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감귤 위기 극복 시급하다

2015-12-11     서귀포신문

지난 2일, 제주도청 정문 앞에서 상복을 차려입은 채 애써 수확한 감귤과 콩, 무, 마늘 등을 길바닥에 쏟아 부으며 기자회견을 연 농민단체 대표들의 모습에서 그 좌절과 분노가 얼마나 큰지 실감할 수 있었다. 한중FTA에 이어 TPP까지 밀어닥치면 우리 밥상은 누가 책임지나. 농업인들은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아 하루하루 괴로워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감귤농사를 짓는 농민은 가격 폭락을 농민 탓으로 돌리지 말고 농사를 지을 수 있는 정책을 내놓아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얼마나 답답했으면 저러실까, 누구에게라 할 것 없이 공분이 이는 현장이었다.

농심이 마르다 못해 바싹바싹 타고 있다. 또 계속되는 비날씨 만큼이나 마음 속은 수심으로 가득하다. 2015년산 53만톤 예상 생산량 가운데 통계상으로는 50% 가량 수확했다고 하지만 실제 출하율은 27% 조금 넘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 수확이 제때에 이뤄지지 않으면서 비상품 감귤도 예상치를 훨씬 웃돌 전망이다. 큰 걱정이 아닐 수 없다. 수확이 미뤄지면서 인력난이 겹치고 여기에다 가격하락 현상까지, 엎친 데 덮친 격이다. 향후 홍수출하에 따른 부작용까지 이어진다면 헤어날 길이 없어 보여 감감하다. 그야말로 올해 감귤 농사가 위기에 봉착해 있다.

12월 1일 감귤 데이를 제정하면서 도지사까지 서울 한복판에 나서서 홍보와 수요 창출, 소비 촉진 등에 나선 모습이 뉴스를 탔으나 반짝 행사로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농심은 물론 1차산업, 특히 제주의 생명산업이라 일컫는 감귤을 살리기 위한 진심어린 마인드와 근본적인 대책이 없는 한 별무소용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서귀포시정이 발 벗고 나선 것은 여간 다행한 일이 아니다. 제주 생명산업인 감귤이 총체적인 위기를 맞고 있으나 감귤 구조혁신 계획에 발 맞춰 모두가 힘을 하나로 모아야 이 위기를 극복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는 현을생 시장의 인식과 지적은 타당하다.

서귀포시가 감귤농정과와 읍면동에 감귤수확 인력지원 창구를 마련해 일손 돕기에 나선 것은 잘하는 일이다. 서귀포시 공무원들이 주말과 휴일은 물론 연가를 활용해 자율적 감귤수확 일손 돕기에 나선 일 역시 상찬할 만하다.

고래로부터 십시일반이라 했다. 백짓장도 맞들면 낫다고 했다. 공무원들의 일손돕기 참여나 시민들의 자발적인 동참이 꾸준하게 이뤄질지는 아직 미지수이다. 그러나 고령농, 여성농, 장애인 농가 등 취약계층 농가에 대한 도움, 도내외 자매결연 기관단체들과 자원봉사자 등의 일손 돕기 지원이 이어졌으면 하는 바람이 크다.

누구보다 위기 극복에 적극 나서야 할 사람은 도지사이다. 안일한 대응으로 일관하는 제주도 농정당국은 감귤의 안정적 판로 확보, 가공용 감귤 수매 확대 등 좀 더 발 빠르고 실질적인 감귤산업 위기 극복 실천에 나서야 할 시점이다. 도지사가 앞장서서 타들어가는 농심을 달랠 수 있는 대책을 시급히 마련하고 즉각 시행에 나설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