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성중의 문화엿보기<12>

생선을 놔주는 낚시인들요즘 케이블 방송을 통해서 미국 낚시인들이 잡은 생선들을 그냥 놔주는 걸 쉽게 볼 수 있다. 그래서 그런지 일반 사람들이 미국 사람들은 생선을 좋아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실제로 생선이 닭고기나 쇠고기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인기가 없는건 사실이다. 하지만 연어, 참치, 도미등은 아주 인기 있으며 그 밖의 어류들도 어느 슈퍼마켓에서도 쉽게 구할 수 있을 정도로 생선은 미국인들에게 중요한 식품이다. 뿐만아니라 일본음식이 중국, 태국음식에 이어서 이미 대중적으로 성공해 신선한 생선회와 초밥을 즐기는 미국인들이 많은걸 봐도 생선은 인기 있는 식품임에 틀림이 없다. 그렇다면 이러한 오해는 TV에서 본 미국 낚시인들이 생선을 놔주는 행동을 잘못 이해하는데서 왔다고 볼 수 있는데, 미국에서 필자가 직접 낚시터에서 본 일반 낚시인들은 생선을 먹기 위해 낚시를 했다. 그들은 생선 종류에 따라 요리 방법도 알고 있었고 아침 먹거리로 새벽에 낚시를 하는 많은 사람들도 봤다. 바꿔 생각해 보면 생선을 놔주는건 낚시인들이 아니라 방송이라 볼 수 있다. 방송에서는 낚시를 하나의 스포츠로 보여 주는 것이다. 스포츠이기에 비록 미물이지만 살아있는 생명을 존중하는 의미로 생선을 다시 바다로 보내 줌으로써 어린이들을 포함한 일반 대중들에게 스포츠의 즐거움과 생명의 존엄성을 동시에 보여주려 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그 반대로 우리 방송을 보면 아침과 초저녁 시간에 어부들의 삶 현장에서 예쁜 여성 리포터가 같이 생선을 잡고 그걸 배 위에서 맛있게 먹는 모습하며 그 생선들이 처리되는 과정까지도 철이 바뀔 때마다 방영되는 걸 볼 수 있다. 어부들의 소득 증대를 위한 의도라고 볼 수 있지만 무의식중에 우리스스로가 생명의 존엄성을 그냥 간과해버린다는 것도 알아야 한다.살려고 몸부림치는 생선들, 그것을 직접 칼로 잡는 모습들을 꼭 공영방송으로 어린이들을 포함한 모든 대중들에게 보여줄 필요가 있을까? 그것보다는 잡힌 생선들을 위해 천도제를 지내는 어부들의 따뜻한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더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제241호(2000년 12월 8일)
저작권자 © 서귀포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