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란 시민기자의 귀농이야기

동 트기 전에 집 나서서 어스름 저녁때까지,뙤약볕 한낮에도 쉬지 않고 귤 밭에 물을 준지 열흘. 작은 밭이 네 곳으로 나누어져 있어서 한 바퀴 돌고 오니 8일이 걸렸다.

다시 돌아온 신효동 밭은 그사이 귤나무 기색이 더 노랗게 기진맥진해 있었다. 내 눈이 가물거리고 몸이 탈진할 것 같았지만 타들어 가는 귤나무를 보니 한시도 쉴 수가 없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하늘에 비를  내려달라는 기원과 코끼리에게 비스켓 한 조각이 될지언정, 귤 밭에 물을 주는 일 밖에 없었다.

습기 없는 버석버석한 땅은 물을 주자마자 흡수해버리고 나무그늘을 찾아다니며 물을 주어도 지열을 흡수한 내 몸은 달아오른 태양처럼 뜨거워져서 온 몸에 열꽃이 피어올랐다.

내가 힘들다한들  귤나무의 타는 길증만 하겠나 싶어서 귤나무에게 한 모금 물이라도 더 먹이려고 쉬지 않고 물을 주었다. 물은 주는대로 절반은 증발했지만 더 이상의 최선책은 없었다.
 
열대야가 한 달째 계속되어 잠 못 이룬다고 푸념했지만 귤나무에게 물을 주는 동안은 그것도 감정의 사치라는 생각마저 들었다.

생사의 기로에 놓인 귤나무 앞에서 귤나무를 돌보는 사람으로서의 소임을 지키려고 안간힘을 써도 불가항력적인 자연재해의 재앙에 공포감이 서서히 몰려오기 시작했다. 

마을마다 기우제를 지내고, 그 밤 신기하게도 예보에도 없던 천둥번개가 치고 단비가 한 모금 내렸다. 잠 못들고 뒤척이다가 빗소리에 놀라 시계를 보니 딱 10분 소나기가 지나갔다. 얼마나 반가왔던지 한밤중에 달려나가서 비를 맞고 싶었다.

너무 짧은 한모금 비라 아쉬워했더니 월요일 오전 11시...그토록 기다리던 단비가 좍좍 쏟아졌다. 한시간여 내린 단비는 내가 이틀동안 준 물보다도 효과가 있었다. 단 10분만이라도, 단 한시간만이라도 비가 내렸으면 했던 기도는 이루어진 셈이다.다음번 비는 부디 하루종일 내려 주소서.
 
기도가 모여 비가 되어 줄터이니 다음 비가 내릴때까지  나는 인간 스프링클러가 되어 온 몸으로 가뭄을 막아내겠다는 투지가 이글거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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