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탐방> 서귀포시 중문동 한라산청정촌
전통식품 보급 위해 교육 농장도 운영

중문관광단지 입구 우회도로변에 들어선 한라산청정촌 입구.

한라산청정촌 영농조합법인은 제주의 청정자원인 맑은 물과 신선한 공기를 원료로 제주의 전통식품을 만들고 있다. 제주의 토종 콩으로 발효시킨 된장과 간장, 고추장을 담그며, 슬로푸드 경영이념으로 심신의 건강과 환경보전에 앞장서고 있다. 사라져가는 제주 전통식품의 맥을 잇기 위해 2대째 가업을 잇고 교육농장도 운영하면서 우리 조상들이 즐겨 먹던 제주음식의 보급에도 노력하고 있다.

 

■ 무공해 된장 간장의 원료는 제주 장콩 푸른콩
한라산청정촌은 제주의 토종 장콩인 ‘푸른 독새기 콩’(일명 푸른콩)을 원료로 제주의 전통비법을 되살려 장류를 제조하고 있는 영농조합이다. 서귀포시 신효동 출신의 김성주(74)․ 양정옥(74) 부부가 사업을 반석 위에 올려놓은 뒤 아들인 김민수(47)․ 박영희(43) 부부가 2대째 가업을 잇고 있다.

무공해 된장 간장류를 제조하기 위해 비닐하우스와 전통 항아리, 화산송이 발효장 등이 갖춰져 있다. 

당초 난초를 재배하며 서울 백화점 등지에 납품하던 양정옥씨 부부가 식품사업가로 변신한 것은 우연한 계기에서 비롯됐다. 1997년 봄 서울백화점 관계자가 양씨의 농장에서 하루 밤을 묵을 당시, 푸른콩으로 끓인 된장국 맛에 매료되면서 제주전통 장류사업의 성장 가능성에 주목하게 된 것.  

제주의 토종 장콩 푸른콩.
이후 양씨 부부는 신효동 생활개선회 내에서 회원들과 같이 농촌여성 일감 갖기 사업 일환으로 장류 제조사업에 뛰어들었다. 1998년에 현재의 중문동으로 사업장을 옮기면서 2000년에는 한라산청정촌이란 간판을 내걸어 별도 회사를 설립했다. 같은 해 양정옥 대표는 환갑을 넘긴 나이에 제주도로부터 여성 신지식인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제주전통의 푸른콩 된장, 간장은 다른 장류에 비해 찰지고 구수하며 감칠맛이 뛰어나다는 평가가 이어졌다. 서귀포시 후원으로 2001년부터 대도시 백화점에서 향토물산전이 꾸준히 열리면서 푸른콩 된장, 간장은 대도시 신세대 주부들로부터 인기를 넓혀갔다.

2003년부터 서울 출신의 며느리도 사업에 동참하면서 시어머니로부터 전통 비법을 꾸준히 전수받고 있다.  

 

■ 청정환경의 산물, '맑은섬' 브랜드로 탄생
한라산청정촌 제품의 원료가 되는 제주의 토종 장콩은 농가에서 자기네 식구가 장을 담글 정도로 소량씩 경작을 해왔다. 태풍이나 흉작이 겹치면 씨앗을 찾기 어려웠고, 갈수록 상업화․ 대량화하는 농업 생산 추세에 밀려 멸종 위기에 처해 있었다.  

맑은섬제주 브랜드
제주과정 안내도.
양씨 부부는 1997년부터 이 콩의 가치를 인식하고 '푸른콩'이라 이름 짓고, 전통 장을 만들어 보급하는 사업에 나섰다. 태풍 피해를 고려해 한라산 동서로 나눠 계약재배를 하고 직접 경작도 하는 한편, 씨앗 보존 및 확대에도 꾸준히 노력했다. 

한라산청정촌 제품들은 2003년부터 ‘맑은섬’ 브랜드를 사용하고 있다. 청정 환경의 산물로, 몸과 마음이 맑은 상태를 유지하기를 바라는 염원에서 브랜드 이름을 지었다.

