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꽃의 전설’ 관객과의 대화 열어

제주 출신 고희영 감독 물꽃 소재 휴먼다큐멘터리 31일 서귀포롯데시네마 상영

2023-08-16     방자연
현순직, 채지애 해녀(왼쪽부터) (사진=김형선 사진작가, 영화사 진진)

제주 출신 고희영 영화감독의 제주해녀를 주인공을 한 영화 물꽃의 전설30일 개봉한다. 이 영화는 87년 경력 최고령 상군 해녀 현순직과 막내 해녀 채지애가 제주 바다 속 비밀의 화원에 핀 물꽃을 다시 보기 위해 바다로 나서는 휴먼 다큐멘터리다.

채지애 해녀는 현순직 해녀를 믿고 따르는 서귀포시 성산읍 삼달리의 막내 해녀다. 육지에서 헤어 디자이너로 일하던 그녀는 제주 바다가 그리워 고향으로 돌아왔다. 해녀로 살며 여러 고충을 겪어 온 친정엄마의 강한 만류에도 해녀의 삶을 택했다. 최고령의 현순직 해녀는 채지애 해녀를 곁에서 살뜰히 챙기고 해녀들 사이에서 며느리에게도 비밀로 한다는 몸소 체득한 바다의 지식들을 전수한다. 채지애 해녀 역시 자신이 수확한 해산물을 나눠 주거나, 현순직 해녀의 물질 채비를 돕는 등 세심히 챙긴다.

세대가 다름에도 온정을 나눈 둘은 현순직 해녀가 그리워하는 바닷속 비밀의 화원에 핀 물꽃을 보기 위해 바다로 간다. 오직 현순직 해녀만이 갈 수 있는 들물여의 아름다운 광경이 펼쳐진다. 관객들로 하여금 물꽃의 정체가 무엇인지 짐작하게 만드는 동시에 두 해녀가 물꽃을 찾았을지 호기심을 불러 모은다.

물꽃의 전설은 지난해 제27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와이드 앵글 섹션에 공식 초청돼 기대감을 모았다. 평생 해녀 일을 한 현순직 할머니의 기억 속에서나 존재할 것 같은 물꽃의 존재를 보고자 하는 간절한 마음과 그리운 시선을 오롯이 그려낸 작품이다.

영화 개봉을 앞두고 고희영 감독과 대화를 나눴다. 전작 물숨에 이어 해녀 영화를 만든 이유는 해녀의 숨이나 삶을 예찬하고 싶어서가 아니라 오히려 해녀의 수가 점차 줄고 있고, 제주 바다가 병들고 있다는 심각성을 알리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그는 바다를 터전으로 삼고 사는 해녀의 눈을 통해 바다를 바라보자는 생각으로 영화를 만들었다면서 삼달리 바다에서 현순직 해녀를 보았을 때, 평생 바다와 함께 산 사람이 가지는 인간을 넘어서는 아우라를 느꼈다며 자연 그 자체로 보였다고 회상했다.

이어 영화를 본 관객들이 그동안 바다로부터 우리가 받기만 했는데 우리가 바다에게 무엇을 해줘야 할까를 생각해 볼 수 있는 영화라고 느낀다면 더 바랄 게 없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고 감독은 “‘물꽃의 전설은 이달 30일 전국 개봉임에도 불구하고 정작 제주에서는 개봉관을 확보하지 못했다이런 안타까운 사정을 알고 제주올레 서명숙 이사장의 도움으로 서귀포 롯데시네마에서 상영관을 열어 줬다고 고마움을 표했다.

물꽃의 전설’ 서귀포 롯데시네마에서 31일 오후 7시 상영되며, 상영 종료 후 관객과의 대화도 진행될 예정이다. 한편, 배급사인 영화사 진진은 제주에서 상영관을 늘려가기 위해 노력중이다. 

물꽃의 전설 포스터 (사진=영화사 진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