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신뢰 제고, 투명사회로 가는 길
청렴사회로의 대변신 모색, 그 첫발걸음을 띄었다.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일명 김영란법)이 28일, 전면 시행에 들어갔다. 공직자는 물론이고 공적유관단체, 공공기관, 언론사와 각급학교 교사 등이 부정한 청탁을 받고도 신고하지 않거나 직무 관련성 또는 대가성에 상관없이 1회 100만원(연간 300만원)이 넘는 금품이나 향응을 받으면 무조건 형사 처벌하도록 하고 있다. 시행 첫날 사회 곳곳에서는 법과 관련한 여러 가지 얘기꺼리들과 한편으로는 우왕좌왕, 어쩌지 못하는 혼란스러운 풍경이 신문, 방송을 장식하고 있다.
지난 2012년에 제안된 이후 2013년 8월, 정부안이 국회에 제출되었고 2015년 1월 8일, 국회 소관 상임위원회 정무위원회의 법안심사소위원회 심사 통과 후 3월 3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어서 3월 26일에 박근혜 대통령이 재가함으로써 올해 5월 9일 시행령이 입법 예고되었다. 그리고 어제(28일)부터 시행에 돌입하게 된 것이다. 그 동안 학연과 지연, 관행에 따라 주고받던 청탁과 작은 성의라는 뜻의 촌지(寸志)나 식사대접(3만원), 스스럼없이 건네던 선물(최대 5만원), 경조사비(10만원)까지도 법의 엄격한 규제 안으로 들어갔다.
이 법의 적용을 받는 기관은 중앙과 지방행정기관을 비롯해 시도교육청과 일선 학교, 언론기관 등 4만 919개에 이르고 가족까지 포함하면 400여만명이 그 적용 대상이다. 금품 제공자도 처벌받기 때문에 주는 입장까지 생각하면, 국민 전체가 대상이라 해도 지나치지 않다. 심지어 학교 선생님은 음식물·선물 제공이 원천 금지된다. '학부형이 선생님한테 어쩌다가 대접하는 커피 한 잔도 걸릴 수 있다'는 것이다. 세상인심이 야박해지지 않겠느냐는 걱정이 나올 만도 하다. 하지만 비록 사회 통념상 허용될 수 있는 문제일지라 하더라도 이를 빌미로 해서 그 규모가 점점 커질 수 있다는 가능성 때문에 좀 더 엄격하게 적용되는 것이라 하니.
대인기피 사회가 되지 않겠느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그러나 제한된 그 테두리 안에서일망정 떳떳하게 민원인들, 업무상 관계자들과 소통할 수 있는 방법은 얼마든지 있지 않을까. 란파라치가 무서워서 해야 할 일까지 제대로 못하고, 특히 공직자들의 경우에 소극행정을 펼친다면 김영란법의 취지를 잘못 이해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부정·부패도 투명하지 못한 사회가 만들어낸 문화의 한 양상이다. 오히려 막혀 있던 소통을 부담 없이, 스스럼없이 해 나갈 수 있는 사회 분위기로 반전시켜야 한다. 김영란법으로 인해 제주도가, 대한민국 사회가 정치경제교육문화 그 모든 분야의 청렴도가 우상향되고 투명성이 높아져서 서로서로 신뢰 속에 어우러지는 공동체 문화를 이룰 수 있도록 가일층 노력해야 할 때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