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충근 시민기자의 식물이야기

눈이 묵직하고 답답했습니다. 거울로 보니 약간 부었을 뿐 특이 증상은 없었습니다. 설핏 생각했던 개○ 징후는 아니었습니다. 팔일까, 무엇이든 간에 최근 시력이 점점 떨어지는 형편이라 겁부터 났습니다. 모든 일 제쳐 놓고 치료받으러 갔는데, 다른 곳 같았으면 더 아플 때까지 기다렸을 겁니다. 병원에서 처방해 준 약을 먹고, 바르니 점차 나아졌습니다.

전에는, 눈시울에 뾰루지가 나면 개○났다하고 안에 이상이 생기면 팔났다고 했습니다. 눈이 아플 때 어떻게 했는지 알암직 헌 분들께 여쭸습니다.

개○이 나면 그곳 눈썹을 뽑아 돌멩이 위에 놓고 다른 돌멩이로 눌렀습니다. 이것을 길바닥에 살그머니 놓아 지나가는 사람이 건들게 하였습니다. 건든 사람에게 개○이 옮아간다고 철석같이 믿었습니다.

개똥을 헝겊 따위에 찍어 개○난 곳에 발랐습니다. 물똥이 찜찜한 사람은 마른 똥도 썼다고 합니다. 그리고 보리 낱알로 개○난 곳을 톡톡 세 번 누르기도 했습니다. 동생이 개○났을 때 어머니의 명으로 보리 고고리 구하러 다녔던 분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중고등학교 때쯤에는 누가 알려줬는지 발바닥에 천평 지평이라는 글을 썼습니다. 개○난 부위에 따라 글자가 달랐던 것 같습니다. 매끈한 돌멩이를 따뜻하게 하여 눈에 대기도 했고, 혀로 핥아 내기도 했습니다. 황백피를 붙였습니다.

젖을 넣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모유로 아이를 키우는 집에, 어느 날 앞집 할아버지가 찾아왔습니다. 사람 이시냐, 이시냐에 아기 엄마가 마루로 나갔더니 신발도 벗지 않고 마루에 눕고는 눈을 뒤집으며 여기 젖 호썰 넣어달라고 하더랍니다. 숨이 컥컥 막힐 정도로 어이가 없었지만, 대놓고 거절하기도 좀 그랬다면서 웃었습니다.

눈벨레기낭은, 잎자루가 제법 길고 탄력이 있는 식물입니다. 잎자루를 누운 U 字로 만들어 눈시울에 끼우면 눈이 뒤집어지는데 어릴 때는 이것도 재미가 있었습니다. 한 아이가 눈을 벨르면 전염이 된 듯 우리는 눈에 눈벨레기낭을 끼웠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끔찍한 놀이인데 그때는 말리는 사람도 없었고 또 특별히 다친 아이들도 없었습니다. 눈벨레기낭은 담쟁이덩굴을 말합니다.

담은 오가는 바람을 고스란히 맞습니다. 여름날, 햇살과 복사열 또한 뜨겁습니다. 이런 환경에서 살아야 하는 담쟁이덩굴은 덩굴손 끝에 흡착근을 장착했습니다. 흡사 개구리 왕눈이 발가락 같이 생겼는데 성능이 좋아 붙으면 쉽게 떨어지지 않습니다. 그리고 잎을 크게 하여  그늘을 만들었습니다. 그 속에서 꽃이 피고 열매가 맺습니다. 큰 잎은 바람을 탈 수밖에 없는데 탄력 있는 잎자루가 어느 정도 상쇄시킵니다.

우리에게 담은 단절 혹은 절망이라는 뜻도 있지만, 담쟁이덩굴에 담은 땅보다 더 좋은, 외려 집 같은 편안한 곳 같습니다. 어른들은 집 벽에 담쟁이덩굴이 살면 몸 긴 짐승이 오른다고 하여 싫어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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