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오전 8시 해군기지 사업단 앞 천막 2동 행정대집행 실시
경찰 수백 명 투입해 성공… 충돌 일어나 쇠사슬에 목 졸리기도

제주해군기지 반대 투쟁의 상징과도 같은 사업단 인근 천막 2동이 10일 오전 철거됐다. 주민들이 천막 안에서 쇠사슬로 목을 감는 등 격렬한 반대가 있었지만 800명이 넘는 경찰이 투입된 가운데 1시간 만에 행정대집행이 마무리됐다. 

철거 과정에서 경찰의 무리한 투입으로 강동균 마을회장이 수 초간 목이 메달리며 부상을 입는 등 충돌이 발생했고, 강 회장을 비롯해 4명이 공무집행방해 등의 혐의로 현행범 체포됐다. 철거 과정을 시간대 순으로 정리해본다.

 

오전 7시 51분

행정대집행이 예정된 8시 전부터 천막 주위에는 경찰 6개 중대, 800여명이 강정천, 인근도로를 메운 상태였다. 주민, 활동가 30여명도 천막 안팎으로 둘러 행정대집행에 대비했다. 예정된 시간을 9분 남기자 마을에 사이렌이 울리며 갈등이 한층 고조되기 시작했다. 

■ 행정대집행 영장을 알리는 강문철 시 재난관리과장.

7시 55분

철거를 시행할 공무원 100여명이 현장을 방문했다. 행정대집행 책임자인 강문철 재난관리과 과장, 이승찬 대천동장이 천막 2개와 현수막에 대한 철거 집행을 주민들에게 알렸다. 

■ 천막을 둘러싸고 철거에 반대하는 주민, 활동가들.

이날 행정대집행이 내려진 구조물은 해군기지 사업단 정면에 위치한 천막 2동. 주민들은 사업단과 가까운 곳에 위치한 천막을 필사적으로 지키고자, 천막 주위를 에워싸고 내부에서 강동균 마을회장을 포함한 주민 4명이 천막 지지 철제구조물에 쇠사슬을 연결해 신체와 결속시켰다. 나머지 천막에 대해서는 구조물 연결고리를 미리 풀어놓으며 선택과 집중 전략을 취했다.

■ 일찌감치 철거되는 나머지 천막.

8시

8시 행정대집행이 시작하자마 천막 한 동은 신속히 철거 됐지만, 나머지 한 동은 주민, 활동가들로 둘러싸여 쉽게 이뤄지지 않았다.

철거에 반대하는 이들은 ‘영장을 듣지 못했으니 제대로 알려달라’, ‘적법한 절차를 밟으라’고 반발했고, ‘이 분들 모두 삼촌, 형, 동생들 아니냐’며 감정에 호소하기도 했다. 공무원들은 이미 현장에서 행정대집행 영장을 알려드렸다며 철거를 계속 시도했다. 

■ 철거작업 공무원과 주민들이 대치하는 상황.

강문철 과장이 천막 안에 있던 강동균 회장을 만나 대화를 시도했지만 별다른 소통이 이뤄지지 않았으며, 반대 주민들이 강경하게 지키면서 공무원들의 철거시도가 잠시 주춤해졌다.

강동균 마을회장은 “정 철거하고 싶거든 이 주변에 불법공사 감시하는 시설을 지으라. 그럼 물러나겠다. 행정에서는 (해군이) 불법 공사하는 것에 아무런 대처도 못하지 않느냐”고 행정을 질타했다.

이어 “주민들이 천막을 지어 하천관리법을 위반했다는 것은 인정한다. 하지만 우리가 하천을 오염시켰느냐, 교통을 방해했느냐. 오히려 행정이 못하는 것을 주민들이 하고 있는데 이게 대체 어느 나라 법이냐. 목숨을 걸고 지키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 쇠사슬에 몸을 묶은 채 천막 철거에 항의하는 주민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

8시 26분

결국 공무원들이 뒤로 빠지고 경찰이 작업 전면에 나서면서 8시 26분 경찰-철거조가 천막 안으로 진입하는데 성공했다. 점차 압박이 심해지는 상황에서 강동균 마을회장의 노모도 천막 안으로 들어와 읍소하기 시작했다.

■ 천막에 진입한 경찰들.

33분부터는 천막 안에 있는 인원들을 한 명씩 끌어내기 시작했다. 천막 기둥에 쇠사슬을 묶어 신체 부위와 연결해 강하게 반대하는 주민 4명이 있었기에, 경찰은 주변 사람부터 끌어낸 뒤 쇠사슬을 끊어내는 방법을 선택했다.

■ 경찰이 천막 안에 투입되면서 반대하는 시민들이 끌려나오고 있다.

 

■ 절단기로 쇠사슬을 자르는 경찰들.

 

8시 50분

천막 안에서 반발하는 인원이 먼저 끌려나오자 50분부터 쇠사슬을 묶은 주민들에 대해 경찰이 투입됐다.

먼저 천막 한 쪽에서 쇠사슬로 목을 감고 있던 주민 A씨가 절단기를 사용한 경찰에 의해 강제 해제되면서 공무집행 방해로 현행범 체포된 것을 시작으로, 강동균 마을회장까지 모두 4명이 천막에서 끌려나왔다. 동시에 나머지 구조물도 신속히 걷어내며 9시 5분 철거가 마무리됐다.

■ 천막이 뒤로 끌려가면서 강동균 마을회장의 목이 메달리는 상황.

 

■ 강 회장을 비롯한 시민 4명이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현행범 체포됐다.

다만 경찰과 철거조가 쇠사슬을 잘라내는 작업 보다 천막 걷어내는 작업을 먼저 진행하면서, 가장 마지막까지 남아있던 강 회장은 자신의 목에 감은 쇠사슬에 수 초간 매달리는 아찔한 사고를 당했다. 주변에 있던 경찰, 주민, 기자 등이 즉시 몸을 받치며 가까스로 큰 피해는 면할 수 있었다.

경찰은 천막 내부에서 쇠사슬로 항의하던 강동균 회장과 철거에 반발하던 시민들을 포함해 4명을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현행범 체포했다. 

■ 천막 철거가 1차 마무리된 상황.

 

■ 안타까운 마음으로 철거 현장을 바라보는 주민들.

이후 천막이 있던 장소에는 경찰이 배치되면서 출입을 막고 있고, 주민들도 추가로 현장을 찾아 반발했고 주민 한 명이 강정천으로 추락하는 사고가 일어나는 등 크고 작은 충돌이 계속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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