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지개발 신중하게 접근해야
도내 부동산 가격 폭등 기세가 멈추지 않고 있다. 중국인의 제주 부동산 투자, 대규모 개발사업 추진, 다른 지방 사람들의 제주 이주 폭증 등 요인이 겹치면서 아파트·토지·상업용·단독주택 가리지 않고 가격이 급등하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부동산 가격 상승은 팍팍한 서민들의 삶을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 주택가격 상승이 전세·사글세 인상으로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지 않아도 금리 인하로 인해 전세집이 사글세로 전환되는 추세가 일반화 되면서 힘들어진 무주택 서민들의 삶을 더욱 쥐어짜고 있는 형국이다.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르자 원희룡 제주도지사가 택지개발의 칼을 빼들었다. 신규택지 개발 방침을 밝힌 것이다. 10월 1일 정례 직원조회에서 택지조성과 주택공급정책을 가다듬어 내놓겠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 같은 도지사의 발언은 불붙은 부동산 시장에 기름을 부은 격이 됐다. 숨고르던 부동산 열기가 다시 뜨거워진 것이다. 일부 지역에서는 자신들의 지역을 택지개발지구로 지정해 달라는 요청을 공식적으로 하기도 했다.
한 달 후인 2일 직원조회에서 원 지사는 다시 부동산에 대해 언급했다. 택지개발에 대해 우려도 있고 기대도 있다. 그런 내용들은 귀 기울여 듣겠지만, 지금까지 결정된 정책 또는 진전된 논의는 없다. 이제 본격적으로 내부적인 논의를 시작하는 단계에 있는 만큼 잘못된 정보, 설익은 정보, 또는 투기 등 다른 목적을 달성하려는 의도가 개입된 정보로 인해 선량한 도민들이 피해를 보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주택 관련 업체들과 자본들이 어떤 이익을 취하기 위한 기회가 아니라, 실수요자 중심에 선, 그리고 제주의 환경 보전, 원도심 활성화, 지역균형발전 계층간 공존 등 이런 모든 가치들이 조화를 이룰 주택정책을 마련하겠다. 이런 정책은 당연히 시간이 필요하고 당사자들과 전문가들의 다양한 의견들을 걸러내기 위한 수많은 논의 과정이 필요한 작업이다. 꼼꼼하고 과감하게 정책을 마련한다는 자세로 우선 연말까지 기본 큰 방향에 대한 윤곽을 잡아 범위를 좁히고, 구체적인 실행계획은 내년에 진행될 것이다. 이런 내용이었다. 다시 한번 택지개발 추진을 확인하고 이에 따른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원 지사의 이 같은 발언들에 우려를 금할 수 없다. 이 같은 발언들은 현재 진행중인 부동산 급등세를 진정시킬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오히려 급등을 더 조장할 우려가 있다. 물론 택지개발은 필요하다. 제주지역에는 오랫동안 택지개발이 중단되면서 자연녹지.계획관리지역 등을 중심으로 난개발이 급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작도 안된 택지개발에 대한 도지사의 섣부른 발언은 그 영향이 기대와는 다른 방향으로 튈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부동산이 급등한 다음 내놓은 이런 대책은 대책 중에서도 하책이다. 정책이라고 하기도 민망하다.
중국 춘추전국시대 ‘화타’라는 명의가 있었다. 화타에게는 위로 형이 두 명 있었는데 모두가 의술이 뛰어났다. 위나라 임금이 편작에게 물었다. “그대 3형제 중에 누가 병을 가장 잘 치료하는가?” 편작의 대답은 다음과 같았다.
큰 형님은 상대방이 아픔을 느끼기 전에 얼굴 빛을 보고 그에게 장차 병이 있을 것임을 알아서 그가 병이 생기기 전에 원인을 제거하여 줍니다. 그러므로 상대는 아프기도 전에 상태를 치료받게 돼 형님이 자기의 고통을 제거하여 줬다는 사실도 모르게 됩니다. 형님이 명의로 소문나지 않는 이유입니다. 둘째 형님은 환자의 병세가 미미한 상태에서 그의 병을 알고 치료를 해줍니다. 그러므로 이 경우도 환자가 자신의 병을 낫게 해 주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저는 병이 커지고 환자가 고통 속에서 신음할 때가 되어서야 비로소 병을 알아보았습니다. 환자의 병이 심하므로 진기한 약을 먹이고 살을 도려내는 수술도 했습니다. 제가 명의로 소문이 난 이유는 여기에 있습니다.
무릇 모든 정책은 문제가 되기 전에 미리 방책을 추진해야 백성의 고통이 없다. 지금의 부동산 문제처럼 백성의 고통이 커진 다음 정책을 수립하는 것은 하책이다. 부동산이 한 번 폭등하면 백약이 소용 없는 경우가 많다. 지금 거론되는 택지 공급 정책이 실행되고 집을 지을 수 있는 상태까지 가려면 최소한 30개월 이상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이런 상황을 파악한다면 조용하게, 정확하게 상황을 분석하고 가장 빠른 길을 찾아 전광석화처럼 정책을 수립하고 추진하는 길을 택해야 한다. 발언은 그 다음에 대도 늦지 않다. 발언 먼저 해놓고 정책 수립에 들어가는 것은 너무 경솔한 느낌이 든다. 도지사의 이런 발언이 누구를 향하고 있는지 헷갈릴 정도다. 도민의 살림을 위임 받은 책임자의 발언은 태산같이 무거워야 한다. 그래야 도민들이 그 발언을 신뢰하고 그 바탕에서 추진되는 정책은 힘을 얻는다. 이왕 정책의 기조가 결정된 만큼 서민들의 고통을 잠재울 좋은 정책을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