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저옵서예'와 'You Are Not Welcome'<3>

섬사람들은 앞으로 어떻게 될까?

2017-12-30     양희주

1877년 '로맨틱한 서쪽 끝의 외딴 비경, 세인트킬다'라는 광고 카피를 내걸고 240톤의 듀너러캐슬 호(The Dunaar Castle)가 세이트킬다(st.kilda)를 향해 여름 정기 순항을 시작했다. 이 고립된 작은 섬과 그곳에 사는 얼마 안 되는 용감한 섬사람들은 일찍이 없던 낭만으로 본토 사람들의 마음을 뒤흔들었고 첫 번째 유람선은 눈 깜짝할 사이에 40여 명이 신청하여 만석이 되었다. ‘당신을 기다리는 섬, 세이트킬다’. 영국 전역에서 문의가 쇄도했다....

섬에 외지인들의 돈이 유통되기 시작했다. 섬사람들은 이제 선물을 팔아 돈을 벌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사진을 찍고 싶어 하는 손님에게 팁을 요구했다. 이런 붐에 편승한 장사치도 있었다. 섬사람들의 검약 정신은 곧장 탐욕으로 바뀌었다. 단순했던 생활은 게으른 기대로 바뀌었다. 단순하고 소박했던 사회가 문명을 받아들이려면 반드시 자신들의 오래된 생활을 포기해야 하는 걸까? 섬사람들은 자랑스러웠던 자신들의 삶의 방식에 대해 완전히 자신감을 잃어버렸다. -‘이 세상 끝에 있는 섬 세인트킬다 이야기’ 中 (이가타 게이코 著)

2011년 제주도가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 세계지질공원, 생물권보전지역 유네스코자연과학분문 3관왕에 이어 세계7대자연경관으로 선정됐다. 당시 그레천 칼론지(Gretchen Kalonji) 유네스코 자연과학 부문 사무총장보(ADG)는 “제주도는 앞으로 밀려들 관광 인파에 대비해 관광객 수를 제한해야 할 것‘이라고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의견을 피력한 바 있다.

ⓒ양희주

한국은행 제주본부 경제조사팀은 2017년 11월 보도자료를 통해 지역주민의 쾌적한 삶의 터전을 유지하고 자연환경을 보존할 수 있도록 관광객 수 제한하고 제주도의 수용가능한 관광객수를 책정하고 이에 맞게 관광객 수를 제한하는 방안을 거론했다. 또 지역주민을 위한 경제정책과, 관광이익을 공정하게 분배할 수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난 4월 제주관광공사는 ‘지속가능한 관광을 위한 제주의 수용력’이란 주제로 워크숍을 열었다. 제주관광의 양적 성장에 따른 문제를 인지하고 적정 수용력에 관한 제주도정의 고민이 반영됐다. 정대연(제주기후변화센터) 센터장은 경제적 측면에서 관광객에 의한 수입에 대한 불명확성을 지적했다. 사회적 측면, 환경적 측면을 경제적 측면과 별도로 생각할 때, 경제적 비용이라는 용어가 사회적 비용과 생태비용을 모두 포괄하지 않는다면 사회적 측면은 관광객으로 인해 발생하는 사회적 비용이 얼마인지, 환경적 비용으로는 관광객으로 인해서 자연의 파괴에서 오는 생태비용이 얼마인 것을 각각 고려해야한다고 주장했다.

도청자료에 의하면 2010년 제주도의 관광수입은 3조3800억 원에서 2015년 4조7천200억 원 가량으로 추계됐다. 그러나 통계의 근거는 부족하고 분석은 미비하다. 공정한 ‘분배’에 대해선 뜬구름 잡는 상상력이 필요할 지도 모른다.

제11회 제주포럼에서 랜디 더번드(Randy Durband)지속가능관광위원회(GSTC) 대표는 제주도의 질적 관광에 대해 베트남 호이 안(Hoi An)의 예를 들어 설명했다. 호이 안은 오토바이가 주요 교통수단인 도시이다. 그러나 매일 일정 시간 대에 오토바이 주행을 과감히 금지한다. 그 결과 도시를 찾는 관광객들이 대폭 늘어났다. 더번드 대표는 관광의 질이 향상될수록 관광 부가가치는 늘어난다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지역주민들의 협력과 희생 없이는 질적인 관광 성장을 이끌어내기 힘든 점을 강조했다. 또 지속가능한 관광개발을 위해서는 방문객 수를 제한하는 것은 최후의 수단이 돼야한다고 덧붙였다. 그리고 지역사회에 기반한 관광(Community-Based Tourism)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양희주

 

생태관광 대안이 될 수 있을까?

지난 11월 27일 선흘1리 체육관에서 마을길 지킴 원탁회의가 열렸다. 동백동산을 찾아오는 사람들이 늘어나자 마을 안길까지 점방이 아닌 까페가 들어섰다. 마을 사람들이 나서서 문제를 파악하고 사전에 예방하자는 취지였다. 마을을 지키는 주체는 마을에 살고 있는 주민들이었다. 마을이 스스로 동백동산과 주변의 생태적 가치를 지켜 나간다. 어떤 문제든 주민 각각이 동등한 발언권을 가지고 협의를 통해 결정한다. 느림마을(슬로우빌리지)로 불리는 까닭이다. 함께 움직이기에 빠르지 않다. 비효율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마을은 느리더라도 함께 가는 길을 택했다. 몇해 전 '동백동산'을 제주올레코스로 하겠다는 제안도 있었다. 마을은 이를 거부하고 생태관광협의체와 전문가의 도움으로 생태관광 프로그램을 활성화시켰다.

(사진 제공=(주)제주생태관광)

이와 같은 CBT(COmmunity Based on Tourism) 지역 기반 공정여행은 지역 주민과 함께 여행 기획 및 진행을 하고 지역의 시설 및 서비스를 이용해 이윤 대부분을 지역으로 환원하는 구조이다. 그러나 이 또한 쉽지만은 않다. 휴식을 원하는 관광객에게 너무 많은 ‘책임’과 ‘계몽행위’를 강요하는 형태일 수 있다. 관광객은 손님이 아니기에 주인을 배려할 의무는 없다. 또 분배에 관한 문제를 확인하기가 쉽지 않다. 식당과 숙박시설, 현지가이드를 이용하는 것이 얼마나 환원되고 있는지 명확하게 알 수 없다.  2014년 통영시 동피랑 마을에서도 관광산업을 통해 창출된 수입을 지역주민에게 환원하고자 주민협동 조합을 운영했다. 당시 한산신문의 기사에 따르면 주민들의 역량이 무르익지 않고 충분한 검토가 이루어지 않은 상태에서 경남도의 마을기업 심사에 맞추려고 무리하게 사업을 추진한 결과 갈등이 빚어지고 파행으로 치달았다.

다시 북대서양의 외딴 섬 이야기이다.  유네스코는 1986년에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화산의 흔적이 있는 세인트킬다(st.kilda) 군도를 스코틀랜드에서 처음으로 세계자연유산으로 등록했다. 세인트킬다 사람들을 가진 것 없이도 행복했다. 그들은 매일 아침 마을 어른들이 모두 참석하는 ‘길거리 의회’를 열어 그날 할 일을 함께 결정했다. 하지만 섬사람들은 본토 사람들이 던져준 호기심과 돈에 굴복했다. 더 이상 섬 생활에 만족할 수 없게 됐다. 복잡한 문명은 섬을 통째로 집어 삼켰다. 지금은 아무도 살지 않는 섬 이야기다.  금이 아름답다는 것을 알게 되면, 별이 아름답다는 것을 잊어버린다. <마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