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란 시민기자의 귀농일기

제가 농사 초기 기술센터에 전정 교육 받으러 갔을 때 강사님이 말씀하신 말중에서 아직도 생생히 내 귓전을 울리는 말이 있습니다. “육지에서 온 사람들 중에서 친환경 농사한다고 요란 떨다가 야반도주 하는 사람많이 봤다“는 이야기였습니다. 어감은 좀 다를지라도 내용은 그런 거였습니다. 그리곤 나를 힐끗 쳐다보기까지 하니 그것은 나를 두고 하는 말이라는 것을 느꼈습니다.

10년이 지난 지금도 그런 인식은 그다지 변하지 않았다는 것을 느끼고 있습니다.지도하는 강사님들이 공공연히 그렇게 말한다고 저의 멘티들이 저에게 전해줍니다. 그런 제주도의 풍토에서 9년을 유기농 귤농사에 전념해 온 저는 친환경 수도를 추진하고 있는 제주도가 왜 친환경 농사를 육성하지는 않는지 안타깝습니다.

초보는 농사를 잘 모르니 관행으로 먼저 하다가 나중에 친환경 농사를 하고 싶으면 하라고 권유한다고 하는데 저는 왕초보에서 곧바로 친환경농부로 전환한 사람이라서 초보도 하고자하는 의지만 있으면 할 수 있다고 권유합니다.

저의  유기농 귤 멘티가 된 대정의 김은주씨는 900여평 땅에 집과 뜰이 있는 귤밭을 지난해 여름에 구입했습니다. 지난해는 거의 방치 수준으로 두었다가 수확하였으나 올해는 정식으로 친환경 재배법을 전수 받고자 저의 멘티를 신청하였습니다.

제주올레를 걷다가 제주도에 와서 살고 싶어서 귤밭을 구입했는데 남편은 아직 퇴직전이라 혼자 와서 미리 노후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서울 토박이 여자 혼자서 유기농 귤농사를 지을 수 있을까~” 처음에 저도 그런 의구심이 생겼지만 상담을 해보고나서 지도에 들어갔습니다.

저도 “농사농”자도 모르는 상태에서 여기까지 왔습니다~“

저의 지도하에 소독기 설치부터 봄에 시작해서 혼자서 소독하고, 나중에는 예초기까지 구입하여 스스로 제초까지하여 올해 귤 농사를 지었습니다.

걱정하던 이웃들이 지켜보고나서 “유기농이 되긴 되는구나” 하고 요즘 말한다 합니다. 얼마전 밭을 돌아 보고 제가 내린 평가는 “올해는 70점 정도입니다. 여름 방제 소독과 풀 관리가 잘 안되어서 좀 엄격하게 점수를 드립니다.  그러나 내년에는 80점, 내후년에는 90점이 될 수 있을 것 같아요. 홀로 소독하고 홀로 예초기를 든 것 자체가 이미 성공의 절반은 하였습니다.“

제주도 변화의 바람은 이렇게 조용히 시작되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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