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란 시민기자의 귀농일기

장마철에 비는 오지 않고 흐리면서, 습도는 아주 높은 고온의 날도 장마 이상으로 농작물 관리하기가 힘이 듭니다. 올해는 봄 가뭄으로 진딧물도 극성이었고 다른 해보다도 충들도 훨씬 많아서 벌써부터 외관상 품질이 떨어지는 것이 아주 많이 보입니다. 유기농 귤은 어느 정도 못생긴 것을 봐준다고 해도 심하면 상품에서 제외해야 합니다.

습도가 높은 고온현상이 지속되니 온갖 병충해가 기승을 부립니다. 고온다습한 서귀포는 친환경 농사짓기에 가장 열악한 환경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제가 느끼는 가장 큰 위기는 한중FTA가 아니고, 점점 광폭해지는 이상 기온입니다.

제주도는 봄 가뭄과 마른장마가 지속되는데 중부지방은 연일 물폭탄 수준의 장마가 지속되고 있습니다. 장마철에 비가 오지 않고 가물다는 현상이 오히려 태풍전야 같은 불안감을 들게 합니다. 강력한 태풍이 몰려오거나, 수확기에 내내 비가 쏟아질 수도 있다는 우려가 경험상 생겼기 때문입니다. 하늘보고 웃고 우는 농사다보니 날씨에 관심이 가장 많습니다.

귤농사 중 연중 가장 바쁠 때는 수확기이고 가장 일하기가 힘들 때는 이맘때인 것 같습니다. 방제소독은 새벽이나 저녁때에나 해야 더위 먹지 않습니다.

여름퇴비를 먼저 섭취한 풀들이 일주일에 한길은 자라서 순식간에 정글이 되어 이맘때 제초제 치지 않는 밭을 보기가 힘들 정도입니다. 넝쿨풀들이 순식간에 귤나무를 덮어 버리니 제초제를 치는 심정이 이해 안가는 바는 아니지만 그래도 안타까운 맘이 듭니다.

엊그제는 풀을 헤치면서 방제 소독을 하다가보니 뱀이 똬리를 틀고 나무 위에서 몸을 숨기고 있는 것을 발견하고 깜짝 놀랐습니다. 지난해는 말벌에게 입술을 쏘여서 안젤리나 졸리처럼 섹시하다고 칭찬(^^)을 듣기도 하였습니다. 몇 해 전에 진드기에게 물린 자리는 아직도 가렵고 시커먼 독이 빠지지 않고 있습니다. 농사짓는 동안에 이런 저런 어려움이 가슴 뻐근하게 하곤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쁜 얼굴을 드러내고 탱글탱글 자라고 있는 귤들을 바라보면 나는 귤사랑에 눈 먼 사람이 되어 그 모든 시련을 다 잊습니다. 예쁜 귤들과 귤나무의 건강함에 감사한 마음이 너울파도처럼 밀려옵니다. 자식과 농사는 지난한 어려움 중에도 키우는 기쁨이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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