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공직사회 소통과 쇄신, 신임 시장에 거는 기대

2016-06-08     서귀포신문

원희룡 지사가 제주시장, 서귀포시장 내정자가 발표된 지 몇 시간도 지나지 않아 두 내정자를 지사실로 불러 면담을 갖는 광경이 한동안 화제거리로 떠올랐었다. 지난 5월 30일 오후 4시 이후의 일이다. 민선6기 후반기 서귀포시장 내정자 이중환 당시 문화관광스포츠국장과 제주시장 내정자 고경실 前 도의회 사무처장과 만나 파안대소하던 원 지사의 모습이 떠오른다. '소통과 쇄신'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도민 체감형 정책개발은 물론 성실한 인사청문회 준비, 행정시 현안 파악 등을 신신당부하던 모습이다.

7일, 제주도는 이들 두 내정자에 대한 인사청문을 도의회에 요청해 이달 말쯤 청문회가 열리게 된다는 보도가 나왔다. 그 결과에 관심이 가기 보다는 의례 거쳐야 하는 통과의례 정도로 여기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양 행정시장 공모 기간 내내 어떤 이들이 응모할 것인지를 놓고 설왕설래하며 언론 매체마다 추측성 보도가 난무하던 것과 비교해 볼 때에 일련의 과정이 너무 차분하다는 느낌이 들 정도이다.

물론 '돌고 돌아 전현직 공직자'로 낙점된 결과를 두고 원희룡 지사가 갖고 있는 인사 풀의 한계가 아니냐는 평도 뒤따랐다. 반면에 행정시장으로 기용될 임용 예정자들이 행정가 출신인 까닭에 행정 전반에 대한 이해력이라든지 공직사회 분야를 두루 거친 경험을 바탕으로 한 안정적인 조직 관리가 기대된다는 여론이 일기도 했다. 그러나 원 지사가 바라는 소통과 쇄신의 측면에서는 고개를 가로젓는 이들이 많다. '노련미와 젊은 피의 수혈'이 과연 침체되고 비리, 부패로 얼룩져 온 서귀포시와 제주시 공직사회에 새바람을 일으킬 수 있는가, 하는 문제 역시 아직은 퀘션마크로 남겨진 문제이다.

지사 면담 이후 양 행정시장 내정자들은 인사청문회에 대한 준비를 어떻게 해 왔을지도 궁금한 사항이다. 조용하게 열흘이 지났다는 느낌이 들어서이다. 도의회 인사청문회에서 행정시장으로서 자질과 능력, 도덕성에 대해 어떤 검증의 잣대를 들이댈 것인지 아직은 예단하기 힘들다. 두 내정자가 청문 과정에서 어떤 점수를 받을지 세간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도의원들의 평가보다 그 과정을 지켜보는 시민들의 눈에 비치게 될 내정자의 모습이 어떠할지가 더욱 중요하다. 공직사회 내부적인 소통도 그렇지만 얼마만큼 시민과 소통하며 시정을 이끄느냐 하는 문제가 시장으로서 갖춰야 할 큰 덕목이기 때문이다.

본지 지난 호 <NGO 칼럼> 필자인 공직자는 '두 내정자에게 거는 기대' 제하의 글을 통해 도지사가 주인이 아니라 시민을 주인으로 섬길 줄 아는 시장, 사회단체장 이취임식장보다 음지와 격무부서에서 묵묵히 일하는 현업부서 직원들을 더 찾고 다독여 줄줄 아는 시장을 원하고 있다. 또 공직자들의 봉사활동에 함께하는 시장, 새내기 직원들과 구내식당에서 점심을 자주 하는 시장, 대면결재 때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칭찬을 아끼지 않는 시장, 네 탓이 아니라 내탓이라고 방패막이를 서슴지 않는 시장, 공직사회 노동조합을 파트너십으로 인정하는 시장을 기대했다. 무엇보다도 이렇게 깨끗하고 덕망 있는 분일 줄이야, 라는 감탄사가 나오는 그런 시장이었으면 한다고. 이를 뒤집어 말하면 지금까지 시장들은 그러한 면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말이 되는 것일까.

무릇 백성을 위해 봉사하는 이들은 다산 정약용이 말한 '목민(牧民)'의 뜻을 새삼 가슴에 새겨둘 일이다. 가축을 기르는 것을 백성을 위해 일하는 것에 비유한 애민(愛民)의 그 본령을 잊지 않는 것이다. 시민을 섬기고 부양하며 보살피는 자세이다. 『목민심서』에서는 목민관으로서 마음을 다스리는 자세로 율기육조를 말한다. 칙궁(飭躬), 청심(淸心), 제가(齊家), 병객(屛客), 절용(節用), 낙시(樂施) 등이다. 항시 몸가짐을 바르게 하며 청렴한 마음을 유지하고, 집안을 잘 다스리며 외부 인사라든지 친인척의 청탁을 물리칠 뿐 아니라 쓰임과 예산을 절약하며 가난하고 어려운 주위 사람과 지역민들에게 항시 베푸는 자세를 지녀야 한다는 것이다.

이번 양 행정시장에 대한 도의회의 인사청문에서도 바로 이러한 자세를 두루 잘 갖췄는지 눈여겨보게 될 것이다. 공직자로서 어떠한 길을 걸어왔는지 낱낱이 드러나고 앞으로 서귀포시와 제주시는 물론 제주도의 미래비전을 이뤄나가는 데에 적합한 인물인지 가려 따지게 될 것이다. 털어 먼지 안 나는 사람 없다지만 양 내정자가 털어도 먼지 한 톨 나오지 않는 그런 분들이었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