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 자치 실현, 행정 관심이 관건

2024-08-21     서귀포신문

대륜동주민센터가 대륜동 지역발전 계획 수립을 위한 용역을 추진하고 있다. 대륜동 지역발전 계획 수립이 관심을 끄는 이유는 지역 주민 참여에 있다. 예산 집행과 체계적인 행정 지원 등을 위해 일선 행정기관인 대륜동주민센터가 지역발전 계획을 수립하고 있다. 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행정이 주도적으로 한다기보다는 지역 주민이 주체다.

대륜동 종합발전계획은 지역 주민 참여로 이뤄지는 것이다. 주민의 의지를 수용해 종합발전계획 용역을 의뢰 등 예산 집행과 행정 절차 등을 지원하는 대륜동주민센터는 종합발전계획 용역을 의뢰하기 전부터 주민 참여를 통한 주민 의견 수렴 절차를 강화했다. 우선 대륜동을 지역구로 하는 국민의힘 이정엽 제주도의회 의원의 협조 등을 통해 도의회 차원의 정책 간담회를 3회 실시했다. 정책 간담회에서 제기된 사항과 주민 참여 원탁회의, 주민 설문조사 등을 통해 나온 주민 의견 등을 중심으로 종합발전계획을 수립하고 있다. 또한 최근에는 종합발전계획 수립을 위한 주민 참여 원탁회의도 개최했다. 주민이 참여하는 원탁회의에서는 혁신도시와 연계한 지역발전 과제 선정과 발전 전략 수립 등 주민 주도 종합발전계획 수립을 위한 다양한 논의가 이뤄진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지역 주민이 직접 나서는 것은 단순한 지역 발전계획 수립을 뛰어넘는다. 지역 발전계획을 세우기 위해서는 지역 주민이 몇 명인지, 내가 살고 있는 지역의 산업 특성은 어떤지, 교통 여건과 주변 관광자원 및 시설은 무엇이 있는지 등을 자세히 알아야 한다. 짧게는 몇 년, 길게는 수십 년에서 몇 대에 걸쳐 살아온 지역을 세심하게 알아야만 지역 실정에 맞는 지역 발전 계획을 세울 수 있다.

대륜동 지역은 자연 마을인 법환동, 서호동, 호근동에 신서귀포가 조성되면서 생긴 새서귀마을회 등으로 이뤄진 지역이다. 게다가 제주 혁신도시가 조성되면서 ‘신도시’가 건설되면서 젊은 층과 이주민이 많은 지역이기도 하다. 세대 간, 이주민과 원주민 간 갈등의 불씨를 안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륜동 지역 주민은 신도시와 원도시, 주변 자원 등을 연계한 발전계획을 세우고 있다. 이 과정에서 미래 갈등으로 번질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고, 주민의 자발적 참여를 유도해 공동체를 강화할 수 있을 것이다.

그동안 서귀포 지역 17개 읍면동 가운데 전문성 있는 용역 기관 등에 의뢰해 발전계획을 수립한 지역은 4개 지역으로 파악되고 있다. 2013년 동홍동, 2015년 표선면, 2020년 대천동, 2022년 대정읍 등이다. 물론 지역 주민이 직접 참여해 지역 발전계획을 수립했다고 하더라도 이 계획이 100% 시행되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을 것이다. 예산 확보와 지역 간 형평성 문제 등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역 주민이 참여해 지역 발전계획을 만드는 것은 주민자치를 강화하는 밑거름이다.

미국의 제16대 대통령(1861~1865)을 지냈던 아브라함 링컨은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정치”란 유명한 말을 했다. 현재 서귀포 지역에서 지역 주민에 의해, 주민을 위한, 주민의 정책을 만들고 있다. 행정은 지역 주민이 수립한 지역발전 계획 실행을 위해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행정 입장이 아니라, 주민 입장이 정책 결정 요인이 돼야 한다. 그래야 말로만 하는 ‘도민의 자기 결정권 강화’ ‘주민자치 강화’로 전락하는 것을 막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