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란 시민기자의 귀농일기

IMF가 시작되기 바로 직전 남편 회사에서는 중간 퇴직금이 나왔습니다. 주식이 최고치를 갱신하던 시점이라 장바구니를 든 아줌마들까지 증권회사를 드나들던 시점이었습니다.

저도 중간 퇴직금의 돈을 손에 쥐자 아이들 간식비라도 벌어볼까 싶어서 증권회사에 문을 두드렸습니다. 주가가 자고나면 오르던 최고의 시점이라서 처음에는 저도 단기간에 은행이자보다 훨씬 높은 수익을 올리고나니, 자신감이 생겨서 남은 돈마저 몽땅 다 투자를 했습니다. 내 인생의 가장 큰 오류가 시작되었던 거지요. 이후의 과정은 혼이 나가버리고, 제정신이 아닌 상황을 경험하게 되었습니다.
 
IMF가 시작되었고 처음 겪는 경제 혼란의 상황에 전문가도 막대한 손실을 내면서, 투자손실을 감당하지 못하여 자살하는 뉴스까지 나오는 상황이었습니다. 주가 그래프는 끝 모르는 추락을 하였고 증권가는 아수라장이 되었습니다.

저는 원금을 까먹기 시작하자 불안하고 흔들려서 경제의 큰 흐름을 보지 못하고 초단타까지 하여 증권회사에서 거래내역을 책처럼 보내오기도 하였습니다. 올무에서 벗어나기 위해 발버둥 칠수록 점점 더 옭죄어 오는 상황이었지요.

끝내는 원금을 다 까먹고 나서야 더 이상 돈이 없어서 멈출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사이 받은 스트레스가 말할 수가 없어서 내부장기가 파열하여 병원신세까지 져야 했습니다.

그런 큰 수업료를 내고 나서야 저는 비로서 깨달음이 생겼습니다. <돈>은 곧 <독>이 될 수도 있는 존재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돈의 노예가 되어 내 감정이 내 의지대로 조절되지 않았던 경험은, 지금의 농부의 삶에서 <행복>을 삶의 최우선 목표로 여기게 해 주었습니다. 땀 흘려 일하고 번 마딘 돈이 얼마나 소중한지도 깨닫게 되었습니다.

농부가 되어 제가 얻게 된 가장 소득은 노동을 통해서 몸과 마음이 건강해지고, 마음의 평화를 얻게 되어 미래를 불안해하지 않는 긍정 마인드가 된 것입니다.

돈, 돈 하지 않아도 잘 살아낼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을, 흙을 만지며  깨닫게 되었습니다. 비우니 마음의 평화가 절로 스며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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