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허가 손배액 1000억 준비해야“ ”녹지 투자 6천억 대부분은 부동산“
녹지국제병원 관련 지역별 도민토론회가 31일 오후 2시 서귀포시청소년수련관에서 개최, 찬반 열띤 공방전
녹지국제병원 관련 지역별 도민토론회가 31일 오후 2시, 서귀포시청소년수련관 공연장에서 열렸다. 녹지국제병원 허가여부를 결정하기 위해 열린 토론회로, 제주자치도 숙의형 공론조사위원회가 주관했다.
찬반 양측에서 15분씩 활용해 기조발표에 나섰다. 신은규 동서대학교 보건행정학과 교수가 찬성측을 대표해 마이크를 잡았다.
신 교수는 “대한민국 모든 병원은 비영리법인이 하는데, 실제로는 병원도 영리와 이윤을 창출한다는 의견이 있었다. 영리를 어디에 사용하는지가 문제다”라고 말하며 “영리병원이 국내 공공의료체계를 와해시킬 수도 있다는 우려가 있지만 47개 병실을 가진 의료기관이 어떻게 국내 공공의료체계를 망가뜨릴 수 있겠나. 너무 과장됐다”고 말했다.
신 교수는 “성형외과와 피부과, 가정의학과, 내과, 검진센터, 약제실, 등의 시설과 134명을 채용해 병원 설립요건을 갖췄다. 현재까지 6300억원을 투자하는 등 투자절차를 착실하게 이행한 외국 기업을 우리가 어떻게 대해야하는 가는 생각해볼 문제다”라고 주장했다.
신 교수는 “중국인들이 제주도를 찾는 이유는 비자 면제에 투자자 영주권, 서복의 설화 등이 있기 때문인데 이들에게 좋은 사업기회를 제공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우석균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대표가 개설 반대측을 대표해 발제에 나섰다. 우 대표는 “ 우리나라 병원은 모두 비영리병원인데 녹지국제병원은 영리병원이다”라고 밝혔다.
우 대표는 “미국의 경우 영리병원이 비영리병원에 비해 진료비가 20%정도 비싸다. 영리병원은 주주배당을 하기 때문에 진료비가 비싸고 또, 의료비 증가 속도가 빠르다. 그런데 영리병원이 비영리병원보다 사망률이 1.2배로 높다. 돈을 벌기 위해 노력하는데 진료인력을 줄이기 때문이다”라고 주장했다.
우 대표는 “녹지국제병원은 48병실이 모두 1인실이다. 호텔급 병실이기 때문에 얼마나 받을 지 알 수가 없다”며 “의료비 상승 문제를 지적한 후 ”영리병원은 주변의 비영리 병원에 의료비까지 상승시킨다. 이를 영리병원의 뱀파이어 효과라 한다“고 밝혔다.
우 대표는 “녹지그룹은 중국의 부동산 투자회사다. 핼스케어는 명분이고 제주도에 투자했다는 6000억과 1조는 대부분 부동산 투자고 실제 의료시설에 투자한 건 1000억원도 되지 않는다”라며 “박근혜 정부가 영리병원에 목을 맸기 때문에 의료에 관심이 없는 녹지병원이 병원에 투자한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우 대표는 “녹지그룹이 병원 운영경험이 없기 때문에 국내 미래의료재단에게 운영을 맡긴다는 의혹이 있다”고 지적한 뒤 “국내 의료재단이 외국계 영리병원 경영에 관여하는 것은 불법이다”라고 주장했다.
기조발표가 끝나자 찬반 양측이 각 20분을 활용해 지정토론을 벌였다. 이병덕 회장이 좌장을 맡았다. 발제를 맡은 신은규 교수와 고태민 전 제주도의원, 장성인 연세대 의대 교수 등이 찬성측을 대표했고, 우석균 대표와 오상원 제주자치도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 위원, 홍영철 제주참여환경연대 대표 등이 반대측을 대표했다.
오상원 위원이 먼저 마이크를 잡았다. 오 위원은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가 병원측의 사업계획서도 제대도 확인하지 않고 심의를 마쳤고 사업승인이 됐다. 미래의료재단의 우회투자 의혹이 있는데 확인도 하지 않았다”며 “심의위원회가 제대로 심의했다면 여기까지 오지도 않았을 것이다”라고 주장햇다.
