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이 서귀포의 새로운 봉화불이 되길”

[인터뷰] ‘거리의 철학자’ 김상봉

2024-10-02     구혁탄
사진 - 전남대 철학과 김상봉 교수

서귀포에서 철학의 향연이 펼쳐졌다. 지난 923, 서귀동 복합문화공간 라바르에서 5회로 예정된 전남대학교 철학과 김상봉 교수의 강연이 시작됐다. 제주평생교육장학진흥원이 제주도민대학의 정규과정 중 하나로 주최하는 이번 강연은 수준높은 인문학 강좌가 부족한 서귀포 지역에 시민들의 지적 갈증을 단비처럼 채워줄 것으로 기대된다.

 

서귀포에서 강연하게 된 계기

서귀포에서 흔치 않은 철학 강의를 열게 된 계기에 대해 김 교수는 인연이 있던 진희종 제주평생교육장학진흥원장의 제의로 시작됐다. ‘목욕탕에서 읽을 수 있는 칸트수업을 기획해 달라더라며 웃었다. 이어 “2012년 연구년을 맞아 서귀포를 찾은 후, 대정읍 상모리에 자리를 잡고 2019년까지 방학 때마다 서귀포에서 지내며 상모리 마을 주민과 가족처럼 친해졌다고 전했다. “받았던 사랑과 관심을 돌려드려야 하지않겠나. 떠났을 때 서운하셨을 텐데 강연을 위해 약속대로 다시 돌아왔다고 소회를 밝혔다.

 

칸트 철학을 선택한 이유

쉽지 않은 칸트 철학을 주제로 선택한 이유에 대해 김 교수는 올해가 칸트 탄생 300주년이라며 한번 생각해보자. 우리가 로마에 가면 골프나 식도락이 목표는 아니지 않나. 그 곳의 문명과 문화를 경험하기 위해 가는 것이라 설명하고 이어 관광은 결국 사람과 사람의 만남이다. 도민은 관광객들에게 내면을 보여줄 수밖에 없고, 서귀포에도 음식과 볼거리뿐만이 아닌마음의 양식이 있다라는 것을 알려주고 싶다고 의지를 피력했다.

 

서귀포 지역과 공동체에 관해

김 교수는 서귀포라는 지역의 특성이 이번 강의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두가지다. 하나는 내가 친숙한 대정읍이 유배지였다는 것이다. 다산이 유배지에서 성과를 내고 추사가 이 곳에서 더 깊어진 것처럼 나 역시 일종의 자가유배를 통해 철학이라는 학문에 더 다가가고 싶다고 말했다. “두 번째는 한반도의 끝인 서귀포가 시대의 모순이 집약되는 곳인 동시에 그에 반발하는 저항과 봉기의 땅이라는 것이다. 이런 상황은 현재진행형이다. 이런 때에 철학이 공리공담(空理空談)에 그치지 않고 지역 안에서 어떤 식으로든 영향을 주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강연중인 김상봉 교수

 

서귀포 현안에 대한 시선

해군기지부터 서귀포공항 건설까지 서귀포 현안에 대한 질문에 김 교수는 판단기준이 돈이 돼서는 안된다. 좁게는 제주부터 넓게는 한반도, 동아시아까지 내다보며 미래가 기준이 돼야 한다. 당장 공항 건설로 생기는 이익과 손해에 매몰되어선 안된다. 철학이라는 영혼의 기준으로 오늘을 보자라며 입장이 다르다는 이유로 공동체를 파괴하지 않아야 한다. 인간의 역사는 한쪽이 원한다고 일방적으로 관철되지 않는다. 물러날 수 있는 여지를 가지고 논의해야 한다고 전했다.

 

정체성고유성

전남대에서 근무한 김 교수는 그 동안 광주라는 지역에 대한 관심을 표해왔다. 서귀포가 지향해야할 지역 정체성에 서귀포는 인구가 20만이 안된다. 제주시에 비해도 작은 곳이다. 질량이 큰 물질이 작은 물질을 이기기는 쉽지 않지만 정신은 크고 작은 것이 없기 때문에 다른 방식으로 풀어나갈 수 있다. ·무형의 외부압박에 똑같이 반응하지 말고 서귀포만의 정체성을 추구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작은 아테네가 거대한 페르시아를 상대로 승리한 것처럼 서귀포가 정신의 불꽃을 새롭게 일으키길 바란다. 나의 이번 칸트 강연이 새로운 봉화불이 되었으면 한다고 피력했다. 정년을 앞둔 노교수가 서귀포에 심은 한 그루 학문의 나무가 얼마나 크게 자랄 지 천천히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