맑은섬 제품들은 제주의 해풍으로 직접 재배한 토종 잡곡을 제주의 화산 암반수를 사용해 전통 방식으로 든 무공해 식품이다. 장을 숙성하는데 최적의 자연조건을 찾아 해발 650m 고지 한라산 소나무 숲 속에 800여개 항아리를 갖춰, 자연에 가깝고 위생적인 장을 만들어낸다. 

화산송이 발효실.

화산송이 발효실에서 발효과정을 거침으로써 보습과 원적외선 효과가 높은 제품 생산이 가능하다. 소금은 전라남도 갯벌에서 생산한 천일염을 들여 와 자체 창고에서 보관 저장한다.   

비닐하우스 내 숙성장에는 병원균과 이물질이 스며들지 못하도록 내부에 철망이 처져 있다.

모든 제품에는 색소와 향료, 방부제, 화학성분의 감미료를 전혀 넣지 않는다. 가루된장, 가루청국장, 간식청국장 등 건조가 필요한 제품은 모두 동결건조를 한다.   

천일염 소금 보관 창고.

맑은섬의 된장, 고추장, 간장 등 3개 제품은 2004년 정부로부터 전통식품 인증을 받았다. 전통식품 인증은 국내산 농수산물을 주원료로 한 우수 전통식품에 대해 정부가 품질을 보증하는 제도로, 맑은섬 제품은 제주 전통장류로는 처음으로 인증을 받은 이후 8년째 인증자격을 유지하고 있다.

 

■ 안전한 먹을거리 보급 위해 교육활동 활발  
지난해 10여개 농가를 조합원으로 영농조합법인을 구성한 한라산청정촌은 농촌진흥청에서 지정한 교육 농장이기도 하다. 장을 만들어 파는 일 못지않게 자라나는 아이들과 부모들에게 전통 먹을거리의 중요성을 알리기 위해 전도사 역할에도 열심이다 .  

부녀회원들을 대상으로 한 전통식품 제조 교육.  

체험 교육에서는 주로 전통 막장과 떡을 만든다. 막장은 즉석에서 콩을 삶아 으깨서 장을 만들어 한두 달 숙성 후 먹을 수 있다. 각자 만든 막장은 본인이 가져가도록 한다. 지난해 교육생이 2500여명에 달하는 데다 고추장의 고장인 전북 순창군에서도 교육생이 방문할 정도로 교육사업이 활발하다. 서귀포농업기술센터의 지원으로 학교 교과과정과 연계한 체험 위주의 차별화된 교육을 운영하고 있다.  

교육 농장에는 학교 교육과 연계해 다양한 교재와 프로그램이 운영돼 호응을 얻고 있다.

한라산청정촌은 2008년에는 서울에서 직장을 다지던 아들(김민수씨)도 연로하신 부모의 가업을 거들기 위해 사업에 합류했다. 시어머니 뒷바라지를 하며 10년간 전통식품 제조비법을 꾸준히 물려받아 온 며느리(박영희씨)가 지난해 대표를 맡음으로써 2대 체제를 맞고 있다.

이곳에서 파는 푸른콩 된장 가격은 1kg에 1만3000원으로 다른 곳에 비해 상당히 저렴한 편. 이윤추구에 앞서 전통식품 보급을 중시해 온 사업초기 경영이념을 이어받아 대형 백화점 납품 보다는 소비자 직거래나 학교급식 납품 등에 치중하고 있다.

서울 직장생활을 청산하고 2대째 가업을 잇고 있는 김민수씨. 

한라산청정촌은 그동안 더 맛있고 좋은 된장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온 노하우와 자료를 정리해 내년에 국가에 명인 신청을 할 예정이다. 안전한 먹을거리가 사회문제로 부각되고 있는 요즘, 제주 토종 종자와 전통 제조비법을 2대째 이어오고 있는 한라산청정촌이 우리 곁에 가까이 있어 왠지 든든한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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