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돈동에서 자라는 ‘반려식물’과 어르신의 동행
복지특화사업으로 사업 시작 1차·2차 걸쳐 개운죽 분양 어르신 정서적 안정 등 도움 지역 및 어르신 소통 역할
칠십리축제의 시작으로 뜨거웠던 지난 18일 저녁, 효돈동에서는 조용하지만 따뜻한 만남의 자리가 마련되고 있었다.
이 날 효돈동 지역사회보장협의회의 이명소 위원장과 강영민 위원은 ‘개운죽’화분 하나씩을 들고 효돈동 지역의 독거 어르신 두 분을 각각 방문했다.
바로 효돈동의 복지특화사업인 ‘반려식물과 함께, 피어나는 행복’의 2차 사업이 시작되는 날이었다.
반려식물은 ‘사람과 더불어 사는 식물’이라는 새로운 개념으로 반려동물과 마찬가지로 안정감과 교감을 나눌 수 있는 역할을 하는 식물을 뜻한다.
효돈동은 지역 내 독거노인 증가에 따른 지역사회 차원의 대책에 초점을 맞추고‘사랑의 열매 희망나눔캠페인’의 일환으로 이번 사업을 시작했다.
이 사업에는 효돈동지역사회보장협의체와 제주사회복지공동모금회, 서귀포종합사회복지관이 함께 참여하고 있다.
1차적으로는 저소득 1인 가구에 반려식물을 분양해 어르신들에게 정서적 안정과 우울감 감소를 도모하고 2차적으로는 분양에 그치지않고 이 후 반려식물을 매개로 안부를 확인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로써 복지 사각지대를 최소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명소 위원장은 “지난 8월에 있었던 1차 사업에서 새싹인삼을 분양받은 어르신이 식물사진을 찍어 ‘오늘은 이만큼 자랐다’는 메시지를 자주 보내셨다”며 “반려식물 사업이 독거어르신들의 정서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이 날 방문한 효돈동의 고모씨 할머니는 “내가 식물을 잘 키우는 편인데도 지난 여름이 너무 덥고 길어 분양받은 새싹인삼이 다 녹아버렸다”며 “이번에 다시 나누어준 개운죽은 잘 키워보려고 한다. 동물은 운동도 시켜야 하고 건강상 무리가 갈 수 있는데 식물은 몸과 마음이 편하다. 잎사귀 하나가 새로 날 때마다 기분이 뿌듯하다”고 미소지었다.
어르신과의 대화는 반려식물에 대해서만 한정되지 않았다. 사업의 취지대로 어르신의 현재 생활과 집에 불편한 것은 없는지에 관한 대화가 이어졌다.
기자와 협의체 위원이 취재를 마치고 집을 나서자 고 할머니는 밖까지 나와 배웅을 했으며 두 위원과 마을 지인과 근황에 관해 한참동안 살가운 대화를 나눴다.
두번째 방문인 정모 할아버지댁에서도 식물 나눔과 함께 안부를 묻는 시간이 계속됐다.
정모 할아버지를 담당하고 있는 강영민 위원이 직접 개운죽 화분에 물을 붓고 키우는 방법을 설명했다.
10년째 혼자 거주 중이라는 정씨 어르신은 “밥을 먹을 때 처음 분양받은 새싹인삼을 앞자리에 두고 밥을 먹는다. 그러면 외롭지도 않고 힐링이 되는 기분”이라고 말했다. 강 위원이 안부를 묻자 정 할아버지는 최근 집을 수리하다 다친 사실을 전했다. 강 위원과 이 위원장은 안타까워하며 보험과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절차에 관해 설명했다.
두 명의 위원은 앞으로 불편한 일이 생기면 언제든 연락을 달라는 말을 전하며 정 할아버지댁을 떠났다.
이렇듯 효돈동의 반려식물 분양사업은 조용하지만 묵직한 의미를 전해주고 있다. 단순히 식물을 나누어주는 것에 그치지 않고, 지역사회가 독거노인들의 삶에 관심을 갖고 소통하는 창구가 열린 것이다.
효돈동의 작지만 알찬 시도가 더 많은 지역으로 확산돼 서귀포 지역 사회 곳곳에 따뜻한 관심과 돌봄의 문화가 꽃피우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