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지금은 파티를 할 때가 아니다

2015-11-19     서귀포신문

공항 입지 발표 후폭풍이 거세게 일고 있다. 마을마다 온도 차이는 있으나 저마다 비상사태로 인식하고 대응책 마련에 분주하다.

가장 많은 부지가 포함된 온평리는 반대대책위원회를 공식 출범했다. 당초는 반대가 들어가지 않은 대책위 구성이 유력하게 거론됐으나 논의가 거듭되는 동안 반대가 추가됐다. 신산, 난산, 수산, 고성리 등도 사태 진전을 예의 주시하면서 대책위를 꾸리기로 했거나 꾸릴 준비를 하고 있다.

어찌 보면 당연한 수순이다. 공항이 들어서는 마을은 조상 대대로 내려온 터전을 잃게 됐다. 조상의 묘지도 공항 개발로 사라진다. 조용히 살고 싶어 성산으로 이주했다는 이주민의 불만도 있다.

제주도에도 비상이 걸렸다. 원희룡 지사가 직접 마을을 돌며 설명회를 갖고 주민 설득에 나서고 있다. 충분한 보상도 약속하고 있다. 원 지사의 설명이 아니라도 성산읍 지역이 공항 개발로 크게 발전할 것이라는 것은 누구나 알 수 있다.

그러나 삶의 터전을 잃고, 주민들이 뿔뿔이 흩어지게 될 마을 주민들의 상실감은 막대하다. 보상을 받더라도 그 돈으로 집을 사고, 농지를 사려면 부족하기 마련이다. 원 지사 스스로가 잠을 못이루고 있다고 털어 놓았지만, 잠을 못이루는 것은 원지사만이 아니다.

원 지사야 며칠 잠을 못 이루고 넘어갈 지 모르지만 마을 주민들은 앞으로 수 천 수 만 날을 잠못이뤄야 할지 모를 일이다.

그러나 제주 공항은 1백년 앞을 내다보는 대역사다. 제주 발전에 꼭 필요한 시설이다. 그렇다면 행정에서는 보다 더 적극적으로 주민들을 설득해야 한다. 규정에 얽매이지 않고 보상을 충분하게 해줄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사정이야 모두 있겠지만 입지 선정이나 발표과정에서의 혼돈이 지역 주민들을 더 화나게 하는 요인이 됐다. 실제로는 온평리가 가장 많은 땅이 포함됐는데도 신산공항이라고 했다가 뒤늦게 성산공항이라고 정리한 것이 한 예이다.

신산지역이 유력하게 검토되다가 대한항공의 정석 비행장과 항공권역이 겹친다는 이유로 온평리로 옮긴 것도 석연치 않은 구석이 있다. 대기업 봐주기라는 곱지 않은 눈길이 많다.

필요성에 대한 강조만으로는 주민들을 설득할 수 없다. 당장 마을 주민들은 타향으로 몰리게 됐다. 주민들의 마음을 얻으려면 진정성이 있어야 한다. 입에 발린 계획으로는 설득이 어렵다.

설익은 발표도 자제돼야 한다. 책임자의 입을 바라보는 주민들은 어, 아 한 마디에 울고 웃는다. 에어시티 개념도 마찬가지다. 주민들은 언론의 보도내용에도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자신들의 얘기는 아예 다루어주지도 않는다는 것이다. 지역 주민들이 내 건 반대 현수막을 읍장의 지시로 떼어낸 사실 하나로 주민들의 불만은 증폭되고 있다는 사실을 곱씹어 봐야한다.

주민들이 궁지에 내몰린다는 생각을 하게 되면 사태는 크게 번진다. 반대투쟁으로 이어지면 제2의 강정이 될 가능성도 있다. 공항은 물거품이 될 수도 있다. 보다 신중하게, 보다 적극적으로, 주민들의 입장에서 하나하나 차근차근 접근해야 할 것이다. 우선 주민들이 무슨 얘기를 하는지 귀기울여야 한다.

지금은 파티를 할 때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