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탁상행정, 솔동산 문화의거리

2015-09-07     서귀포신문

 솔동산 문화의거리를 두고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막대한 예산을 들여 문화의거리를 만들었지만, 사업 시행단계부터 지역주민과 소통부족으로 밀실에서 추진하는 것처럼 비쳐졌다. 급기야 지난 2월 사업이 완료되자마자 솔동산 특성 외면, 지역 정체성 미흡, 차별성 없는 문화거리 등 시민과 문화예술인 들 사이에 온갖 비판과 지적이 봇물을 이뤘다.

 솔동산 문화의거리 입구에 세워진 화살 모형 조형물은 문화예술 행정의 난맥상을 보여주는 대표 사례다. 당초 솔동산 지명을 본떠 거리 입구의 양쪽에 솔방울 조형물을 설치했지만, 눈에 띄지 않는다는 이유로 곧 철거했다. 이어 공모과정을 거쳐 화살모형 조형물을 커다랗게 설치했지만, 무기로 된 조형물이 문화의거리 취지에 맞지 않다는 비난이 들끓었다. 화살모형 조형물이 솔동산 지명유래와도 동떨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뒤따랐다.

 이러한 비난을 의식한 탓인지 최근에는 화살 모양 조형물 끝 부부인 화살촉이 슬그머니 천사모양으로 뒤바뀌었다. 전체적으로 화살 조형물 형태를 띠면서도 화살 촉 부분에만 천사모양 조형물로 교체되면서 정체불명의 조형물이 탄생했다. 문화의거리 조성 과정에서 벌써 3차례나 상징 조형물이 교체되면서 시민과 관광객들에 혼선만 부추기고 있다. 조형물 설치나 교체 과정에서 시민들의 참여는 전적으로 배제됐다.

 솔동산 문화의거리 조성사업이 시민들에 불신을 심어준 데에는 무엇보다 행정의 책임이 크다. 모든 사업을 제주도가 추진했기에 서귀포시는 물론 시민들은 사업추진 목적이나 추진과정을 알지 못했다. 제주도가 일부 마을 대표들과 협의해 사업을 추진하다 보니, 지역주민들조차 사업이 완성된 뒤에야 사업내용을 파악할 수 있었다.

 문화도시를 지향하는 서귀포시는 이번 솔동산 문화의거리 조성사업 전반의 문제점을 분석한 뒤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 이중섭 거리의 성공에만 도취할 게 아니라, 솔동산 문화의거리 조성사업에서 야기된 시민들의 행정불신을 새롭게 씻어내야 한다. 제주도 또한 말로만 행정시 기능 강화만 부르짖지 말고, 행정시에 대한 실질 지원에 나서야 한다. 이번 사업이 탁상행정을 바로잡는 계기로 이어지길 당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