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귀포항 활성화 방관해선 안 된다
국민경제와 공공의 이해에 밀접한 관계가 있고, 주로 외항선이 입·출항하는 항만은 무역항이다. 무역항은 정부가 관리하는 ‘국가관리무역항’과 지방자치단체가 담당하는 ‘지방관리무역항’으로 나뉜다. 국가관리무역항은 국내외 육·해상 운송망의 거점으로, 광역권의 배후 화물을 처리하거나 주요 기간 산업단지 지원 등 국익에 중대한 역할을 하는 항만이다. 지방관리무역항 지역 산업에 필요한 화물 처리를 주목적으로 하는 항만이다. 제주에는 제주항과 서귀포항이 지방관리무역항이다.
서귀포항은 무역항은 고사하고, 주로 국내 항을 운항하는 선박이 입·출항하는 연안항보다 위상이 낮아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올해 10월말 현재 서귀포항과 제주항 등 무역항 2곳과 성산포항, 화순항, 애월항, 한림항 등 연안항 4곳을 포함해 6개 항의 물동량 처리량을 보면 서귀포항은 전체 화물 물동량의 2.1%만 처리한 것으로 집계됐다.
선박을 이용한 화물 수송은 제주항을 통해 80% 이상 이뤄지고 있다. 제주항 집중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 특히 서귀포항의 물동량은 39만527t으로, 연안항인 애월항 94만1962t, 한림항 76만451t, 화순항 58만2184t, 성산포항 41만287t보다 적은 상황이다. 지역 산업에 필요한 화물 처리를 주목적으로 해서 지방자치단체가 관리해야 하는 무역항이지만 실제론 연안항보다 못한 상황이다. 이로 인해 서귀포 지역 경제 발전은 ‘헛구호’로 전락하고 있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도로와 항만, 공항은 제주 물류의 핵심이다.
서귀포 지역은 감귤, 마늘 등의 주산지다. 그러나 서귀포항을 통한 감귤과 채소 수송량은 2014년 25만9740t이던 것이 2021년부터 올해 10월말 현재까지 0t이다. 지역에서 생산하는 농산물도 수송하지 못하는 서귀포항으로 전락한 이유를 행정은 반드시 찾아내야 한다. 서귀포항 활성화에 방관하는 것은 서귀포 경제를 포기하겠다는 것과 다름없다.
서귀포 지역 연안항의 화물 처리 상황이 좋은 것도 아니다. 성산포항, 화순항 등 서귀포 연안항에서 올해 10월말 현재 처리한 화물량은 겨우 100만t에 근접한 상황이다. 서귀포 무역항과 연안항 3곳에서 처리한 전체 물동량은 제주항 물동량 1556만t과 비교하면 10분의 1 수준도 안 된다.
서귀포 지역 농산물과 채소 등 서귀포 지역 생산품은 물론, 도외 지역에서 서귀포로 수송해야 하는 화물도 제주항을 이용한다는 방증이다. 서귀포 지역은 제주시 지역보다 물류비가 더 들 수밖에 없는 구조로 해석된다. 서귀포항이 제 기능을 상실하면서 서귀포 지역 화물까지 제주항을 이용하다 보니 제주항 포화 상태를 부추기는 것은 아닌지 고민해야 한다.
최근 제주신항 개발사업 논의가 속도를 내고 있다. 제주신항이 제주도의 숙원사업인 이유는 항만이 지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일 것이다. 민간 유통업체와 물류업체의 경제 논리를 극복하지 못한 채 방관해서는 안 된다. 서귀포항은 서귀포 경제의 기본이다. 쉬운 문제보다 어려운 문제를 해결했을 때 보람이 크다. 서귀포항 활성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