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의 아픔, 누가 위로하나
지난 2월 26일, 제주해군기지 준공 이후 강정마을은 '평화 강정'과 '안보 해군'의 다소 아이러니한 동거시대가 시작됐다. 이날 준공식 현장에 귀빈으로 참석한 찬성측 주민들과 달리 아예 초청받지도 못한 강정마을회 소속 주민들은 절망과 분노를 곱씹어야 했다. 그리고 그런 중에도 생명평화문화마을로 지켜내기 위한 결의를 거듭 다졌다. 지난 7일에는 4년전 구럼비바위 발파일(2012. 3. 7)을 치욕의 날로 규정하며 기자회견까지 열었다. 마을 주민들에게 있어서 "구럼비바위는 4·3의 환란에서 주민들의 목숨을 지켜주던 은신처였고, 바다를 매개로 세대를 이어주던 교육, 교감의 장이었으며 지친 마음과 몸을 치유해주는 병원이며 쉼터였다"는 점을 명확히 하고 있다.
4·3의 계절이 다가오는 시점에서, '강정은 4·3이다'라고 노래한 어느 시인의 시어를 떠올린다. 시인은 지난 2012년에 시집을 펴내며 "평화가 깨지고 인권이 유린되는 가장 아픈 마을 강정에서, 실천적인 평화와 세계적인 연대로 해방과 통일, 평화와 사랑이 기적처럼 새 길을 만들고 있다. 이것이 강정의 정신이 4·3인 이유"라고 설파했다. 생명평화문화마을 강정을 희구하는 마을주민들의 소망에, 그 마음에, 불길이 이는 그 가슴에 공명을 일게 하는 언사이다. 진정으로 그러한 참된 평화, 실천적인 평화는 이뤄질 것인가. 강정마을 주민들의 분노는 누가 달래고 위로해 줄 것인가, 강정의 평화를 생각하는 많은 이들에게 걱정이 아닐 수 없다.
지금도 문제는 해군기지 완성단계에 와 있으면서도 해군은 찬성측 주민들을 활용해 주민들간 갈등을 부추기고 주민들의 생활 불편 저감 대책에는 아주 비협조적이라는 인식을 갖게 한다는 점이다. 특히 공사지연에 따른 배상금 273억원에 대한 구상권 청구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물론 원희룡 지사가 기지 준공식날 황교안 국무총리에게 여러 가지 제안을 했다는 제주도의 전언이 있기는 했다. 마을 주민간 갈등 해소와 화합의 전기를 마련하기 위해 강정주민에 대한 특별사면과 복권을 건의했다든지 구상권 및 군관사 행정대집행 비용 청구에 대해 주민갈등과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범위내에서 행사되어 질 수 있도록 건의했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강정마을과 상생하는 지역의 발전사업 지원을 요청했다는데 황교안 총리의 답변은 어떤 것이었는지 확인되지 않는다. 그리고 이에 대한 관련 부처의 대응도 전무인 상황이다. 물론 정부는 제주민군복합항이 조속히 제기능을 다할 수 있도록 관계부처 협의 등을 통해 지속 지원하고 앞으로 민군복합항을 미국 하와이나 호주 시드니 등과 같은 민군복합항, 세계적인 명품항으로 발전시켜 나갈 계획임을 밝히기는 했다. 마을주민간 갈등 해결 없이는 의미가 없는 일일 것이다.
제주해군기지 준공과 관련해 현역국회의원은 물론이고 국회의원이 되겠다고 나선 예비후보들도 말을 아끼는 것인지 입을 다물고 있다. 야5당 연대를 통해 해군기지 진상조사에 앞장섰던 더불어민주당 제주도당은 강정마을 제주해군기지는 민군복합항 취지와 기능에 충실해야 한다는 정도의 제안에 그쳤다. 더불어민주당은 주민들에 대한 무력 진압을 진두지휘했던 전직 경찰경창을 국회의원 후보로 전략공천해 강정마을 주민들의 쓰린 상처에 소금을 덧뿌렸다. '더불어민주당은 강정마을을 상대로 전쟁을 한 윤종기를 공천에서 제외하고 사과하라'는 강정마을 주민들의 요구를 귀담아 들어야 한다.
취임사를 통해서 "강정의 아픔을 우리가 함께 풀어야 합니다. 현재 강정마을의 아픔을 내버려둔다면 미래로 나아갈 수 없고, 도민통합도 있을 수 없습니다. 공동체의 아픔을 방치하지 않는, 다른 정치로, 이 문제를 풀겠습니다"라 말했던 원희룡 지사는 그 약속을 반드시 지켜야 한다. "주민과 소통하며 함께 지역발전계획을 수립하겠다"는 뜻도 진상규명, 갈등해소, 공동체 회복이 전제될 때에 가능한 일이라 보기 때문이다. 강정의 아픔을 풀겠다는 말이 진정이라면, 지금 당장 풀어낼 일은 강정마을 주민들에 대한 특별사면과 복권, 공사지연에 따른 배상금 273억원에 대한 구상권 청구 해소이다. 원 지사는 적극 나서서 해결에 임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