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4·3 68주년, 다시 '상생과 평화'를 말한다
4·3 68주년을 맞는 마음은 엄숙하면서도 착잡함을 못내 금할 수 없다. 대통령도 외면하는 제주4·3에 대한 극우 세력의 편향된 시선과 왜곡, 시비가 지속되고 있는 현실은 우리나라가 처한 상황을 여과없이 보여주기 때문이다. 이념의 시대가 종식된 지가 언제인데 지금 한반도 안에서는 남북의 극한 대립, 우리나라 안에서도 그로 인한 갈등이 여전한 모습은 비극이고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4·3 추념주간을 지내면서 오늘 새삼스럽게 지난 2003년 10월 31일 제주도민과 4·3유족들에게 고개 숙여 사과하던 故 노무현 대통령의 모습이 떠오르면서 만감이 교차한다. 역사상 최초로 대통령의 사과를 이끌어낸 『제주4·3사건 진상조사보고서』는 제주를 세계평화의 섬으로서 위상을 갖게 하는 요인이 되기도 했다.
노무현 대통령은 2006년 4·3희생자위령제에 직접 참석해 이런 말을 전했던 것을 똑똑히 기억한다. "무력충돌과 진압과정에서 국가권력이 불법하게 행사되었던 잘못에 대하여 제주도민에게 다시 한 번 사과드린다"고. 이것이 국가를 책임지는 통치자의 올바른 자세가 아니런가.
2008년 이후 오늘에 이르기까지 보수 정권의 모습은 어떠했는가. 참여정부가 이뤄놓은 진상규명과 명예회복, 상생의 길 발목잡기가 만연했다. 유족들이 위령제, 추모제에 대통령 참석을 간곡하게 원했건만 단 한 차례도 오지 않는 매정한 처사로 일관했다. 그나마 박 대통령의 공약 이행이라는 국가추념일 지정 외에는 이렇다하게 후한 점수를 매길 사안이 거의 없다. 국가 공권력에 의한 인권유린으로 규정된 제주4·3을 인정한다면 이렇게 매정할 수는 없을 것이다.
제주는 과연 세계 평화의 섬인가. 현직 대통령이 제주4·3을 외면하는 한 세계평화의 섬은 결코 존재할 수 없다고 단언할 수 있다. 물론 청정과 공존을 앞세우면서 개발 광풍을 부추기는 행정의 모순 등 제주 내생적으로 평화의 섬이 될 수 없도록 하는 요인들도 많기는 하다. 제주 내부에서 머리를 맞대고 슬기롭게 평화적으로 풀어야 할 매듭들이다.
"오늘, 여기가 평화의 정토, 세계 평화가 이로부터 발원하리라"는 4·3 위패 봉안실 비문에 눈길을 주며 삼가 옷깃을 여민다. 4·3 피해자와 그 유족들의 한과 아픈 마음을 달래줄 수 있는, 상생과 평화를 위한 대통령과 정부의 한 발 더 나아간 마음씀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