길은 우회하도록 되 있었다.
‘제주에서 나고 자라도 여전히 모르고 못 가본 곳이 이리도 많을까. ’ 내수면 방조제를 따라 걸으며 많은 후회가 밀려왔다.

세 번째의 감동.
파도 소리가 들리는 숲길이 나온다. 감히 상상할 수 없는 올레에서만 가능한 ‘새의 지저귐과, 파도소리와 향긋한 소나무 향!’
“감사합니다!”를 무수히 외치며 나는 그 길을 걷고 있었다.

네 번째의 감사함.
마을길을 지나 대수산봉을 오른다. 2코스는 시원한 바다를 시작으로 마을 산간, 오름까지 모두 갖춰있다.  정상에서 보는 성산포 앞바다의 전경, 천하를 손에 쥔것 같은 통쾌함을 준다.
시원, 통쾌도 잠시. 살아있는 자들을 일시에 쳐다 보는 듯한 정렬된 공동묘지를 만난다.
한결같이 '살아있음을 감사해라' 라는 외침의? 시선처럼도 느껴진다.
더 숙연해 지는 것은 잘 정비된 산담에 싸인 묘와 허술하게 둘러놓은 산담 앞에 놓인 망자를 기리는 시들은 조화가 그랬다.   누군가는 ‘하루만 이라도...’라며 살기를 원했던 그 시간을 나는 어떻게 보내고 있는가라는 삶과 죽음도 생각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던 곳이었다.

자연의 감동과 시간의 귀중함을 얻으며 걷다 만난 ‘혼인지’.
이곳은 제주의 옛 신화 중 하나인 ‘삼성신화’에 나오는 고,양,부 삼신인이 벽랑국에서 온 세 공주와 혼인한 곳이다. 이곳에는 삼신인이 세공주와 결혼을 한 뒤 잠시 살았다는 바위동굴 집이 있고 제주도 기념물 제17호로 지정돼 있다.

올레를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방법 중 하나가 마을의 스토리를 알아가는 것에 있다.
해녀항쟁으로 유명한 오조리에는 해녀들이 직접 운영하는 전복집이 유명하며, 걷다 만나는 ‘팽나무 대문집’을 꼭 찾아보시라 제주 시골 어른들의 정을 직접 느낄 수 있다.

‘놀멍 쉬멍 걸으멍’ 이라는 올레의 원칙을 지키다 보면 우리의 눈과 귀에는 어느새 많은 얘깃거리로 채워질 것이다.
우리의 것을 제대로 알아 간다는 것이 세계적인 경쟁력이라는 것을 새삼 느끼며 세계인이 가장 사랑하는 길로 거듭날 ‘제주올레’의 손님을 맞이할 준비를 단단히 해 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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