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 습지 자산이 5조원, 잘 보전하면 10조원"
[특집 생태계서비스지불제 ③] 성산읍 오조리
성산읍 오조리, 성산 일출봉의 서쪽에 자리 잡은 마을이다. 마을은 성산의 드넓은 내해수면을 끼고 있고, 해발 66m의 야트막한 오름인 식산봉을 품었다. 화산활동과 침식, 해수면의 변동 등의 영향으로 마을은 제주도에서도 독특한 지질환경을 가졌다. 용천수가 솟고, 바닷물이 들어오는 습지가 바둑의 포석처럼 마을 구석구석에서 발견된다. 논물, 족지물, 엉물, 친모살물, 재성물, 얼피물, 새통물 등 이름을 모두 기억하는 것도 어려울 지경이다. 오조리 마을회는 마을 주변의 습지를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해 순천만의 명성에 도전하겠다는 꿈을 꾼다.
오조리 연안습지 가운데 대표적인 곳은 철새도래지가 있는 성산 내해수면이다. 성산 내해수면의 상당 부분이 오조리에 속한다. 오조포구가 내해수면에 있고, 1961년 박정희 쿠데타 이후 마을 소득증대사업으로 건설된 오조리 양식장도 습지 안에 있다. 특히, 오조리 양식장 건설을 위해 박정희 국가재건최고회이 의장이 하사금 20만원을 보냈고, 주민 연인원 2500명이 동원됐다고 한다. 일찍이 마을은 농사에 불리한 연안습지를 다른 방식으로 활용하려는 꿈을 꾸도 있었음을 알 수 있다.
마을회는 지난해부터 오조리 연안습지를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되도록 활동하고 있다. 지난해 4월에 제주환경운동연합과 연안습지 보전관리방안 마련을 위한 토론회도 열었다. 당시 참석자들은 오조리가 저어새, 노랑부리저어새, 오리류가 겨울에 월동하고 도요새, 물떼새가 봄철에 찾아와 먹이를 찾고 은신하는 구역으로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할 가치가 충분하다고 밝혔다. 그리고 연안습지로 지정할 경우, 일출봉 자연유산과 연계하면 생태관광의 효과를 높일 수 있다는 가능성도 제시했다.
오조리 마을회는 습지보호지역 지정에 앞서 2023년 제주자치도가 시행하는 생태계서비스지불제 시범사업에 참여해 연안습지를 보호한다는 계획이다. 그동안 연안습지 주변이 개발되고 관광객들이 많이 다녀가면서 환경 훼손이 심해지고 있다며 습지 주변을 지속해서 보호하고 관리할 필요가 있다는 게 사업 참여 이유다.
고기봉 마을회장은 “보행자가 수월하게 접근하도록 잡풀과 넝쿨 등을 제거해 생태관광도 활성화하고 주변 환경에 대한 감시와 조사도 펼쳐서 더는 생물 다양성이 훼손되지 않도록 하겠다”라고 구상을 밝혔다.
오조리 마을회는 생태계서비스지불제 사업으로 식산봉, 식산봉 주변 연안습지, 논물 생태연못 등에서 주변을 정화하고 환경 훼손을 감시하는 일을 하겠다고 밝혔다.
▲식산봉
식산봉은 경관보전지구 1~2등급, 생태계보전지구 2~3등급에 지정됐다. 황근의 자생지로도 유명한데, 올레길 2코스에 포함돼 찾는 이들이 많아졌다. 그런 영향으로 쓰레기가 버려지는 이도 있고, 계단 시설물도 매우 낡았다. 마을회는 식산봉이 마을의 핵심 랜드마크인 만틈, 제대로 관리할 계획이다.
▲식산봉 주변 연안습지
성산 내해수면 가운데도 숨어있는 보물이다. 과거에는 작은 배와 테우가 다닐 수 있는 포구가 있었다는데, 이후 제방이 만들어지면서 포구의 기능은 없어졌다. 1961년 오조리 양식장을 만들 때 주민들은 4m 높이로 200m 가까이 둑을 쌓았다. 그때 쌓은 둑을 주민들은 장정이보라고 부른다.
이곳에 조개류가 풍부하고 식산봉 주변에 소나무 등이 있어서 새가 몸을 숨기기에 안성마춤이다. 멸종위기 동물인 저어새와 물수리 등 철새 31종이 이곳을 찾기에, 그 새들을 좇아 카메라를 든 여행객들이 즐겨 찾는다. 마을회는 이곳의 환경이 훼손되지 않도록 하고 생물다양성과 경관을 잘 보전하겠다고 밝혔다.
▲논물 생태연못
오조리 마을회관 인근에 있는 연못이다. 과거에는 지금보다 훨씬 규모가 컸는데 주변이 매립되고 일부만 남았다. 연못 안에 갈대와 연꽃이 자생하는데, 갈대가 우점하면서 연꽃이 자리를 잃고 있다.
마을회는 외래종인 갈대를 제거하고 연꽃과 수련을 복원해 아름다운 연못으로 가꾸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고기봉 오조리장은 시범사업 계획을 설명하면서 “오조리(吾照里)는 습지가 많아서 생태적 자산이 5조원에 이른다”라며 “앞으로 잘 보존하고 활용하면 5조원을 더 벌어 10조원을 만들 수 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