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는 아이들의 슈퍼스타, 그런데 밥을 주지 말라니

[북 리뷰] 『우주가 내게 온다』(한그루, 2022)

2023-02-20     허지선
책의 표지

오랜만에 동심을 일깨워주는 그림책을 만났다. 엄마가 글을 쓰고 초등학교 6학년 딸이 아이패드로 그림을 그린 『우주가 내게 온다』이다. 길고양이 우주를 키우게 되는 과정을 아이의 시선으로 그려낸 동화다.

엄마 박정은 작가는 유럽여행이 전문인 작가인데, 일년살이를 위해 제주도에 왔다가 섬의 매력에 빠져 서귀포 중문에서 살고 있다.

동화의 주인공 은수는 아파트 놀이터에서 붕대를 맨 채 힘없이 앉아 있는 고양이 한 마리를 발견했다. 은수는 다친 다리를 치료해주며 고양이에게 ‘우주’라는 이름을 지어줬다. 같은 아파트에 사는 다른 아이들도 이 고양를 사랑해, 각자 이름을 붙여줬다. 고양이 한 마리가 여러 이름을 갖게 됐고, 많은 아이의 친구가 됐다.

그러던 중 아파트 관리소에서 고양이에게 밥을 주지 말라는 경고문을 붙였다. 고양이가 병을 옮긴다는 등의 이유로 민원이 들어왔기 때문이다. 은수와 아이들은 고양이를 지키기 위해 머리를 맞댔고 가까스로 길고양이를 지켜내는데 성공한다.

그러나 고양이가 발톱으로 아파트 주민의 차를 긁어내는 일이 벌어지자 고양이는 다시 버려질 위기에 처했다. 은수는 엄마에게 우주를 키우자고 말했지만, 엄마는 자신의 일도 제대로 해내지 못하면서 다른 생명을 키우는 건 무책임한 일이라는 대답했다.

은수는 스스로 일어나 학교에 가고 숙제도 스스로 하고 밥을 먹고 난 뒤 식탁 뒷정리도 스스로 했다. 잠자기 전 게임 하는 시간도 줄였다. 책임감을 보여주려는 노력이 빛을 발해 엄마와 함께 ‘우주’를 키울 수 있었다.

나도 주인공 은 수처럼 고양이 한 마리를 잠깐 키운 적이 있다. 살고 있는 집 귤 창고에 길고양이 한 마리가 들어와 제집인 양 터를 잡고 새끼 고양이 한 마리를 낳았다. 강아지를 키우고 있던 탓에 고양이를 집안으로 데려오지는 못했다. 어미 고양이가 길에서 힘들게 생활했던 탓인지 새끼고양이는 태어난 지 얼마 안 되어 고양이별로 떠나고 말았다.

자신의 새끼가 고양이별로 떠나자 어미 고양이는 소리 없이 창고에서 사라져 버렸다. 생사를 알 수 없어 늘 마음속 한구석에 왠지 모를 미안한 마음이 남아 있었다. 어미 고양이와 새끼 고양이가 다음 생이 있다면 행복하게 살길 바란다.

우주가 내게 온다/ 박정은, 김은수/ 56쪽/ 한그루/ 1만5000원/ 2022년 11월 25일 출간

 

정리 허지선 사서 출신 시민 서평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