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통해 상처 치유하는 여고생들 이야기
<칠십리 책방> 길 위의 책
계간<동화 읽는 가족>과 아동 문학 전문 출판사 '푸른 책들'에서 제정한 제3회 푸른 문학상 '미래의 작가상' 대상 수상작. 고등학생을 중심인물로 하고 그들을 주독자로 하는 성장소설로 '책'을 통해 상처를 치유하는 여고생들의 이야기. 소극적인 성격에 공부도 못하고 집안 형편까지 복잡한 필남과 모든 일에 적극적이고 공부도 잘 하는 나리,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둘이 운명처럼 만나고 둘도 없는 친구사이가 된다. 그러나 같은 상처를 숨긴 채 그들은 고민하고 방황하고 상처를 치유해나가고 한층 더 성장해나간다.
질풍 노도의 시기, 주변인, 사춘기라고 불리는 청소년들의 성장통을 담고 있는 성장 소설 『길 위의 꿈』은 여자 고등학교 도서반의 일년 활동을 서사 축으로 삼고 매달 열리는 세미나의 작품 분석과 인물들의 갈등으로 엮었다. 청소년들의 정신 성장에 꼭 필요한 여러 성장소설들 신경숙「외딴방」, 헤세「데미안」, 샐린저「호밀밭의 파수꾼」등과 영화「길버트 그레이프」까지 영화와 책을 매개로 한 청소년들의 자아와 세계를 성찰하는 깊이 청소년소설로 아동문학의 새로운 영역을 확장 시키고 있다.
이경주(서귀포시민의책읽기위원장, 이하 ‘이’)= 본인 소개를 부탁합니다.
김지은(이하 ‘김’)= 책을 좋아하는 서귀여고 1학년 김지은 입니다.
이: 흔히들 꿈 많은 여고시절은 미래를 준비하는 중요한 시기라고 하지요. 그렇다면 현실은 어떤가요.
김: 솔직히 중학교 때보다 훨씬 바빠지고 피곤하네요. 예전과 비슷한 시간에 잠을 자도 더욱 피곤합니다. 그리고 전보다 할 일이 많아졌죠. 수행평가도 까다롭고 공부도 어려워졌습니다. 밤늦게까지 공부하는 것이 저에겐 제일 힘들더라고요.
이: 요즘 학생들이 책을 가까이 하지 않는 이유가 뭔가요.
김: 우선은 스마트폰이나 게임 등 놀거리가 많아졌지요. 친구들을 보면 아무래도 신경이 책보다는 검색이나 카톡을 많이 하게 되면서 책에 집중하는 것이 어려워졌지요. 고등학생 입장에서 보자면 또 다른 이유로 공부할 분량이 너무 많아졌어요. 그래서인지 핑계처럼 들리겠지만 시간이 없어 문제예요.
저도 확실히 예전보다는 책 읽는 시간이 줄어들었습니다. 분량이 적은 소설이라거나 간단한 만화, 여행기 같은 것은 공부에 스트레스를 느끼는 학생들이 더러 읽기는 합니다. 그럴 시간이 허락한다면 말입니다. 하지만 작정하고 책을 읽을 시간을 따로 마련하지 않으면 웬만해서 자발적으로 책을 읽기가 어렵네요. 공부하느라 바쁘기 때문에.... 더구나 두껍거나 활자가 작은 책들은 손이 많이 타진 않네요.
이: 학교에 가는 건 공부하기 위해서죠. 공부는 학생 본분이 아닌가요.
김: 그거야 그렇죠. 하지만 세상은 교과서에 딱 맞추어져 있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학교 공부란 삶의 기초로서 앞으로 나아가야 할 인생의 길을 배우는 것이지만, 요즘 저희가 하는 공부는 끼를 발산하거나 꿈을 위한 게 아니라 대학진학만을 위한 입시준비에 모든 시간을 빼앗깁니다.
