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귤 밭에 감물 옷이 활짝 피었습니다”

할망의 바농질·감물염색 옷 만들기 통해 배운 지혜 감귤 밭 패션쇼·전시 진행

2023-10-28     방자연
수업에 참여한 한경희 수강생이 제작한 옷을 입고 감귤밭을 거닐며 활짝 웃고 있다.

서귀포시 남원읍 위미리에 소재한 천연염색 체험장 이음새 농장 (대표 박지혜)’은 제주문화예술재단 지원사업인 고치:가치프로젝트 살면 살아지쿠다를 통해 할머니들의 옛 바느질과 옷 만들기에 관심있는 지역주민들을 대상으로 위미할망과 함께하는 바농질프로그램을 운영했다.

지난 27일 이음새 농장에서 위미리 할머니들의 옛 바느질 방식을 배워 감물 염색을 거쳐 만든 수강생과 함께 일상의 옷을 입다결과 전시회가 열렸다.

결과 전시회에 앞서 위미리에 사는 고행렬(86) 할머니의 감물염색토크쇼가 진행됐다. 고 할머니는 과거에 감 염색을 어떻게 진행했는지 이야기를 들려주고, 염색한 옷을 얼룩덜룩하지 않고 곱게 말리는 방법을 전달했다. 앞서 위미 할머니에게 바느질을 배워 조끼와 일바지를 만든 수강생들은 고행열 할머니가 들려주는 전통방식의 감물 염색 대해 높은 관심을 드러냈고 질문이 이어졌다.

고행렬(86) 할머니의 감물염색토크쇼가 진행됐다

고 할머니는 감물 색이 진하고 고우려면 햇볕이 가장 좋은 음력 7월과 8월중에 해야 하고, 퍼런 땡감을 직접 따서 했다감 따그네(딸 때) 높은 나무에 있는 것은 대나무 장대로 끝을 갈라서 감이 걸리도록 만들어서 땄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따온 감을 도구리(항아리 뚜껑처럼 생긴 오목한 그릇)에 넣어 방망이로 찧어 염색 작업을 했다라며 보통 하루 중 오전 10시 전에 말리기 시작해 3~4일 정도를 말리는데, 이튿날은 전날과 반대로 뒤집어 널어야 무멩(무명) 옷에 색이 진하고 곱게 밴다고 전했다.

고행렬 할머니가 바지에 감물을 들일때 고사리잎을 바지에 빵빵하게 넣고, 가랑이는 대나무를 끼워 뒤집어서 말린다는 설명을 하고 있다.

이어 그는 바지를 말릴 때 가랑이 사이가 희끗희끗 주름지고 얼룰덜룩 하게 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바지 속안에 핀 고사리 잎을 빵빵하게 채워 넣고, 바짓가랑이 사이에는 긴 대나무 대를 꽂아서 허리가 밑으로 가게 뒤집어서 말려야 한다고 직접 시범을 보이며 조언했다.

고 할머니는 수강생들이 만든 옷을 가리키며 감물 색이 흐린 옷은 다시 감물을 들여도 되는데 이때 물의 비율을 높여 약하게 해야 한다라며 감을 너무 쌔게 들여도 피부가 까진다고 말했다.

수강생들은 자신이 직접 만든 옷을 입고 패션쇼를 선보이며 행복한 미소를 짓고 있다. 

이날 수강생 중 박영주(60) 씨는 직접 염색한 천 가방을 보이며 여기서 수업을 들으면서 처음으로 집에서 전통방식으로 감을 직접 찧어 물을 들였는데, 감 찌꺼기 자국이 생겼는데 어떻게 말려야 하느냐라는 질문을 꺼냈다. 이에 고 할머니는 감물 들일 때 가방을 속을 뒤집어서 들이면 이런 자국이 생기지 않는다는 비법을 전했다.

한편, 땡감의 즙을 짠 감물원액으로 옷이나 옷감을 염색하는 것은 제주도뿐만 아니라 일본에서도 사용하는 전통적인 방법이다.

고행렬 할머니와의 대화가 끝나고, 수강생들은 스카프에 감물염색을 들여 마당에 널며 수업의 소감을 나눴다. 이후 위미 할머니가 알려준 옷을 입고, 이음새 농장 마당에서 노랗게 익은 노지 감귤 밭을 배경으로 거닐며 패션쇼를 선보였다. 수강생들은 자신이 직접 만든 옷을 입고 사진도 찍으며 행복한 미소를 지으며 일상의 작은 축제를 즐겼다. 프로그램에 참여한 수강생들이 만든 옷은 이음새 농장 마당에 31일까지 전시된다.

수강생들은 스카프에 감물염색을 들이며 수업의 소감을 나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