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부처님 오신 날 '자비, 광명' 기원

2016-05-12     서귀포신문

 

불기 2560년 부처님 오신 날을 맞는다. 봉축 행렬은 일찍부터 시작되었다. 시내에 세워져 있는 봉축탑은 물론 도내 곳곳 사찰마다 화사한 봉축, 기원 연등이 부처님 자비의 마음으로 다가온다. 14일, 부처님 오신 날에는 사찰에서 열리는 법요식 등 행사에 많은 신자들과 도민들도 함께하게 될 것이다.

보통 세존(世尊:Bhagavat)·석존(釋尊)·부처님이라고도 존칭하는 석가는 샤카(샤키야, Sakya)라는 민족의 명칭의 한자 발음이다. 모니(muni)는 성인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어서 석가모니라 할 때 그 본래 의미는 '석가족 또는 샤키아 족 출신의 성자'라는 뜻이라 한다. 음력 사월초파일은 부처님 오신 날이다. 불교 신자들은 부처님이 '깨달음·해탈'의 상징이며 이 세상 중생들과 생·노·병·사의 고통을 함께하는 분임을 믿는다. 그리고 누구라 할 것 없이 깨달음의 경지에 이를 수 있으며, 누구나 부처가 될 수 있다는 믿음도 갖고 있다.

단, 이 세상이 안겨주는 온갖 도전과 위기를 극복하고, 특히 인간적인 욕심에 사로잡혀 탐하지 않도록 공부하고 닦으면 누구나 부처가 될 수 있다는 믿음이다. 또한 부처의 통 큰 자비심을 믿는다. '대자대비'라 표현한다. '부처의 자비심과 연민에 대한 서원' 내용을 살펴보면, 부처의 마음은 무한한 사랑을 담은 친절과 연민이라 말하고 있다. 무한한 사랑을 담은 친절(자비심)이란 모든 수단을 다해 모든 사람을 구원하는 마음이라는 것. 무한한 사랑을 담은 연민이라 함은 다른 사람들의 병을 보면, 즉시 내가 아픈 듯이 돌보며 다른 사람들의 고통을 보면 즉시 내가 고통을 겪는 심정으로 함께해 주는 것이라고 가르친다. 너희의 고뇌가 곧 나의 고뇌이고, 너희의 행복이 곧 나의 행복이 된다는 부처의 말씀이다. 어머니가 아이들을 사랑하는 것처럼 부처님은 그런 마음을 항상 잊지 않으셨다고 전한다.

연민을 느끼는 것이 곧 불심의 본성이며 믿음은 이 연민의 마음에서 시작하는 것이라는 가르침이며, 그 순수한 믿음이 깨달음으로 인도하는 길이라니 가톨릭교회 교리와 일맥상통하는 바가 없지 않다. 종교의 바탕은 사랑과 자비여서 그런지 모를 일이다. 우리 사람들은 그러한 불심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 무지함에서 일어나는 환상과 욕망에 젖어 고통에서 벗어나지를 못하니 사람의 일생이 고해가 아니고 무엇이랴, 하는 우매함을 재인식하게 된다.

부처님 오신 날을 맞아 큰 스님들이 이러한 경구를 들려주며 각박한 현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세상적인 욕심과 어리석음 등에서 벗어나 부처님의 자비, 그 지혜로움에 의지해 깨우치는 삶이 되기를 축원하고 있다. 봉축탑과 연등에서 새어나오는 밝은 빛이 그 길로 인도하는 것이다. 내 삶의 반성에서 그치지 않고 이웃과 함께하는 나눔과 배려를 실천하는 삶으로, 자연생태계 뭇 생명을 아끼는 자비의 삶이길 기원하고 있다.

교황청 종교간 대화평의회 의장인 장 루이 토랑 추기경은 부처님 오신 날을 맞아 전세계 불자들에게 경축 메시지를 띄웠다. '생태 교육의 증진을 위하여 함께 노력하는 불자들과 그리스도인들' 타이틀의 메시지는 "모든 종교의 신자들은 종교의 벽을 넘어 환경에 대한 책임 있는 사회 질서를 확립하는 데 협력해야 한다"고 전한다.  "불자와 그리스도인은 우리 공동의 집 지구를 돌보는 데에 함께 노력하자"고 호소하고 있다.

또, 천주교주교회의는 부처님 오신날 경축 메시지를 통해 "인류의 위대한 성현 부처님의 탄생을 축하드린다"면서 "지혜와 용기, 자비의 보편적 인류애를 보여주신 부처님의 정신이 모두에게 평화와 기쁨으로 함께할 것이다. 부처님 오신 날이 사랑과 자비의 정신에서 우리 사회를 보다 평화롭게 한다. 고통받는 모든 이와 사랑과 자비를 나누며 더불어 살아가고자 노력하는 기회가 되도록 기도하자"고  '함께하는 사랑과 자비'를 기원했다.

불교식으로 말한다면 세상은 고해라 표현할 수 있다. 모든 사람이 저마다의 십자가를 지고 살아간다고 말하는 가톨릭의 표현에 맞닿는 의미이다. 어려움과 고통을 겪고 있는 모든 이들에게 희망은 서로 손을 내밀어 일으켜 주는 연민이고 연대이다. 가정의 달을 맞아 우리가 부모와 자녀간, 스승과 제자간, 이웃과 이웃간 서로 곱씹어야 할 일도 '사랑과 자비심'이 아닐까 한다. 분열과 갈등은 각자의 이기심에서 비롯되기 마련이다. 부처님의 자비심을 배우고 실천하는 가정의 달,  모두의 가슴에 매일매일 평화로움이 가득한 세상이기를, 모두 함께 나서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