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단]CA, 새로운 저장유통기술

고대인들은 지하동굴 속에 썩기 쉬운 과일이나 채소를 함께 묻어 저장함으로써 저장수명을 연장시켰다는 기록이 있으며 중국에서는 신선한 열대과일을 장거리 수송할 때 밀폐된 상자 바닥에 잎을 충분히 깐 뒤 수주일 운송하였다고 한다. 이러한 기록들은 보관작물 주변의 어떤 환경요인이 저장상태에 영향을 주었다는 것을 입증하는 것이며 실제로 20세기 이르러 학술적으로 밝혀졌다. CA(Controlled Atmosphere) 저장이란 산소, 이산화탄소, 질소로 구성된 공기조성을 인위적으로 바꾸어줌으로써 저장물의 선도를 오래 유지시킬 수 있는 저장방식을 말한다. 즉 산소농도를 2~5%정도로 낮추고 이산화탄소 농도를 1~10% 까지 높여주어 저장하는 것이 기본 원리이다. 상업적 CA 저장 기술을 최초로 구축한 사람은 영국의 Kidd와 West였다. 그들은 1차 세계대전 후 산소와 이산화탄소가 과일의 숙도와 호흡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 가에 대하여 체계적으로 연구하여 그 이론을 1927년에 발표하였다. 그 이후 본격적인 CA 저장고 산업이 확산되기 시작한 것은 유럽 및 미국에서 1950년도 부터이며 1960년도에는 크게 확장 보급되었다. 최근에는 국가적 농산물의 교역에 CA 콘테이너를 이용한 선박수송이 이루어지고 있는 실정을 고려할 때 농산물의 고품질, 고가격, 안전성 경쟁에 우리는 벌써 뒤쳐져 있는 상황이다. 우리나라에서는 CA기술이 1990년대 이래 외국으로부터 본격적으로 도입되기 시작하여 두산농산, 협성농산 등을 필두로 확산되기 시작하였다. 지금은 전국적으로 20여개 조합 및 업체에서 이 시설을 구축하였으며 8군데의 연구기관에서도 확보하고 있다. CA 저장의 효과는 농산물의 수확후 생리대사를 억제함으로써 당과 산도 등의 품질변화를 최소화하고, 저장중 생리적 장해나 병해충의 피해를 감소시켜 안정성 확보에 유리하며 또한 CA 저장후 저온과 상온에서 유통할 때에도 그 후속효과 때문에 다른 방식에서 보다 신선도 유지효과가 탁월하다는 것이다. 이러한 효과는 많은 국산 농작물에서도 국내 연구진에 의해 입증된 바 있다. 그러나 이 기술의 도입에는 다음의 몇가지 점을 필수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우선 CA 설비의 주요 부품은 수입에 의존해야 하며 이에 따라 농가단위로 이 시설을 구축할 경우 경제적 부담 때문에 농가단위 보다는 공동체 단위가 주축이 되어야 하고 또한 가장 중요한 것은 저장작물마다 CA 운영의 software가 각각 다르므로 이와 관련된 정확한 정보를 얻는 일이다. 즉 대기조성을 어떻게 해 주느냐는 저장산업의 성패와도 연관이 있는 것이다. 부적합할 경우 오히려 피해가 급속도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CA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완전히 밀폐되는 저온저장시설에 CA 기기를 설치하여야 한다. 무엇보다 저장고 내부의 가스가 밖으로 유출되지 못하도록 기밀도가 중요하다. 따라서 출입문은 자동밀폐문(Airtight sliding door)이어야 하고 이외 질소발생기(Membrane nitrogen generator), 이산화탄소 흡착기, 에틸렌 제거기, 압력조절기, 컴퓨터 자동제어장치 등이 필요하다. 이러한 설비를 공급하는 업체는 미국, 독일, 이탈리아 등이다. 저온저장시설에 비해 CA설비 가격이 부담이 되므로 이 기술을 도입하려고 할 때에는 우선 무엇을 저장할 것인가, 그 효과는 입증되었는가? 이에 따른 경제성 분석도 이루어져야 한다. 최근에는 새로운 첨단기술로 간이 CA 방식이 개발되어 설비가격을 대폭 낮추었는데 파레트 단위로도 설비가 가능하고 또한 이동 및 변형이 가능하도록 개발되어 이제는 농가단위로도 저렴한 투자로 이용할 수 있는 시점에 이르렀다. 양용준/논설위원·상명대학교 교수제243호(2000년 12월 22일)
저작권자 © 서귀포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