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혜진 시민기자의 올레이야기

“길을 만든다는 것, 그것도 여자가 만든다는 것은 미친 짓이다!”

“길에서 축제를 한다는 것도 미친 짓이다!”

“4일 동안 걷고도 오늘밤까지 이렇게 나와서 환호하는 당신들도 미친 짓이다!”

 

축제를 온통 미친 듯이 즐기다간 어느 올레꾼의 후기에는 축제 마지막 밤 달빛축제에서의 (사)제주올레 서명숙 이사장님의 소감을 옮겨 놨다.

‘미친짓’이 만들어낸 엔돌핀은 소소한 일탈을 최대의 환희로 전환시켰다.

▷ "감히 상상할 수 없는 길에서의 잠옷차림에 사우나 양머리 패션! 모두들 미쳐 있었다. 나이를 불문하고 혼자가 아닌 여럿이었기에 가능한, 다른 길도 아닌 올레 축제였기에 가능했던 올레꾼들의 연출은 세상의 고정관념을 바꿔 놨다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2011년 11월 9일 이날은 두 번째 올레 걷기 축제의 개막 날 이었다. 이번 축제의 주제는 ‘사랑하라, 이 길에서’(Discover Love on the trail)다.

길을 걸으며 만나는 제주의 자연과 문화, 함께 걷는 사람들과의 대화, 자신의 내면과의 만남을 통해 길에서 사랑을 발견하자는 뜻을 담고 있다.

주제에 걸 맞는 코스별 문화공연은 꿈길을 걷는 착각을 일으킬 정도의 환상이었다. 자연이라는 화폭에는 제주의 정이 흘러 다녔으며, 동영상 산수화가 그려지고 있었다.

제주 올레 걷기축제의 프로그램을 연출한 총감독 정도연씨는 “어느 축제에서도 찾아볼 수 없던 새로운 시도이며 길의 흐름에 따라 전시, 체험, 공연, 먹거리 등이 종점에 이르렀을 때 하나의 완성된 프로그램이다”며 연출 의도를 알렸다.

더욱이 이번 축제에는 이색 복장의 코스프레가 참가자들에게는 획기적인 추억을 만들어 준 프로그램이었다.

▷ "사람을 변하게 만드는 마력. 꿈도 꿀 수 없었던 시간 속 추억 만들기 여행. 20대부터 60대 중반의 다양한 나이는 필요가 없었다."

감히 상상할 수 없는 길에서의 잠옷차림에 사우나 양머리 패션! 모두들 미쳐 있었다.

나이를 불문하고 혼자가 아닌 여럿이었기에 가능한, 다른 길도 아닌 올레 축제였기에 가능했던 올레꾼들의 연출은 세상의 고정관념을 바꿔 놨다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봉사 차 내려온 아들의 갑작스런 중환실행으로 밤새워 달려온 ‘포항의 바느질하는 남자의 어머니’. 깊은 시름의 얼굴로 사람들의 축제를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지켜보셨다.

그러나 아들의 쾌유도 다행스런 일이었지만, 올레꾼들을 보며 즐기는 방법을 배우고 갔다. 60여년을 같이 했을 남자로서의 권위도 민중각 올레꾼들의 즐김에는 무너지고 말았다.

“그 잠옷 어디가면 살 수 있어요?”

“저도 그 수건 양머리 씌워 주세요!”

사람을 변하게 만드는 마력. 꿈도 꿀 수 없었던 시간 속 추억 만들기 여행. 20대부터 60대 중반의 다양한 나이는 필요가 없었다.

내 집 같은 편안함을 표현하기 위해 가차 없이 나이고, 권위고, 수줍음을 모두 던져버린 올레꾼들.

수많은 외국인들에게는 볼거리 제공은 물론 올레축제의 분위기를 한층 고조시키는 코스프레였다. 원숭이 복장을 한 커플의 행복함이나, 화려한 치마로 길 위의 잔치를 빛냈던 올레꾼들 동호회 회원끼리 단합을 보여줬던 도보여행 단체팀.

모두가 축제의 주인공들 이었으며 가장 행복했던 사람들이었다.

축제천국이라 불리 울 정도의 계절별 수많은 축제가 이뤄지는 제주도 나의 고향.

▷ "모두가 축제의 주인공들 이었으며 가장 행복했던 사람들이었다."

기존 보아왔던 축제에 이골이 날 즈음 필자는 이렇게 아름다운 축제가 이 길에서 이뤄지고 전국, 전 세계에서 몰려든 문화, 언어가 다른 사람들을 한 품에서 신명나게 했다는 것에 폭풍 같은 감동으로 이 시간도 가슴이 벅차다.

길 위에서 따뜻이 나눠주는 제주도의 정이 방문객들에게는 교훈이 되어 가슴에 남게 되었고, 함께하는 즐거움에 서로를 사랑하게 했다. 가는 곳 마다 뇌리에 박힌 공연과 사람들.

최대의 추억 만들어 주기, 사랑하기. 그것은 이번 올레 걷기 축제가 만들어준 고마운 선물이었다.

축제를 위해 고생하고 희생하신 관계자 분들, 그리고 수많은 자원봉사자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특히 이번 축제는 한국방문의해 위원회가 지정한 한국방문의 해 기념 4대 특별 이벤트의 하나로 개최, 내국인 8000명, 외국인 2000명 등 1만 여명이 참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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