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에 대한 신뢰
지난 23일 제주도의회 행정자치위원회가 서귀포시를 방문해 업무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도의원들은 서귀포시장에게 제주해군기지 진상조사와 관련한 의문을 제기했다. 시장은 답변을 통해 행정에서 주도적으로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하면서 강정마을 주민들의 합의가 도출돼야 가능하다고 보며, 마을 주민들과 소통을 통해서 어떤 방법이 좋은지 대안을 찾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지금까지 무엇을 했느냐는 물음이 가능한 부분이다. 바로 내일(26일) 제주해군기지(민군복합형 관광미항)가 입지선정 9년 만에 완공돼 준공식이 개최되는 날이다. 도지사와 시장은 이 자리에 참석하는지, 그리고 무슨 말을 할 것인지 도민들은 지켜보게 될 것이다. 잘못된 행정 행위가 어떠한 결과를 초래하는지 강정 주민이나 함께 갈등과 아픔을 겪은 많은 도민들은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성산읍 오조리 성신유치원 코앞에 들어서는 연면적 8336㎡ 지하 1층지상 8층, 총 174실 규모의 호텔 건축 허가는 또다른 갈등을 야기시킨 행정 행위이다. 법적 처리 절차를 보고 방안을 강구하겠다는 서귀포시의 입장은 너무 느슨한 게 아닌가 여겨진다. 허가 행위 자체에 하자가 있음을 인지했다면, 또한 학교보건법 위반이 분명하다면 허가취소 절차를 고려해야 할 사안이었다고 보는 시각이 많다. 지상8층 174실 규모 호텔이면 생활 숙박이라 주장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보는 입장이다.
다시 한 가지는 남원읍 하례1, 2리간 분수림(分收林) 사유입목 매수사업에 따른 보상금을 놓고 빚어진 갈등 양상이다. 보상금 지급 과정에서 어느 한 마을로 일괄 처리한 행정행위 자체가 잘못된 것이었다. 하례1리와 2리로 분리되기 이전인 1962년에도 하례2리에 40가구가 모여 살았는데 그 전부터 시작된 식재사업에 참여해온 주민들이었다. 하례1리에만 보상금을 지급한 일은 잘못이라는 주장이 타당해 보이기 때문이다. 조림이 이루어진 시기를 하례2리가 분리된 1965년 이전으로 보고 하례1리에 보상금을 지급한 것(한라일보 3월 31일자)이라는 서귀포시 공원녹지과 담당 공무원의 답변은 앞뒤가 맞지 않아 보인다. 문제는 그동안 서귀포시와 남원읍의 중재나 문제해결 노력이 미흡하다는 점은 행정에 대한 신뢰 차원에서 곱씹어봐야 할 대목이다. 이러한 방조가 모든 행정 행위로 번지지 않을까 우려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