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의 이중성

2016-03-21     서귀포신문

최근의 제주도정은 물론 양 행정시 시정을 지켜보노라면 부분적으로 막가파식 행정, 될대로 되라식 행정이 아닌가 하는 느낌이 든다. 과거 도정과 다를 게 없지 않느냐는 비판이 나온다. 전철을 밟는 것도 모자라 끼리끼리, 요지부동의 모습을 보이는가 하면 민원인들은 아랑곳 않고 공무원간 삿대질로 서로 네 탓을 외치고 육박전을 펼치기도 하는 모습, 도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도 남는다. 승진과 자리를 위해 줄 찾아 맴도는 풍경, 가치도 없어 보이는 일을 애써 만들며 부하 직원을 다그치는 광경도 가끔 눈에 띤다.


 '도정이 젊어지면 뭔가 달라지겠지', 잠시나마 기대를 걸었던 민심은 이제 제풀에 넉다운된 듯한 모양새다. 하나 된 제주로 대한민국의 미래를 열고, 세계를 향하라는 도민의 기대와 꿈은 어디에 있는지 아무리 눈을 씻고 찾아도 찾을 길이 없다. 하나 되기는 커녕 둘, 셋, 열도 모자라 천 갈래 만 갈래로 나뉘고 마는 게 아닌가. 말만 앞선 하나 된 제주는 원희룡 마케팅으로 희화화되기까지 하고 있다.


 사실이 아니기를 바라지만, 가는 마을마다, 동서남북 곳곳에서 보이지 않는 손의 그림자를 느꼈던 유권자들이 많았다는 후문이다. 부지런한 발걸음을 내딛은 만큼 대한민국의 미래를 열기 위한, 육지부 수십년지기 총선 후보들에 대한 격려차원의 마케팅은 또 반타작이나 할지 궁금하다는 도민들의 목소리도 간혹 들린다.
 

 제주가 지닌 사람과 문화, 자연의 가치를 제대로 키운다면 우리의 꿈은 현실이 된다는 명제를 수행하기 위한 노력은 어떤가. 해군기지를 만들어 놓고 굳이 민군복합항이라 앞서 홍보하고, 제주 땅 곳곳을 부동산 투기바람, 그 광풍에 휩싸이게 하는 것이 결국 그 가치를 제대로 키우는 것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는 시점이다.
 

 세계자연유산 거문오름 용암동굴계 보존과 주민참여를 위한 추진회에서 호소하듯이 거문오름 용암동굴계 핵심지구 돌담경계 사업이란 이름으로 굴삭기의 굉음이 핵심지역에서 울리게 한다. 아름다운 화산석을 끌어내렸고, 수백년된 팽나무와 머귀나무, 느릅나무, 참나무 등을 짓밟고 내동댕이친 이러한 현실이 제주 자연의 가치를 제대로 키우는 일인가. 공권력을 가장한 폭력이요 백주대낮의 테러가 아닌가. 이를 사주한 이는 시장인가 도지사인가.
 

 "나는 아니오" 하고 말면 그뿐일까. 물론 사업자나 부하 공직자에게 책임전가하면 또 그뿐일 수도 있다. 그게 지금까지 보여주고 있는 행정의 민낯이라면. 그러나 도민들은 그렇게 무지하지 않다. 누구 잘못인지, 어느 누가 책임을 져야 할 일인지 너무나도 잘 알고 있다. 잘못을 저지르고도 위기상황만 모면하려는 행정의 못된 습성은 화를 자초하고 더욱 키울 뿐이다.
 

 '제주의 청정자연과 독특한 제주문화, 사람의 가치를 키워 더 큰 제주를 만드는 것'이라는 새로운 원 도정의 목표에 대해 일부에서는 아예 '손을 놓고 있는 것만도 못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가만히 있어도 자연의 순리에 따라서 되어갈 일을 잘못된 행정의 잣대를 들이대고 설익은 정책과 수단을 동원하면서 오히려 퇴행의 길을 걷고 있다는 비판에는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걱정이 앞선다.


 고래로 '인사가 만사'라는 말이 있다. 좋은 인재를 잘 뽑아서 적재적소에 배치하는 것이 하고자 하는 모든 일을 잘 풀리게 하고, 순리대로 돌아가게 한다 하지 않는가. 현재 제주도정이 부분적으로 막가파이고 시 행정이 케쎄라 쎄라에 그치는 것은 결국 인사정책의 부재에 그 원인이 있다는 점을 반증하는 것이다. 사심 없는 인사였는지 지사와 행정시장, 인사권자들은 지금이라도 가슴에 손을 얹고 돌아봐야 한다. 보임하고 수개월도 되지 않아 바꿔치기 하는, 자기사람을 앉히기 위한 회전문 인사도 이제 그쳐야 한다. 혹시 과거처럼 연줄 챙기기, 선거를 잘 치르기 위한 모종의 자리 배치가 여전한가 하는 의구심이 들 정도이다.
 

 취임사에서 힘주어 말했듯이 과연 일 위주, 현장 중심, 소통을 추구하는 도지사가 되고 있는지 반성해야 한다. 시장과 고위 공직자들은 과연 현장에서 도민과 소통하며, 열심히 일하며 도지사에게 줄을 설 필요도, 이유도 없이 오로지 자신의 업무와 성과만으로 승부하고 있는지 곱씹어봐야 한다. 선거정치가 그동안 공직사회를 편 가르기 해왔다는 인식을 갖고 있으면서 선거정치를 배격하고 공정한 인사를 할 것임을 공언했던 지사 스스로 왜 지사 선거마케팅에는 그렇게 너그럽고 공직자들마저 눈치 보며 가슴 졸이게 하는지 성찰해야 한다. 그리고 잘못 된 게 있으면 솔직히 잘못되었다고 고백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