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시민 중심, 현장 중심’ 소통행정을

2017-01-19     서귀포신문

제주시와 서귀포시 행정이 언뜻 보기에는 ‘그게 그것’인듯 하면서도 좀 더 세밀하게 들여다보면 ‘다름’을 인지할 수 있는 부분들이 많다. 공직사회 내부에서 흘러나오는 여러 가지 사정들은 차치하더라도 ‘공직자들의 불만’ 측면에서만 평가한다면 서귀포시 행정이 다소 건강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것은 어쩌면 행정시장의 마인드와 공무 집행 스타일에서 비롯되는 현상이라고도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지난 상반기 정기인사에서 그야말로 ‘공중분해’되었다는 제주시 생활환경과 7, 8급 직원들의 사무분장까지 직접 조정하며 챙긴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 제주시장의 독단적 리더십과 시민 전문가를 시정 정책회의에 초대해 제언을 들을 줄 아는 서귀포시장의 민주적 리더십은 달라도 한참 다르다 할 것이다.

공직생활을 어떻게 해 왔는가를 살피는 일은 그래서 중요하다. 일방통행식 행정 집행을 배우며 성장한 공직자는 좀처럼해서 그 울타리를 벗어나기가 어렵다. 무분별한 개발로 인한 환경파괴와 군사기지 수용 등 시민들, 제주도민들에게 피눈물을 흘리게 만들었던 상급자들에게 줄을 서며 아집과 독선적인 리더십을 배웠다면 쉬이 바뀌기 어려우리라는 사실은 당연지사다. 알게 모르게 공직사회에 줄세우기 현상이 지속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쓰레기 요일별·시간별 배출 정책에 대해 나오는 뒷말 역시 제주시와 서귀포시 사이에 온도차를느끼기도 한다. 쓰레기 정책에 분노하는 시민들 모임 참가자들이 기자회견을 통해 밝혔듯이 “행정당국은 요일별 배출제를 강요하면서 쓰레기 관련 인력을 줄이고, 예산을 깎고, 도민들에게 고통을 강요하고, 심지어 ‘엄살떨지 말라’는 소리를 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물론 제주시보다 한 달 늦게 시범 시행에 들어간 서귀포시정 역시 쓰레기 정책 집행에 있어서 아직 안심할 단계는 아니다.

이중환 시장은 신년사를 통해 “시민의 삶의 질과 직결되는 쓰레기 처리와 교통문제 해결을 위해서 행정과 시민의 역량을 모아나가고 있다”면서 “제2공항 추진과 민군복합형관광미항에 따른 갈등을 최소화 하는데도 고민을 함께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런데 그 고민이 크게 다가오지 않는다고 주민들이 토로한다. 귀를 더 열고 발로 뛰어야 할 부분이라 하겠다.

서귀포시의 2017년 예산은 총 7,388억원이 편성되어 집행에 나서고 있다. 사회복지분야 1935억원, 1차산업분야 1391억원, 교통·환경분야 834억원, 문화관광 분야 331억원 등이다. 예산을 어느만큼 규모로 편성하느냐 하는 점도 중요하나 주어진 예산을 어떻게 적재적소에 잘 배분해 시민 불편 해소와 복지 향상을 통해 행복한 시민의 삶을 만들어 낼 수 있는가, 그 성과를 만드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시장은 2017년 시정운영 기조를 ‘건강하고 따뜻한 서귀포시’를 내세웠다. “전국 어느 도시에도 뒤떨어지지 않을 도시의 경쟁력 확보, 시민의 삶의 질 향상에 행정역량을 집중”하면서 “소통과 혁신을 더 강하게 하겠다”는 시민과의 약속을 반드시 지켜야 한다. 현안이 있는 곳, 시민이 원하는 곳은 어디든지 방문하고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시민의 의견을 정책에 반영하며 시민에 의해 평가받는 시스템을 강화하겠다는 약속 역시 시민들이 지켜보고 있다.

그러한 측면에서 지난 17일 아침 시정 정책회의에 민간 전문가를 초청해 행정 집행에 반영이 가능한 다양한 제안을 듣고 토론하는 시간을 가진 것은 무척 바람직하다 하겠다. 현장을 모르면 제대로 된 행정집행이 어렵다는 점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 일이다. 제시된 의견들은 법적인 검토, 현실적인 여건을 고려하면서 반드시 행정 집행에 반영해 나가는 노력을 기울여야 마땅하다.

이외에도 서귀포시가 당면해 있는 현안들은 산적해 있다. 당장 AI바이러스 확산을 막아내야 하고 시민들의 불만이 팽배해 있는 양돈장 악취 저감 역시 해결해야 할 문제이다. 확산일로에 있는 소나무재선충병도 방지해내야 할 과제이다. 올해 감귤 가격이 좋은 것은 예년보다 높은 당도도 그렇지만 애초 생산 예측량에 비해 감산됐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제주감귤산업은 물론 1차산업의 활성화 방안도 시급하게 대처해 나가야 한다. 지난해 종남천 방재사업을 빙자한 토호세력의 투기 사례라든지 용머리해안 흉물 교량 가설사업에서 보듯이 행정의 손길이 제대로 미치지 못하는 현장에 불법·탈법이 도사리고 있다는 점도 명심해야 한다.

‘건강하고 따뜻한 서귀포시’는 시민이 중심이 되는 소통행정에서 비롯된다. 소통행정은 다름 아니라 섬김행정이라 할 수 있다. ‘현장에 답이 있다’는 말은 행정에도 어김없이 적용된다. 서귀포시정은 지금 보여주는 것처럼 보다 낮은 자세가 더욱 중요한 때임을 인식해야 한다. 시민과 함께 하는 마음, 현장을 중시하는 자세, 그래서 시민과 소통하는 열린 행정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