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철 최악 폭염...최고.최저 기온 역대 1위
열대야.폭염일수도 기록 경신 가을 태풍 가능성에도 예의주시 귤 낙과 심각...생산량 감소 전망
여름철 최악의 폭염으로 제주 감귤에 역대급 피해가 속속들이 나타나고 있어 행정당국의 기후위기 대응책 마련이 시급하다.
제주특별자치도와 제주특별자치도농업기술원 등에 따르면 제주 감귤 낙과 피해율은 지난달 21일 기준으로 19.8%로 분석됐다. 이는 감귤 나무에 달린 열매 5개 중 1개가 열과 피해를 입고 나무에서 떨어지고 있는 상황으로 전체 생산량의 감소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감귤의 주산지인 서귀포시 지역은 피해율이 20.4%, 제주 동부는 22.7%, 제주 서부는 28.6%로 심각한 수준이다.
다만 제주시는 13%로 다른 지역에 비해 피해 수준은 적지만 예년에 비해서는 많은 수준이다.
2024년산 감귤 피해는 지난해 9월 26일 기준으로 8.2%로 집계됐었다.
도농기원 등에서 예측한 올해 감귤 전체 생산량은 40만8300t이다.
하지만 최근 열매 5개 중 1개꼴로 낙과 현상이 나타나면서 전체 생산량 역시 크게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린다.
도농기원 관계자는 “이번 피해는 감귤의 전체 생산량에도 영향을 미치고, 나아가 향후 감귤가격에도 어느 정도 영향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라고 전했다.
▲관측 이래 가장 더웠던 여름
올해 여름은 태풍도 밀어낼 정도로 견고하게 자리 잡은 이중 고기압이 한반도를 이불처럼 뒤덮은 영향으로 최악의 폭염이 이어졌다.
이로 인해 올 여름 평균기온, 평균 최고기온, 평균 최저기온, 열대야일수, 폭염일수 등 모두 기록을 경신했다.
1일 제주지방기상청에 따르면 올해 6~8월 여름철 제주도 평균기온은 26.3도로 평년보다 1.8도나 높아 역대 1위를 기록했다.
종전 최고 기록인 2022년 26.0도와 비교하면 0.3도 높은 수준이다.
여름철 초반인 6월 중순 이후로는 기온이 꾸준히 평년보다 높았다. 일반적으로 비로 인해 기온이 떨어지는 장마철 기간에도 기온이 대체로 평년보다 높았고 습하고 더운 공기가 남서풍을 타고 우리나라에 지속적으로 유입되면서 높은 습도로 인해 밤사이에도 기온이 떨어지지 않아 열대야가 발생했다.
여름철 중후반인 7월 하순부터 8월 하순까지는 장기간 따뜻한 티베트고기압과 북태평양고기압이 우리나라 상공을 덮으면서 맑은 날이 많아 낮 동안 강한 햇볕으로 높은 기온이 지속됐고 비가 내리는 날이 적었다. 이로 인해 8월의 평균 기온은 평년보다 2.5도 높은 29.3도로 역대 1위를 기록했다. 8월 강수량은 평년(283.3㎜)의 27.6%인 78.2㎜로 역대 최저 1위를 기록했다.
특히 올 여름철 평균 폭염일수는 평년(3.8일)보다 4.3배 많은 16.5일로 역대 1위를 기록했고 열대야 일수도 평년(23.8일)보다 2배 많은 48.0일로 역대 1위를 기록했다.
심지어 제주 북부 지역은 지난 7월 15일부터 8월 31일까지 47일 연속 열대야가 이어지면서 이후 누적 열대야 일수는 75일로 전무후무할 기록도 남겼다.
여름철 평균 강수량은 683.8㎜로 평년과 비슷하지만 장마철에만 82%(561.9㎜)가 내려 7월 하순부터 8월 하순까지 가뭄 현상까지 나타났다.
이러한 현상은 1973년 이래 가장 큰 비율이며 올해 장마 기간 역시 6월 19일에 시작돼 7월 27일 종료된 것으로 분석돼 평년보다 길었다.
해수면 온도는 23.9도로 최근 10년(2015~2024년) 평균(22.8도)보다 1.1도 높았으며 최근 10년 중 가장 높았다.
▲가을 태풍 가능성 예의주시
역대급 폭염과 열대야를 발생시킨 티베트고기압과 북태평양고기압의 영향으로 태풍 피해는 평년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제9호 태풍 종다리는 지난달 19일 열대저압부에서 발달해 북상했지만 두 고기압의 영향으로 48시간이 지나지 않아 소멸됐다.
제5호 태풍 마리아와 10호 태풍 산산 등은 일본으로 이동했고, 3호 태풍 개비와 13호 태풍 버빙카 등은 중국에 상륙했다.
하지만 기상청은 이달부터 다음 달까지는 한반도로 태풍의 길이 열리는 시기인 만큼 태풍 발생과 우리나라 상륙 가능성에 대해 예의주시하고 있다.
이용섭 제주기상청장은 “올여름은 더위가 장기간 이어지면서 폭염과 열대야가 극성을 부렸다”라며 “기후변화로 우리나라의 기후특성마저 변화하는 양상을 보이는 상황에서 제주기상청은 이상기후에 대한 철저한 감시와 분석 역량 강화를 통해 도민들의 생명과 재산을 지킬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하겠다”라고 밝혔다.
▲여름철 전 세계 이상기후 현황
올해 6~8월 전 세계 이상기후 현상과 기상재해 현황을 살펴보면 프랑스와 스위스에서는 폭풍으로 9명이 사망‧실종됐다.
필리핀에서는 열대성 저기압 ‘개미’ 영향으로 13명이 사망하고 60만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미국에서는 텍사스 허리케인 ‘베릴’ 영향으로 8명이 숨졌고 플로리다주 열대성 폭풍 ‘데비’ 영향으로 4명이 사망했다.
일본에서는 태풍 ‘마리아’ 영향으로 이와테현에는 일강수량 368.5㎜, 이틀간 강수량 467.5㎜로 관측 사상 최다 기록을 경신했다.
이집트 아스완에서는 6월 일최고기온 50.9도로 역대 기록을 경신했다.
사우디아라비아 메가에서는 최고 기온 51.8도를 기록 이슬람 성지순례 기간에 온열질환으로 1300여 명이 사망했다.
남아프리카공화국 동부에서는 폭우로 인한 홍수로 22명이 숨졌고 에티오피아 남부지역에서는 산사태로 229명이 숨졌다.
중국 북동부 랴오닝성에는 이틀간 최고 530㎜ 이상의 강수로 7000여 명이 대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