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으로 읽는 시> 문상금 / 시인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준 것처럼
나의 이 빛깔과 향기에 알맞은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 다오.
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꽃이 되고 싶다.
우리들은 모두
무엇이 되고 싶다.
나는 너에게 너는 나에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의미가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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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감상>
김춘수 시인의 <꽃>은 널리 사랑받고 있는 시이다. 너와 나, 연인 관계에 놓인 사람으로 대치하여, 서로에게 의미 있는 사람이 되고자 한다는 사랑의 감정을 잘 표현하고 있다. 그러나 이 시는 이런 평범한 연애시의 범주에 안주하고 있는 작품이 아니라, 더 넓은 의미를 가진 인간 존재의 본질을 시적 언어로 형상화하고 있는 작품이다. 하나의 몸짓에 불과했던 의미 없는 것에서, 상호 인식을 통하여 의미 있는 것, 또는 존재의 가치를 확인할 수 있다는 진리를 형상적으로 보여 주고 있는 시이다.
칠십리시공원에서 제13회 시로 봄을 여는 서귀포 사회를 보다가 문득 꽃망울을 막 터뜨리려는 진달래를 보았다. 꽃을 보았고 봄을 보았다.
<시인 문상금>
문상금
sgp1996@cho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