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해와 상생의 역사’, 정신 이을 것”

윤 대통령 불참 속 제주 4·3 76년 추념식 거행 4.3생존희생자 및 유족, 도민 등 1만여 명 참석 한덕수 총리 “희생자 기리는 게 국가 기본 책무” 오영훈 지사 "평화와 인권 상징하는 곳 만들 것" 김창범 유족회장 "비극 되풀이 않는 나라 간구"

2024-04-03     고권봉
3일 오전 제주시 봉개동 4·3평화공원에서 열린 제76주년 제주4·3희생자추념식에서 한덕수 국무총리가 제단에 분향하고 있다.

76주년 제주 4·3희생자 추념식이 3일 오전 10시 제주4·3평화공원 위령제단·추념광장에서 거행됐다.

행정안전부가 주최하고 제주특별자치도가 주관한 이번 추념식은 제주4·3’의 정신을 일깨우고 평화의 씨가 날아 곳곳에 평화와 행복이 가득해져 슬픈 역사가 또다시 반복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 불어라 4·3의 봄바람, 날아라 평화의 씨를 주제로 열렸다.

이날 추념식에는 비가 내리다 그치기를 반복하는 궂은 날씨 속에서 4·3 생존희생자 및 유족, 제주도민, 정부 및 정당 관계자 등 1만여 명이 참석했으며 주요 내빈의 절반 이상이 고령 유족과 생존희생자로 추념식의 뜻을 더했다.

정부 대표로는 윤석열 대통령이 불참한 가운데 한덕수 국무총리와 강도형 해양수산부 장관, 고기동 행안부 차관, 이상훈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 상임위원, 송두환 국가인원위원회 등이 참석했다.

또 재외제주도민회 총연합회를 비롯한 서울·인천·부산·광주·경남 등 지역도민회도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으로 참석했으며, 전국 17개 시도지사협의회 교육감도 제주4·3의 기억과 정신을 함께 공유했다.

또한 여야 지도부도 희생자의 넋을 기렸다. 국민의힘에서는 윤재옥 원내대표가, 더불어민주당에서는 이재명 대표가 참석했다. 국민의미래 인요한 선거대책위원장과 더불어민주연합 윤영덕·백승아 공동대표, 녹색정의당 김준우 상임선대위원장, 새로운미래 오영환 총괄선대위원장, 개혁신당 천하람 총괄선대위원장,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가 각각 참석했다.

3일 오전 제주시 봉개동 4·3평화공원에서 열린 제76주년 제주4·3희생자추념식에서 한덕수 국무총리 등 참석자들이 묵념을 하고 있다.

본행사가 시작된 오전 10시에는 1분간 제주 전역에 묵념 사이렌이 울렸다. 이어 애국가 제창, 제주4·3경과보고, 추념사, 유족사연, 추모공연 등이 이어졌다.

윤 대통령 대신해 추념사를 낭독한 한 총리는 “4·3사건 희생자의 넋을 기리고 유가족의 아픔을 위로하는 것은 국가의 기본적인 책무라며 정부는 4·3사건의 상처를 보듬고 치유하여 화합과 통합의 미래로 나아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2025년까지 추가 진상조사 마무리, 트라우마 치유센터 설립·운영, 국제평화문화센터 건립과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에도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김창범 4·3희생자유족회장은 “4·3의 실체적 진실을 향한 처절한 투쟁으로 4·3특별법이 개정돼 희생자에 대한 4·3보상금 지급, 직권재심 청구로 인한 명예회복, 뒤틀린 가족관계도 폭넓게 해결될 수 있는 길이 열렸다“4·3과 같은 비극이 더 이상 되풀이되지 않는 평화·인권공동체로 나아가는 따뜻한 국가를 간구한다고 전했다.

추념사 낭독하는 오영훈 제주도지사.

오영훈 도지사는 이제 4·3은 낡은 이념의 시대의 종결을 알리고 사람 중심의 빛나는 세상을 열어가고 있다제주도정은 4·3의 세계적 가치를 다음 세대에 전승하고 평화와 인권을 상징하는 곳으로 만들겠다고 피력했다.

아울러 혹독한 겨울을 견뎌낸 동백꽃이 치유와 사랑의 꽃망울을 활짝 틔우듯, 긴 어둠을 이겨낸 제주와 4·3이 지구촌 평화 번영을 위한 씨앗으로 뿌려져 다음 세대에 정의로운 미래를 안길 것이라며 제주가 열어나가는 사람 중심의 빛나는 미래를 4·3 영령님들과 함께 지켜봐 주시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제주여자고등학교 김지원 학생은 4·3을 직접 경험하지 못한 세대이지만 조부모의 이야기를 듣고 그 아픔을 공감하며 쓴 추념시를 낭송하며 전 세대가 4·3을 함께 기억하고 공감하기를 바라는 마음을 전했다.

4·3 당시 부모·형제를 잃고 타지서 지내다 20대 때 귀향한 김옥자(83)옹 이야기는 그의 손녀 한은빈(17) 양이 낭독했다.

또 추념식 사상 처음으로 김옹 부친을 인공지능(AI)으로 복원한 영상도 공개됐다. 배우 고두심은 희망의 메시지를 내레이션하고 가수 인순이가 자신의 곡 아버지를 열창했다.

해군본부와 해병대사령부는 진해기지사령부 의장대, 해병대9여단 군악대, 해군7전단 군악대를 파견해 애국가 제창, 헌화·분향을 지원했다.

그동안 제주도민은 한마음으로 제주4·3의 정의로운 해결을 위해 한 걸음씩 나아왔다.

현재 4·3희생자와 유족의 명예회복 및 실질적 피해보상, 희생자와 사실상 자녀 간 가족관계 회복 절차가 진행되고 있으며, 유족들의 간절한 바람이던 4·3특별법 일부개정에 따른 혼인신고·입양신고 특례도 올해 하반기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특히 지난 3월에는 영가천도 추모법회‘4·3희생자 무명신위 위패조형물 제막식을 개최해 도민과 함께 이름을 알 수 없는 4·3사건 미신고 희생자의 넋을 위로했다.

또한 지난해 114·3의 진상 규명 과정과 화해·상생의 노력을 담은 4·3기록물의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를 위해 신청서를 제출하는 등 4·3기록물이 전 세계인의 기록으로 영구히 남을 수 있도록 추진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