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들이 만든 무장애 해수욕장 프로젝트
표선고 인권동아리 이끼×동부종합사회복지관 협업 지역 청소년들이 펼친 교통약자 이동권 프로젝트 모래사장에 펼친 무장애매트, 바다에 띄운 휠체어 지속 사업 근거 마련 위한 관련 조례 개정도 추진
지난달 11일, 제주 표선해수욕장에서 교통약자를 위한 특별한 프로젝트가 진행됐다. 이 프로젝트는 장애인들이 바다를 쉽게 즐길 수 있도록 바다에서 수영할 수 있는 휠체어와 모래사장을 건널 수 있는 무장애매트를 설치한 것이다. 표선고등학교 인권동아리 '이끼'의 주도로 진행된 이 프로젝트에는 고등학생 15명이 참여했으며, 이들은 무더운 여름날 다양한 관광객과 지역 주민을 대상으로 캠페인을 펼쳤다.
이날 행사에는 6명의 장애인이 참여해 해수욕장에서 무장애매트와 휠체어를 사용해 바다 수영을 체험했다. 한 참여자는 후천적 장애로 인해 10년 동안 바다를 찾지 못했다가 이번 기회를 통해 다시 바다를 만질 수 있어 감격스러웠다고 전했다. 홍샛별(표선고 3학년) 학생은 “어렸을 때는 당연하게 헤엄치고 놀던 바다를 다시 찾은 그분의 이야기가 인상 깊었다”고 말했다.
이번 캠페인을 주최한 ‘이끼’ 동아리는 ‘사람과 사람을 잇는다’는 모토로 활동하며, 단순한 자선적 나눔이 아닌 권리 보장형 나눔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들은 교통약자들의 이동권을 보장하는 것이 교육권, 문화권 등으로 확장될 수 있다고 믿고, 이를 실현하기 위한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해왔다.
이번 프로젝트를 위해 이끼는 전문가 및 활동가 교육, 청소년 인권 활동가 워크숍 등을 통해 청소년들이 인권 문제를 이해하고 실천할 수 있도록 준비했다. 또한, 표선해수욕장 주변의 시설을 직접 돌아보며 문제점을 조사하고, 이를 개선하기 위해 시민들을 대상으로 서명운동을 펼쳤다.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보고서를 제작해 발표하고, 이를 공유하는 토크콘서트도 개최했다.
3년간 지속적인 동아리 활동을 이어가기 위해 이끼는 제주사회복지공동모금회, 제주특별자치도개발공사 등 다양한 공모 사업의 지원을 받았다. 이번 프로젝트에 필요한 무장애매트와 휠체어는 카카오와 제주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재원으로 마련되었다.
양수원(표선고 1학년) 학생은 “처음에는 단순한 동아리 활동이라고 생각했지만, 많은 관심을 받으며 일이 커졌다는 것을 느꼈다”며 “내년부터는 우리가 이 활동을 이끌어가야 한다는 책임감이 생겼다”고 말했다.
이끼는 이 프로젝트를 통해 동아리 내에서도 다양한 갈등과 어려움을 겪었지만, 이러한 과정을 통해 청소년들은 비난적 시각이 아닌 비판적 시각에서 문제를 바라보게 됐다.
장동현(표선고 3학년) 학생은 “공익적 가치를 실현할 수 있다는 점이 인상 깊었다”며 “이번 활동을 통해 나눔의 의미를 새롭게 이해하게 되었고, 실제로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고 전했다.
2022년부터 시작된 이 프로젝트에는 청소년들의 활동을 돕는 멘토도 있다. 동부종합사회복지관 지역조직팀 김민석 과장은 “청소년들이 사회에 관심을 갖고 문제의식을 가지며 탐구하고 실천하는 과정을 통해 변화를 만들어내길 바란다”며 “처음에는 표선고 청소년들과 함께 시작한 동아리가 지금은 표선초·중학생까지 학교급별로 확대됐다. 탐구 주제는 조금씩 다르지만, 지역 청소년들의 자발적 활동이 초등학생부터 고등학생까지 이어지고 있는 점에서 이들의 성장이 기대된다”라고 밝혔다.
이끼 동아리는 이번 프로젝트를 단순히 캠페인 활동으로 끝내지 않고, 지속적인 사업으로 이어가기 위해 관련 조례 개정을 추진 중이다. 김 과장은 “조례가 개정되어야 예산이 배정되고, 이를 통해 생활 속에서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다”며 “청소년들이 정책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그 변화를 만들어가는 과정을 경험하길 바란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충남 보령의 조례 개정 사례를 참고해 제주도 무장애 관광 조례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지역 청소년들이 지역 사회와 함께 나아가면서 그들의 열정과 실천이 실제 변화를 만들어가고 있다. 이론을 넘어선 이들의 노력은 교통약자를 위한 실질적인 권리 향상을 도모하며, 그 과정에서 청소년들은 더 나은 사회의 주역으로 성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