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산업 육성과 넘어야 할 산

IMF로 시작된 경기침체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 경기 하강에 따른 관광수익 감소와 감귤의 소비도 계속 줄어들어 제주도의 기간산업은 갈수록 열악한 상황을 보여 도민들은 살기가 더 어려워졌다고 아우성들이다. 이런 사정을 반영이라도 하듯 제주도와 도내 자치단체들은 스포츠 산업을 전략산업으로 육성하여 제주의 기간산업을 이끌어가겠다며 여러 대회를 유치하는데 안간힘을 쏟고 있다. 얼마 전에 끝난 2001년 삼성코리아 오픈 국제배드민턴대회를 비롯 세계태권도 대회와 내년에 열릴 월드컵축구대회 등을 통해 제주를 대내외에 알리고 관광과 1차 산업을 진흥시키겠다는 것이다. 스포츠 산업은 무공해 산업으로서 관광휴양의 섬인 제주도에 어울리는 산업이라는데 이의를 달 사람은 별로 없는 것 같다. 그러나 제주를 지탱하는 생명산업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앞으로 넘어야 할 산이 너무 많다는 생각이다. 첫째는 스포츠 시설을 많이 확충해야 한다는 점이다. 외국인 또는 육지부 선수들을 많이 초청하여 대회를 치른다 해도 경기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고 제주에서의 생활에 불편함이 없어야 만이 이들이 제주를 기억하고 다시 찾게될 것이기 때문이다. 많은 시간과 돈을 들이며 제주를 찾았지만 마땅한 훈련장소가 없거나 대회 경기장이 경기를 하기에 불편함을 느낀다면 이들의 머리 속에 제주도는 스포츠를 하기에 부적당한 곳이라고 각인될 것이다. 이렇게 되면 대회를 개최하지 않은 것만도 못한 역효과를 얻을 지도 모를 일이다. 실내체육관의 완벽한 시설 보완은 물론이고 실외 운동장도 공인규격에 맞게 정비하고 그라운드 여건도 지금보다 월등히 나아져야 함은 물론이다. 비가 올 경우 물빠짐이 좋지 않아 경기를 하지 못하거나 바람이 다른 곳보다 강해 공이 제대로 날아가지 않는다면 스포츠 메카라 하기에는 어딘가 미흡해 이들로부터 좋지 않은 인식을 심어 주기에 안성맞춤이다.다음은 우리 제주도의 특성을 최대한 살릴 수 있는 대회 유치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제주도의 지리적 여건으로 볼 때 겨울철에는 다른 지방에서 실시하기 어려운 동계전지 훈련의 최적지이고 여름철에는 4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점을 활용해 수영·낚시·다이버 등 휴가형 스포츠를 중점적으로 개최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따라서 봄·가을에는 페러글라이딩 등 관광과 연계된 스포츠가 활성화 돼야 하겠고 여름에는 휴가를 오는 기분으로 스포츠도 함께 즐길수 있어야 하며 겨울에는 따뜻한 기후 조건을 이용한 스포츠를 육성해야 한다는 것이다.지난 1월초 육지부 지방에는 폭설이 쏟아져 골프를 즐길 수 없게 되자 국내·외 골퍼들이 제주로 몰려들어 예약하기 조차 어려웠다는 점을 잊지 않는다면 그것은 바로 제주의 특성을 살린 스포츠 육성에 청신호가 된다는 말과 일치한다고 하겠다. 또한 1월5일부터 11일까지 7일 동안 본사가 주최한 제2회 전국동계훈련 청소년축구대회에도 육지부에서 30개팀 1천2백 여명의 선수와 학부모들이 참가해 눈 대신 비를 맞으며 축구를 할 수 있어 너무나 좋다며 제주의 온화한 날씨에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그러나 스포츠 시설이 훌륭하고 기후가 스포츠를 하기에 적당하다고 해서 스포츠 산업이 저절로 육성되는 것은 아니다. 그들이 제주에 체류하는 동안 먹고 휴식을 취하는데 불편함도 없어야 한다. 숙박업소의 시설이 불결하거나 음식이 부실하게 준비돼도 제주의 이미지는 크게 타격을 받을수 있다.이달 초 본사가 주최한 축구대회에 처음으로 출전한 팀 관계자들에 따르면 “남해안 지역 모 자치단체가 우리 나라에서 제일 훌륭한 잔디구장들을 마련했다고 해서 그 지역에서 개최하는 대회에 참가한 결과 시설은 소문대로 양호했지만 형편없는 숙박시설과 음식 때문에 고생을 했다”며 앞으로는 그 곳에는 가지 않겠다며 불쾌한 반응을 보였다.그렇지만 제주도의 숙박업체나 음식점 모두가 양호한 것은 아니다라는 지적에 대해 도내 관련업소들이 실천적으로 반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른 지역 업소보다 비싼 가격을 받으면서도 식사의 질은 나빠 축구팀 지도자들이 “다음부터 저곳에서는 절대로 숙박하지 않겠다”며 후진적인 상술을 나무라기도 했다. 이외에도 스포츠 산업이 제주의 기간산업으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제주도를 비롯한 도내 자치단체들의 사고의 전환이 시급하다고 하겠다. 도내 자치단체 구분은 주민들의 생활편의를 고려하지 않은 채 별다른 이득 없이 정치적·행정적 견지에서 나눠졌다고 볼 때 각 자치단체별로 각종 대회를 치르는 것은 행정낭비는 물론이고 예산낭비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이다. 제주도와 4개 시·군은 꼭 지역을 고집해 대회를 개최할 필요가 없을 때에는 전도체육대회 때처럼 모두가 힘을 합쳐 대회를 열자는 것이다.이렇게 할 경우에는 각 자치단체별로 대회를 하는 경우보다 개최효과는 물론이고 홍보효과도 보다 효율적으로 이뤄질 수 있고 또한 자치단체간 보이지 않는 시기와 대립도 적어질 수도 있는 일이다. 누차 지적되고 있지만 세계인의 축제인 2002년 월드컵 축구대회도 자치단체간 도움이 이뤄지지 못하고 '내 일이 아니다'란 시각 때문에 문제가 쉽게 풀리지 않고 있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되겠다. 오명문/본지 편집국장 제247호(2001년 1월 1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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