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지중지 키웠는데, 깨지는 감귤에 농가 근심
[르포] 열과 피해 현장을 가다 레드향 농가 열과 피해 심각 평년과 같은 관리에도 벌어져 농가, 기후영향 등으로 추정 올해 낙과 피해율 10% 넘어
“딱, 툭! 딱, 툭!”
지난달 25일 오전 서귀포시 중문동 일주도로 인근 레드향 하우스에서는 열매를 따는 소리가 끊임없다.
한참 지났지만 아직도 레드향 나무에는 껍질이 벌어져 과육이 썩은 열매들이 가지마다 여기저기에 매달렸다.
약 3000㎡(900여평) 규모의 레드향 농장 바닥에는 따서 버려진 레드향 열매들이 썩어가고 있었다. 나무의 30~40%는 열과 현상으로 제거돼, 남은 과실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일반적으로 9월 중순 이후에는 과실을 잘 관리하면 피해가 덜한 시기이지만 올해는 예년과 상황이 다르다.
농가 현모씨는 “레드향이 열과 현상이 심한 품종으로, 매년 열과 피해가 있어 세심히 관리를 했지만 올해는 유독 열과가 심해 하루라도 밭에 안 나올 수가 없다”라며 “벌어진 귤을 따내지 않으면 옆 열매도 썩어가니 농부 속도 썩어 들어간다”라고 한탄했다.
현씨는 “예를 들어서 작년에 밭에서 1만5000㎏의 열매를 수확했다고 하면 올해는 5000㎏도 안 나올 것 같다”며 “평년 9월 20일쯤이면 레드향 열과 현상이 멈추는데 올해는 아직도 껍질이 깨지니까 답답하다. 언제까지 이럴지 알 수가 없어서 더 답답하다”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지대가 조금 더 높은 곳에 있는 밭도 상황은 비슷하다고 했다. “중산간 위에 있는 밭은 평년 열과 비율이 5% 정도였는데, 올해는 20% 넘게 깨졌다”라고 말했다. 이어 “물이며, 약이며 시기에 맞춰 세심하게 했다. 왜 그런지 모르겠다. 달라진 건 날씨뿐”이라며 “농사꾼이 감귤 농사가 잘돼야지. 이거로 먹고사는 데, 열과는 (농작물재해) 보험도 안 되고…. 올해 날이 너무 더워 그런가 싶은데, 자연 현상을 우리가 어찌할 수 있나”며 안타까운 마음을 전했다.
특히, 올해는 기록적인 폭염이 길어지면서 다량 발생하는 레드향 열과에 농민은 속수무책이다. 기후 변화가 점점 더 심각해지는 가운데 정부와 농가가 협력해 장기적인 대응책 마련이 절실하다.
한편, 제주도농업기술원에 따르면 8월 도내 6곳 감귤원에서 표본 조사한 결과 열과율이 10.1%로 나타났다.
제주 서부 지역 18%, 서귀포시 13.2%, 제주 동부 지역 9.9%, 제주시 3.8%로 지역별 편차도 크게 나타났다.
농협에는 올해만 3200여 건의 열과 피해 신고가 접수됐다.
감귤 낙과 피해율은 9월 21일 기준으로 19.8%로 분석됐다. 나무에 달린 열매 5개 중 1개가 열과 피해를 보고 나무에서 떨어지고 있는 상황으로 전체 생산량 감소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감귤 주산지인 서귀포 지역은 피해율이 20.4%, 제주 동부는 22.7%, 제주 서부는 28.6%로 심각한 수준이다.
다만 제주시는 13%로 다른 지역에 비해 피해 수준은 적지만 예년에 비해서는 많은 수준이다.
2023년산 감귤 피해는 지난해 9월 26일 기준으로 8.2%로 집계됐었다.
제주농협에 따르면 올해 8월 1일부터 9월 19일까지 접수된 온주밀감 열과 피해 현황은 작년 동기 5047건 대비 약 22% 증가한 6173건으로 집계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