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성중의 문화엿보기<18>

국제무대에서는 한글을…지난해 6월 초 필자는 아내와 함께 8일간 중문 관광단지에서 개최된 ‘국제철인3종경기’에서 자원 봉사를 했다. 프레스 센터에서 국내외 기자들에게 경기에 대한 필요한 정보를 제공해 주는 것이 우리의 임무였다. 하지만 우리가 만난 외신기자들은 단순히 경기에 대한 정보만을 요구하지 않았다. 호주에서 온 한 기자는 이미 자기가 일하고 있는 잡지사의 인터넷 홈페이지에 제주도의 사진들과 관광 정보들을 실은 것을 우리들에게 보여 주었다. 그와 동시에 한글에 대한 정보도 알고 싶어했다. 비록 개인적인 이유였지만 그는 이미 한글은 조금만 공부하면 뜻은 모를 지라도 읽을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우리 부부는 기꺼이 한글의 자음과 모음, 그리고 발음 방법에 대해서 가르쳐 주었다. 그리고 며칠 후 경기 시작 하루 전, 프레스 센터에 커다란 포스터가 걸렸다. 그 포스터는 프로 선수들과 기자회견시 배경으로 사용하기 위해 “Ironman Triathlon Asia Cheju Korea”와 커다란 ‘鐵人(철인)’이란 한자로 고안되었다. 이 포스터를 본 아내는 Cheju에 대해서 모르는 외국인이 사진이 찍힌 기사를 읽었을 때, 이 경기가 중국에서 개최 된 것으로 착각할 것 같다는 의문을 보였다. 아마 이 포스터를 디자인했을 때, 많은 일본인 참가자들을 고려했을 것으로 생각되지만 한번 더 생각한다면 이런 공식적인 포스터에는 당당히 한글을 사용해야 더 효과가 크다고 생각된다. 한글을 모르는 일본인들은 저 단어가 무엇을 뜻하는지 알려고 할 것이고, 한글을 처음 보는 외국인들은 한글이 어떻게 생겼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최소한 한국이 한글이라는 고유문자를 갖고 있다는 의식을 하게될 것이다. 필자는 미국에서 공부하고 있을 때도 비슷한 경험을 했다. 도서관에서 우리나라 굴지 신문사의 인터넷 홈페이지에 접속했을 때, 중국인 친구가 와서 언제 중국어를 배웠냐는 호기심어린 질문을 했던 별로 유쾌하지 않은 기억을 갖고 있다. 이미 일본과 중국은 자기들의 문자를 가지고 옷과 화장품 등의 디자인으로 이용해 상품화하고 있는데 우리는 세계적인 행사에서 그들을 도와주고 있으니 좀더 한글 사용에 신중을 기해야 된다고 생각된다. 제247호(2001년 1월 1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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