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 위기 극복에 나서는 감귤 농가

장마철 일조 부족 잦아 히트펌프, LED등 설치 FTA 지원 한계 우려도 특별지원 등 대책 절실

2024-10-02     윤주형

기후 위기가 서귀포 지역 감귤 산업을 강타하고 있다. 기후 위기에 대응할 수 있는 행정적 지원은 한계를 보이고 있다. 이에 일부 농가는 자구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행정은 재해보험을 통해 낙과 피해 등을 지원받을 수 있도록 행정 지원 등을 강화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기후 위기 극복 대책이라기보다는 농가 피해 보전이라는 임시방편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농가, 위기 대응 ‘안간힘’
서귀포시 대정읍에서 하우스 감귤을 재배하는 강모씨(48)는 최근 냉·난방이 가능한 ‘히트펌프’와 작물 재배용 LED등을 설치하는 방안을 고민 중이다. 

기존에는 전기 온풍기를 사용해 여름철 감귤을 수확했지만, 최근 수확철 고온 현상 등으로 비상품 감귤 발생률이 높아지고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감귤의 경우 착색기에 일교차가 클수록 착색이 잘 되지만, 매년 ‘최장 열대야’ 신기록을 세우는 등 여름철 낮과 밤 기온이 높아 착색률이 떨어지고 있다고 강씨는 주장했다. 

강씨는 “이제는 여름과 겨울만 있다고 할 정도로 기후 여건이 급변하고 있다”며 “제주에서 ‘고사리 장마’라고 부르는 봄장마와 여름철 장마 기간에는 일조량 부족으로 생리낙과가 심해 생산량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덧붙였다.

중문동에서 하우스 감귤을 재배하는 오모씨(59)는 최근 전액 자부담으로 LED등을 설치했다. 

오씨는 “인근 과수원에 심어진 방풍수 등의 영향으로 일조량 확보가 어려웠다”며 “최근 장마는 과거와 양상이 달라졌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LED등 설치 후, 그는 개화율이 높아졌고, 낙과가 줄었으며, 감귤 품질도 개선됐다고 밝혔다.

▲지원 다변화 및 특별지원 절실
감귤 산업 육성을 위한 주요 지원 사업은 FTA기금 사업이 핵심이다. 

FTA기금 사업은 2004년 한·칠레 FTA(자유무역협정) 체결 이후 제주 감귤 산업 보호 등을 위해 지원하고 있다. 

올해 기준 FTA기금 지원 사업은 비가림하우스(빗물 이용 시설 포함), 원지정비(품종갱신, 성목이식), 빗물 이용시설, 비상발전기, 자동개폐기, 관수시설, 방풍망, 농산물 운반 시설, 무인방제 시설, 환풍기, 송풍팬, 재해예방용 농업용 난방기, 보온커튼(동해 방지용), 노후하우스 개보수, 과수분야 스마트팜 등 14개다.

이 지원 사업은 고품질 생산과 농가 노동력 절감 및 생산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목적이지만, 기후 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사업은 전혀 포함되지 않았다. 

다만 여름철 강한 햇빛을 가려 하우스 내부 온도를 낮출 수 있는 보온커튼과 환풍기, 송풍팬, 자동 개폐기 등 일부 시설은 기후 위기 대응에 도움이 될 것으로 농가는 보고 있다.

이에 따라 농가들은 현재 지원되는 FTA기금 사업 중 기후 위기 대응에 적합한 항목을 특별 지원 항목으로 전환하고, 보조율을 높여 농가의 부담을 줄여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와 함께 고온, 일조, 집중호우 등 기상 이변에 신속히 대응할 수 있는 시설을 시범 사업 등을 통해 검증하고, 이를 바탕으로 농가에 보급할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다.

강모씨는 “수십 년 전 FTA 기금이 도입될 당시와 지금은 기후 여건이 많이 달라졌다”며 “현재의 기후 변화를 반영해 FTA 기금 지원 사업을 현실에 맞게 조정해야 한다”고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