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함께하는 4•3 순례 ‘나의 시, 우리의 노래’

오는 17일, 김경훈 시인과 함께하는 4•3 순례 프로그램

2018-03-08     설윤숙

시와 함께하는 4·3 순례 프로그램 ‘나의 시, 우리의 노래’가 오는 3월 17일에 진행된다.

‘나의 시, 우리의 노래’ 프로그램은 4월에 개최될 25회 4・3 문화예술축전 <기억투쟁 70년을 고함>과 25회 4・3 미술제 <기억을 벼리다>를 소개하고 안내하는 사전 행사로 (사)제주민예총과 4・3 미술제 운영위원회가 공동으로 주최· 주관한다.

1994년부터 개최된 4・3 문화예술축전과 4・3 미술제는 언제나 현장으로부터 시작됐다. 당시 행사를 시작한 (사)제주민예총과 탐라미술인협회는 해마다 예술가들과 함께 4・3 순례를 진행했는데, 4・3을 기억하는 수많은 시와 노래 그림들은 역사의 현장에서 영감을 얻어 제작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최근 4·3 순례 시집 『까마귀가 전하는 말』을 출간한 김경훈 시인이 현장 해설과 안내를 맡았다. 김경훈 시인은 제주 공동체의 역사와 사회를 바로 보고 예술로 표현하고 있는 대표적인 작가다.

김경훈 시인과 함께하는 4·3 순례를 통해 관광지가 아닌 삶의 터전으로서 제주를 경험하게 된다. 더불어 이성이 아닌 감성, 몸의 기억을 바탕으로 현장의 소리를 듣고 시와 에세이를 함께 읽으며, 4·3 예술 창작의 과정을 간접 체험하는 시간이 될 것이다.

‘나의 시, 우리의 노래’에서 순례하게 될 지역은 서귀포시 남원읍 일대로 수망리 사리물궤와 남원읍 충혼묘지, 현의합장묘와 송령이골 무장대 무덤 등이다. 특히 수망리 사리물궤는 4·3 당시 수망리가 초토화되면서 쫓겨다니던 주민들이 숨었던 곳인데 마을에서 비교적 가깝고, 하천 주변으로 크고 작은 궤가 산재해 있어서 주민들이 숨어들기에 안성맞춤이었다. 송령이골에는 제주도에서 유일한 무장대 무덤이 있다. 제주 전역 충혼묘지와 마을 자치로 만들어진 비석, 묘지들과 대조적으로 현재까지 돌보는 사람 없이 방치되고 있다. 2004년 ‘생명평화탁발순례단(단장 도법스님)’은 제주 4·3 연구소, 현의합장유족회 등과 함께 송령이골 무장대 무덤을 벌초해 표지판을 세우고 천도재를 치렀다. 나무로 만들어진 낡은 표지판에는 다음과 같이 쓰여져 있다.

「모든 생명은 존엄한 것이다. 옛말에 ‘적의 무덤 앞을 지나더라도 먼저 큰절부터 올리고 가라’고 했다. (중략) 희생된 십수 명의 무장대들은 근처 밭에 버려져 썩어가다가 몇 년이 지나서야 비로소 이 곳에 묻혔지만, 내내 돌보는 사람 하나 없이 덤불 속에 방치돼왔다. 우리 생명평화탁발순례단은 우익과 좌익 모두를 이념 대립의 희생자로 규정한다. 학살된 민간인뿐만 아니라 군인, 경찰과 무장대 등 그 모두는 해방공간과 한국전쟁 때 희생된 내 형제 내 부모였다. ‘평화의 섬’ 을 꿈꾸는 제주도. 바로 이 곳에서부터 대립과 갈등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 우리 순례단은 생명평화의 통일시대를 간절히 염원하며, 모성의 산인 지리산과 한라산의 이름으로 방치된 묘역을 다듬고 천도재를 올리며 이 푯말을 세운다. 」

-2004년 5월 13일 생명평화 탁발순례단 일동-

시와 함께하는 4·3 순례 프로그램 참가비는 1만 원으로 자료집과 점심식사가 제공된다. 더불어 참가자 전원에게 김경훈 시인의 제주 4・3 순례 시집 『까마귀가 전하는 말』이 기념으로 증정된다. 참가신청은 온라인으로만 받고 있다. (참가신청: https://goo.gl/8yabe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