홍영철 대표는 “서귀포 시민들이 제대로 된 병원에 대한 갈망이 있는데, 그럴수록 제대로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리고 “공론조사가 개설허가 찬성과 반대로 이분법적으로 분류됐는데 우리는 그냥 반대하는 게 아니라 비영리병원으로 바꿔서 개설하자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홍 대표는 “우리나라 기업이 해외에서 사업을 하려면 그 나라의 법을 따라야하는데 녹지그룹은 우리법이 정한 공론조사를 거부했다. 녹지그룹은 최근 제주도에서 상습적으로 임금을 체불한다. 이게 상호 호혜적인 태도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고태민 전 의원은 “제주도 투자유치과장을 하면서 투자유치가 어렵다는 것을 알았다”며 “본의 아니게 영리병원 전도사가 됐다”고 말했다.
고 전 의원은 “국제병원 개설허가 공론조사가 적법성과 정당성이 있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며 “행정은 법을 집행하는 기관이기 때문에 있는 그대로 적용해야지 정책판단으로 안 된다”며 녹지국제병원 개설허가 여부를 공론조사로 결정하는 방식에 문제를 제기했다.
고 전 의원은 “녹지국제병원 사업계획이 2015년 12월에 보건복지부에서 승인됐다. 녹지그룹이 668억을 들여 건물과 장비를 갖추고 직원 134명을 고용해 매달 8억5000여만원을 지출하고 있다. 2017년 8월 18일에 도에 개원허가 신청을 했는데 11개월이 지났다. 공직자들이 사명감을 가지고 결정해야한다”고 주장했다.
고 전 의원은 “보건복지부 정책심의위원회가 2017년 12월 26일 3차 심의위원회에서 병원 설립 허가가 의결이 됐다. 사실상 허가절차가 종료된 것이다.”라고 주장한 뒤 “공론조사 조례는 기 사업계획이 확정된 사업에 대해서는 공론조사 대상에서 제외되도록 했다. 적법성이 결여된 공론조사라는 우려가 든다”고 밝혔다.
고 전 의원은 “녹지국제병원이 허가되지 않으면 투자자국가소송제도(ISD)에 따라 소송이 제기될 게 뻔하다”며 “도덕적 신뢰상실 뿐만 아니라 소송에 따른 손해도 부담하게 될 것이다. 공론조사를 하기 전에 1000억원을 준비해놓아야 한다”고 주문했다.
장성인 교수는 “의료 영리화는 다소 과장됐다. 다만 영리행위를 허가하는 것일 뿐이다”라고 말했다. 그리고 “건강보험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고 건강보험을 적용하면 낮은 가격에 의료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는데 굳이 비싼 비영리병원을 찾을 시민들이 많이 않을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지정토론이 끝나고 도민 자유발언이 이어졌다. 민 한 명당 2분씩, 찬반측에 각각 10분 동안 질의 및 주장이 이어졌다.
동홍동 주민 현봉식씨는 "서귀포시가 그동안 제주대병원을 비롯해 비영리병원을 유치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지만 병원 유치가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리고 ”녹지병원은 도민들이 가는 병원이 아니라 외국인들이 가는 병원이다. 그리서 진료비를 걱정할 게 못된다“고 주장했다.
제주시 주민 양영수씨는 “아버지께서 암에 걸려 밭을 팔아 치료를 했는데 돌아가셨다, 그런데 최근에 우리 직원이 암에 걸렸는데 큰 비용들이지 않고 병원 안에서 치료를 마쳤다. 공공의료가 중요하고 그래서 제주도에 좋은 공공의료기관이 많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토평동 주민 오창훈씨는 “엄격한 기준에 의해 핼스케어타운이 조성됐고 녹지국제병원이 설립요건을 갖췄다면 허가를 해줘야 한다”며 “우리 토평주민들은 핼스케아타운 조성을 위해 조상의 무덤까지 내줬는데 마을 발전을 바라는 주민들은 걱정이 많다”고 말했다.
동홍동 주민 양윤란씨는 “녹지병원은 수익을 부동산투기에도 쓸 수 있다. 그런데 비영리병원은 수익을 병원 시설에만 투자할 수 있다”며 “서귀포에 부동산 투기를 하는 병원이 설립되는 것이 바람한가‘라고 물었다.
토론의 열기가 뜨거웠는데 진행의 미숙도 드러났다. 발제자들이 프리젠테인션하느 동안 슬라이드 리모컨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아 불만이 이어졌다. 그리고 토론 규칙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는지, 지정토론 과정에서 찬성측에 주어진 20분 가운데 고태민 전 의원이 16분 이상을 발표하는 바람에 나머지 토론자들이 거의 의견발표를 하지 못하는 해프닝도 벌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