원래 사람들이 말하는 교육은 세상을 살면서 배우고 가르치는 모든 것이라 생각합니다. 얼마나 중요한 일이겠어요. 그런데 학생 입장에서 교육은 입시교육만을 뜻하는 것으로 여겨집니다. 정말 선정된 시민의 책을 마음 놓고 읽고 싶은데 학생이기에 입시라는 것이 모든 것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이죠. 1학년인데 이정도면 3학년이면 어떨까요!(웃음)
이: 좋은 지적이네요. 그래도 오늘은 시간을 내서 시민의책과 마음 편히 얘기해볼까요. 대담은 ‘길 위의 책’입니다. 어떤 길을 일깨워주고 있는가요.
김: 이 책은 어떻게 자신의 앞길을 개척해가야 하는지를 생각하게 해줍니다. 주인공이 그렇듯이 고민이나 갈등이 없는 사람이 없잖아요? 책을 읽음으로써 그동안 주위에 있던 갈등을 풀어나가고 자신의 진로를 정하게 되죠. 책은 과거의 성찰과 동시에 미래를 그려나가게 합니다.
이: 이 책은 ‘성장’이라는 주제가 선명합니다. 주인공 필남이 변해가는 과정이 어떻게 그려져 있는지요.
김: 다른 사람들과 붕 떨어져 방황하며 살아가던 필남이가 도서반 활동으로 전보다 다른 모습으로 변해 갑니다. 맞닥뜨리는 여러 가지 고민과 갈등을 적극적으로 풀어나갑니다. 주인공이 도서반 활동을 안 했더라면 그는 어떤 고민이나 갈등도 겪을 필요가 없었겠지요. 그렇지만 나리의 영향이나 선생님의 배려가 없었다면 필남은 변할 수 없었겠지요.
이: 그렇군요. 저자는 현직 여학교 교사입니다. 소설 속의 선생님의 역할은 어떤가요.
김: 매월마다 성장소설을 정해서 심층독서와 독후토론을 통해 스스로 변하도록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이끌어줍니다. 자기 스스로 깨닫고 변화하는 것만큼 중요한 게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우리 학생들은 아직 그런 단계까지 성숙하거나 경험하지 못한 풋내기들이예요. 이 책이 우리들에게 그런 간접경험을 하도록 도와줍니다.
이: 저자는 주인공을 빌어 ‘읽으면서 성장한다’며 책 읽기를 강조합니다. 그 의도는 어디에 있는가요.
김: 매월 선정도서로 ‘데미안’, ‘호밀밭의 파수꾼’같이 여러 성장소설을 제시하고 독서 동아리 활동을 통해 심층독서, 독서토론 과정을 거침으로써 깊이 있는 독서를 권유합니다. 그렇게 독서를 유도함으로 그저 글을 읽어 넘기게 아니라, 스스로 생각해보게 하는 독서활동을 강조합니다.
이: 청소년들에게 이 책은 어떤 의미가 있을 것이라 생각되나요.
김: 그저 공부만 잘 한다고 해서 그게 전부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아직 저도 많이 살아본 것은 아니지만 언제까지 학교라는 곳에서 보호받으며 살아갈 수 있는 건 아니니까요. 고등학생인 필남과 우리는 서로 비슷한 상황일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 책에서 필남의 성장과정을 보며 제 자신을 비추어 보게 됩니다. 이 책을 읽는 우리 또래들도 자기 스스로를 한 번 더 생각해 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이: 아주 깊이 있는 독서가 되었군요. 책을 다 읽고 난 소감은 어떤가요.
김: 학교 공부가 다양한 독서활동이 중심이 되었으면 합니다. 책으로 많은 지식이나 감성을 기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책을 통해 사람이 바뀔 수도 있다는 점, 사람은 어떠한 계기가 있다면 변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계기가 책일 경우가 많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길 위의 책’ 이 바로 이를 일깨워 주고 있습니다.
이: 기타 독서 관련, 특별히 하고픈 말이 있다면 무엇인지요.
김: 책의 중요성을 다시 느낍니다. 책은 내 삶의 ‘멘토’라고 생각합니다.
‘2014년 서귀포시민의책’을 읽고 독서대담을 하고자 하는 분은 위원회로 전화(760-3675) 주기 바랍니다.
정리 류정숙 서귀포시민의책읽기위원
사진 안재홍 서귀포시민의책읽기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