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의회는 행정시 예산 잘 살펴야
제주도가 행정체제 개편을 추진하고 있다. 행정체제 개편은 현행 제주도-행정시 등 단일 광역체제인 단층제를 광역자치단체 제주도와 기초자치단체 제주시·서귀포시 등으로 구성된 다층제로 전환하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행정체제 개편 논의는 2006년 7월 기존 기초자치단체였던 제주시·서귀포시·남제주군·북제주군 등 4개 시군을 폐지한 이후 이어지고 있다.
제주도민이 시군 부활 등 행정체제 개편을 요구한 이유는 분명하다. 행정시장의 한계가 뚜렷하고, 모든 권한이 제주도로 집중되면서 이른바 ‘제왕적 도지사’란 부작용이 속출했기 때문이다.
제주도와 제주도의회는 제주특별자치도 출범 이후 행정시 기능 강화, 행정시장 권한 강화 등을 강조했다. 행정시장의 권한을 보장해 행정시의 기능을 강화하는 것이 제주특별자치도 출범 이후 나타난 부작용을 최소화하면서 제주도민 모두에게 골고루 질 좋은 행정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안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제주도가 최근 2025년 제주특별자치도 예산안을 편성해 제주도의회에 제출했다. 세입 여건이 악화하고, 중앙정부 지원도 녹록하지 않은 상황에서 내년 제주도 예산안을 편성하는 것은 쉽지 않다. 한정된 예산을 효율적으로 배분해 최대의 효과를 내도록 하는 것이 집행부의 의무다. 세입이 많고, 중앙정부 지원이 원활하다고 하더라도 예산은 한 푼이라도 허투루 쓸 수 없는 돈이다. 제주도가 편성하는 예산은 제주도민이 어려운 경제 여건에서도 땀 흘려 번 돈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년 예산안을 보면 제주도가 행정체제를 개편하겠다고 강조하는 것이 무색한 상황이다. 제주도는 내년 예산안을 7조5783억원 규모로 편성하고 지난 1일 제주도의회에 제출했다. 2024년 제주도 본예산 7조2104억원 대비 3679억원(5.1%) 증가한 규모다. 제주도 전체 예산 가운데 제주도본청 예산은 2024년 3조8352억원보다 4710억원(12.3%) 증가한 4조3062억원이다. 내년 제주도 전체 예산 가운데 56.8%를 차지한다.
이에 비해 서귀포시 내년 예산은 2024년보다 43억원(0.4%) 증가하는 데 그쳤다. 제주시는 올해보다 1074억원(5.0%)이나 감소한 2조282억원 규모로 배정했다. 내년 제주도 전체 예산에서 서귀포시 예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16.4%다. 올해 17.2%보다 오히려 0.8%포인트 줄었다. 제주도 전체 예산 대비 제주시 예산도 올해 29.6%를 차지했지만, 내년에는 26.8%로 줄었다.
단순 수치로만 본청 예산이 많고, 행정시 예산이 적다고 평가할 수는 없다. 사무량과 인력 등을 단순히 비교하더라도 본청 예산이 많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제주도본청과 행정시의 사무 및 인력, 사업량 등을 감안하더라도 행정시 배정 예산이 적절한지는 고민해야 한다. 제주도는 제주형 행정체제 개편하기 전에 그동안 강조했던 행정시 기능 및 행정시장 권한 강화 의지를 예산으로 보여줘야 할 것이다. 제주도의회는 집행부가 편성한 예산이 제대로 짜졌는지는 물론, 행정시 예산 배정이 적절한지도 꼼꼼히 들여다봐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