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이 시점, 4·3 70주년과 함께 예술로 <기억을 벼리다>

4월 3일부터 29일까지 총 24일간 열리는 25회 제주 4·3미술제

2018-02-27     설윤숙

2018년 4·3 70주년을 맞아 열리는 25회 제주 4·3미술제, 40명 참여 작가의 다양한 작품

예술공간 이아 갤러리, 아트스페이스 씨에서 개최

안혜경 전시감독, 2월 27일 아스트페이스 씨에서 25회 4·3미술제 기자간담회 마련

 

"무지는 진실에 대한 눈감음의 한 형태다. 또한 그것들은 인간의 기억을 모욕한다" -존 버거

“벼리다” 국어사전에는 「불에 달구고 두드려 날카롭게 만들다 / (사람이 마음이나 정신을) 가다듬거나 긴장시키다」로 풀이한다 (출처 DAUM 국어사전)

<기억을 벼리다>. 올해로 25회를 맞이하는 ‘제주 4·3미술제’의 제목이다.

제주도민들은 해방 직후 분단의 시작이었던 이승만의 5·10 단독 선거를 단호히 거부했다. 이어진 무자비한 탄압에 저항한 제주도민들의 자존과 생존 투쟁은 제주 4·3의 횃불로 불타올랐다. 그 제주 4·3이 2018년, 70주년을 맞는다.

탐라미술인협회의 창립과 함께 시작된 4·3미술제는 오감을 자극하며 감성을 흔들어대는 예술적 체험이자 4·3작품 창작은 역사의 망각을 흔들어 깨우고 끊임없이 바로 세우는 생명의 기억 활동으로 또 하나의 역사이다.

'관광' 제주의 풍경이 아닌, 매장당한 기억을 꺼내는 창작은 보이는 겉이 아닌 내면으로부터 끌어내며 기억의 속살을 파헤치고 도민의 심장에 예술적 숨결을 불어넣는 일이다.

안혜경 전시감독

제25회 제주 4·3미술제 안혜경 전시감독은 “ ‘기억’의 대상인 역사는 흘러가버리지도 완결되지도 않고 미완으로 열려있다. 오래된 적페가 청산되고 있는 이 시점에서 4·3작품 창작은 역사의 망각을 흔들어 깨우고 끊임없이 바로 세우는 생명의 기억 활동으로서 현재적 관점으로 늘 새롭게 다시 접근하며 역사를 재해석하게 되는 것이 아닐까” 로 이번 전시의 기획 의도를 전했다.

제25회 제주 4·3미술제는 탄압, 역사 왜곡, 가해, 피해, 학살, 치유, 난민, 자본, 여성, 이주, 노동, 환경 등을 세계사적 관계성과 현재적 상황에서 물으며 예술의 역사, 삶의 역사 속에서 되짚어볼 수 있는 기회이다.

1994년 제1회 4·3미술제 ‘닫힌 가슴을 열며’가 개최된 이후 한 해도 거르지 않고 진행된 4·3미술제가 올해로 25회를 맞았다. 제주에서 해마다 개최되어 온 4·3미술제는 4·3 진상규명 운동의 또 다른 역사다. <기억을 벼리다>로 열리는 이번 미술제는 아트스페이스 씨 안혜경 대표가 전시 감독을 맡았다. 아트스페이스 씨는 일상과 사회적 이슈를 문화와 예술로 소통하기 위한 전시 공간으로 도 내외 역량있는 작가를 발굴해 소개하는 일을 해 왔다. 안혜경 감독은 2008년 제주 4·3평화공원 개관 특별전 ‘동백꽃 지다’를 기획 진행했고, 2014년 미국 캘리포니아주 소노마카운티뮤지엄 초대전 ‘Camellia Has Fallen: Contemporary Korean Artist Reflect on the Jeju 4·3 Uprising' 을 개최하는 등 제주 4·3과 4·3을 기억하는 예술가들을 알리는 데 힘써왔다.

<기억을 벼리다> 전시 제목은 팔레스타인의 시인 자카리아 모하메드의 「재갈」 이라는 시에서 영감을 받아 지어졌다.

“저 검은 말은 무얼 저리 씹고 있을까?

...(중략)

차가운 쇠로부터 벼리어진

한 조각 기억의 재갈을

죽을 때까지

씹고 또 씹어야 할

그 기억의 재갈을”

4·3 70주년을 맞는 2018년 25번째 4·3미술제 <기억을 벼리다>는 탐라미술인협회 김수범 회장이 운영위원장을 맡았고, 박민희 큐레이터가 함께 한다.

전시 참여작가는 강동균, 강문석, 고경일, 고경화, 고길천, 고승욱, 고혁진, 김수범, 김영화, 김영훈, 김옥선, 노순택, 박경훈, 박소연, 박진희, 서성봉, 송동효, 송맹석, 신소연, 신예선, 양동규, 양미경, 양천우, 연미, 오석훈, 오현림, 이경재, 이승수, 이종후, 이준규, 이지유, 임흥순, 정용성, 정현영, 홍덕표, 홍보람, 홍진숙, Guston Sondin-Kung(미국), Jane Jin Kaisen(덴마크), Kip Kania(미국) 등 총 37팀 40명으로 회화, 판화, 만화, 설치, 영상, 사진 등 다양한 매체의 작품으로 구성된다.

탐라미술인협회·아트스페이스 씨 주최, 4·3미술제 운영위원회 주관으로 열리는 「2018 제주 4·3 70주년 25회 4·3미술제 <기억을 벼리다> 」는 4월 3일부터 29일까지 총 24일간 예술공간 이아 갤러리, 아트스페이스 씨에서 개최된다. 전시는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무료 관람 가능하며 매주 월요일은 휴관이다.

4월 3일 오후 3시, 예술공간 이아 갤러리 입구에서 열리는 오프닝에서는 4·3 유족회 50여 명으로 구성된 평화합창단의 축하 공연이 펼쳐질 예정이다.

전시 외에도, △3월 5일부터 11일까지 예술공간 이아 앞 마당에서 박주애 작가와 제주대학교 미술학부 학생들이 ‘공공미술 프로젝트(가)’ 를 진행한다. △4월 6일부터 28일까지 매주 금,토요일에는 예술공간 이아 갤러리에서 홍보람 작가의 커뮤니티 아트 워크숍 ‘마음의 지도’가 마련된다. △4·3미술제와 함께 보면 좋은 영화 목록 43편을 선정해 소개하며, △3월 10일과 5월 12일 총 2회에 걸쳐 예술가화 함께하는 4·3유적답사를 진행해 입체적인 전시 관람을 위한 다양한 연계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있다.

홈페이지http://jeju43art.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